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의 GPGPU 시장 독점, 유감
미국에서 1990년대 부터 2000년대에 잘나갔던 실리콘그래픽스라는 컴퓨터 제조회사가 있었습니다. 나중엔 sgi 라고 회사명이 바뀌긴 했지만.. 주로 3차원 컴퓨터그래픽과 멀티미디어 프로덕션 시장을 타겟으로 하는 수백에서 수천만원 대의 고가의 컴퓨터들을 만드는 회사였는데요...
그때는 저런 고가의 컴퓨터들을 PC가 아닌 "WorkStation" 이라 불렀으며, 운영체계도 윈도우즈가 아닌 자체 개발한 IRIX라는 이름의 일종의 UNIX 운영체계를 탑재했었죠.
1993년 영화, "쥬라기공원" 에 등장했던 저 컴퓨터가 바로 실리콘그래픽스의 웍스테이션 이었습니다. 주라기 공원의 모든 시스템을 제어하는 컴퓨터를 보고 "나, 이거알아! 이건 유닉스 시스템이야" 라는 영화속 소녀의 대사로 유명했었죠.
저렇게 화려하고 컬러풀한 디자인과 탁월한 그래픽 하드웨어, 우수하고 안정적인 유닉스 기반의 운영체계 를 가지고 있던 실리콘그래픽스 였지만 2010년대 쯤에 갑자기 망해버리고 말았죠.
터미네이터2, 쥐라기공원을 비롯하여 수많은 블럭버스터 영화들이 sgi 머신들로 만들어졌지만 연구소나 전문 사용자들 외에 일반 대중들이 구입하기엔 너무나 고가였고, 가격대비 CPU가 너무 느렸으며, Python 이나 C++ 처럼 개인 개발자가 개발할수 있는 상용이나 오픈소스 개발환경의 지원이 너무 부족했던 점 등등.. 개인컴퓨터 시대에 대처하지 못하다가 망해버렸죠.
그 와중에 sgi는 마이크로소프트에게 OpenGL 기술을 이전해주는 실수마저 저질러, MS가 DirectX 라는 3차원 엔진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MS윈도우즈의 본격적인 게임 플랫폼 시대가 열리면서 Radeon이나 Nvidia 같은 값싼 조립식 그래픽카드가 마구 등장하기 시작했고, sgi의 고가머신들은 PC와의 가격경쟁에서 점점 버티지 못하면서 몰락하게되었다는 후대의 평가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2010년경부터 딥러닝 개발자들이 콘볼루션 계산을 가속화하기위해 엔비디아의 CUDA 기능을 사용하기 시작하기 시작합니다... 물론 엔비디아는 발빠르게 딥러닝용 시장에 대응했구요..
저랬던 nvidia는 인공지능용 GPGPU(그래픽용 gpu를 수학적 계산에 활용하는 기술)에 빠르게 대응해 오늘날 nvidia의 시가총액이 인텔을 넘어서는 위엄(?)을 달성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만약에 sgi가 일찌감치 GPGPU의 시장성에 눈을 떴더라면 딥러닝 학습 및 추론 GPGPU 그래픽카드 시장은 지금과같이 말도안되는 고가의 독점구조가 아니라 복수개의 업체가 서로 경쟁하면서 저렴한 GPU 시장과 저렴한 가격대를 형성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딥러닝 소프트웨어도 더 쉽고 다양하게 발전했을지도 모르구요..전력대성능비도 훨씬 개선되어 조금이나마 지구환경에도 기여했을지도 모르겠구요..
현재 엔비디아의 GPGPU 독점구조를 깨기위해 Apple, Intel, MS, meta, 삼성, 아마존 등등 다양한 회사들이 한참 뒤늦게 뛰어들고 있지만 그런걸 볼때마다 sgi의 우수했던 하드웨어와 탁월했던 운영체계가 생각나곤 합니다!
독점이 이렇게 무서운 것입니다.
다양성의 소중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