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거, 어렸을 때는 단걸 그렇게 좋아했더랍니다. 수박에도 설탕을 뿌려먹었고 아이스크림도 초콜릿이나 카라멜이 들어간 거, 카페에서도 단 음료에 휘핑크림을 듬뿍. 시간이 흘러 지금은 아메리카노를 시키려다 최소주문금액을 맞추기 위해서 추가로 주문한 아이스티와 레모네이드에 물을 타서 마시고 있습니다. 최근에야 할게 된 이야기인데, 에이드는 전부 탄산이 들어가서 물을 타서 마시면 맛이 없다는 것입니다. 나는 시간이 흐르면서 입맛이 바뀐다는 말을 솔직히 믿지 못했습니다. 갓 성인이 되어서도 내 입맛은 변하지 않았거든요. 어육소시지에 토마토케첩을 찍어먹고, 생선이나 채소보다는 고기를 좋아하고, 중국집이나 일식집에 가면 나오는 양파와 초생강, 락교등은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변하긴 변하더랍니다. 어육소시지는 이상하게 뭉그러지는 식감이 싫어졌고, 전어는 뼈째로 회를 먹는 게 고소하게 느껴지고, 쌉쌀한 채소와 양파를 아무렇지도 않게 먹습니다. 아직 초생강은 가까워지기 힘든 것 같지만요.
시간이 흐르면 뭐든 바뀌지 않을까요. 고등학교 1학년인 제가 sky를 노렸었는데, 수능쯤이 되어 인서울, 국립대만 되어도 좋다고 생각했던 것처럼. 어렸을 때는 과학자를 꿈꿨던 내가 지금은 그냥 안정적인 직장을 꿈꾸고 있는 것처럼, 그 사람이 없다면 못 살 것 같던 제가 이제는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걸 보면 말입니다. 어렸을 때 시간이 약이라는 말을 믿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든 생각은, 우리는 그 약을 먹으면서도 상처가 아물지 않게 계속해서 그 부위를 긁고 있는 것이더라고요. 가만히 놔두고 그 아픔이 이제는 생각도 나지 않을 때 즈음 다시 그 상처를 바라보고 있으면 흉터는 남을지 몰라도 아프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요. 시간은 약이고, 시간이 흐르면 바뀔 겁니다. 더 안 좋은 일이 있어 힘들어지더라도, 적어도 전에 있었던 일들이 날 괴롭히지는 않을 겁니다. 상처를 건드리지만 않는다면요.
살아오며 여기저기 흉터가 많이 생겼습니다. 사람들에게 받은 흉터, 내 실패로 생긴 것들.. 여러 가지 말입니다. 그래서 너무 단 걸 마실 때마다 얼굴을 찌푸리게 되는 걸 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그 정도의 행복한 단맛을 받아들이기에는 이제는 너무 벅찬 존재인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얼마나 오래 살아서 얼마나 인생의 쓴맛을 맛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어렸을 때 쓴맛만 나서 싫어했던 아메리카노를 이제 샷추가를 해서 한 모금에 절반을 마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