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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이 Sep 23. 2023

돌고 돌아 예술

어릴 적부터 나의 취향은 꽤 호불호가 갈렸다. 그게 무엇이든 싫으면 내 사전엔 없고, 좋으면 너무 좋았다.

사랑하는 것들을 순수하게 탐닉했다.

외골수 같은 면이 짙었던 것이 예술이라면 다 좋은 것도 아니고, 굳이 콕 집어 미술이어야만 했다.


미술이라고 골고루 사랑하지도 않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이론은 지루해서 돌아가실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학창 시절에 남들은 잘 신경 쓰지 않는 미술 지필고사를 100점 맞으면 내심 기뻤고, 하나라도 틀리면 참 자존심 상해했다.)


다시금 생각해 보면 미술은 놀이터였다. 나의 세계를 펼쳐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 게 좋았다. 바깥에서 흙모래를 튀기며 노는 것도 좋았지만, 좋아하는 캐릭터 사진을 이리저리 관찰하며 똑 닮게 그리던 시간이 더 기억에 남는다. 그땐 아무리 그림이 그려지지 않더라도 미술을 싫어하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그림은 날 너무 힘들게 했다. 질렸고 지쳤다. 아무 생각 없이 연필을 깎는 내게 영혼이란 없었다.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것도 아니지만 미술이라는 게 내 길이 아니구나 생각했었다.


끝내 예술계를 떠나지 않았다. 겉보기엔 다를 것이 없었다. 다만 생각이 크게 달라졌다. 결국 연필을 들어야 하는구나. 사랑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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