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들어가며
시험의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시험 준비는 1년 이상의 기간을 두고 준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의 체력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일찍이 온 힘을 다해 공부하는 것이 무조건 성공적이라 할 순 없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대충 공부하다가 마지막에만 바짝 열심히 하면 된다.’라는 뜻은 아닙니다. 시험공부는 마지막 1년을 위해 그전 2년을 보내고, 마지막 두 달을 위해 그전 10달을 보내고, 시험 전날을 위해 수험기간 전체를 보낸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따라서 남은 기간에 따라 봐야 하는 교재의 종류나 가져야 하는 마인드가 조금 달라질 뿐 언제나 성실히 임해야 함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나. 본격적 수험기간 이전(2년 이상 남은 시점)
1) 교재 선택
수험용 교재에는 기본서, 암기장, 기출문제집, 학원 모의고사 문제집 등이 있습니다. 수험에 이제 막 진입한 학생으로서는(시험 날까지 2년 이상의 시간이 남은 학생으로서는) 기본서를 통해 전반적인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어느 정도 기본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시기에 암기장(출판 상황에 따라 요약집, 핵심 정리 등의 이름으로 불릴 수 있습니다. 이하 ‘암기장’이라는 표현으로 통일합니다)을 반복해서 읽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기본서는 시험에 나올 수 있는 모든 정보가 망라된 최고의 교재이지만, 시험 전날까지 들고 가기에는 분량과 형식에 있어서 효율성이 다소 떨어집니다. 우리가 논할 공부 방법은 ‘깊이 있는 학습을 하는’ 공부법이 아닌, ‘시험에 합격하기에 가장 효율적인’ 공부 방법이라는 점에서, 시험 전날까지 가지고 갈 책을 최대한 빨리 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암기장을 읽을 능력이 된다면 기본서보다는 암기장을 보시는 걸 권하고, 기본서는 암기장을 보다가 이해가 안 되는 부분만 발췌하여 읽으시길 권합니다.
내가 기본서를 봐야 할지, 암기장을 봐야 할지 모르겠다면 ‘해당 과목의 기본구조를 타인에게 설명할 수 있는지’ 자가검진 해보길 권합니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암기가 되어 있지 않아도 좋습니다. ‘해당 과목의 전체 구성은 어떻고, 왜 이렇게 목차가 구성되어 있으며, 해당 목차에는 대략적으로 어떤 내용이 수록되어 있을지 알 수 있는 정도’만 돼도 암기장을 보기에 충분한 지식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이러한 기준들이 너무 모호하다면, 서점에 가서 직접 암기장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읽었을 때 이해가 되고, 읽는 데 무리가 없다면 그걸로 족합니다.
‘벌써 암기장을 보는 건 장기적으로 안 좋지 않을까?’라거나 ‘너무 범위를 좁혀서 암기장 범위 외에서 시험문제가 출제되면 어떡하지?’라는 식의 생각은 하면 안 됩니다. 수험에 가장 독이 되는 생각입니다. 수험생이‘시험에 나올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지식을 모두 습득’하는 방식으로 공부한다면 그 수험생은 무조건 불합격합니다. 운이 좋아도 ‘도가 튼 10수생의 합격기’ 정도 쓸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겁니다. ‘중요한 내용, 시험에 자주 나오는 내용’을 ‘정확하게 알고 절대 틀리지 않는 것’이 합격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하시고 최대한 빠른 시간에 공부 범위를 좁히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암기장은 시험에 도가 튼 강사들이 중요하고 시험에 잘 나오는 내용으로만 추려놨다는 점에서 수험에 없어서는 안 되는 자료입니다. 이런 이유로, 읽고 이해할 수만 있다면 가능한 빠른 단계에 암기장으로 넘어가야 합니다.
이하에서는 본격적 수험기간 이전의 학생이 기본서를 볼 때의 태도와 암기장을 볼 때의 태도에 관해서 각 항을 나누어 서술하겠습니다.
2) 기본서를 보는 경우
가) 기본서의 목적
이 단계에서 우리의 목적은 ‘이해’입니다. 이 단계부터 뭔가 대단한 걸 암기하겠다는 마음으로 다가서 봐야, 암기는 되지 않고 스트레스만 쌓입니다. 한 번씩 이해해 보고, 큰 목차 위주로 해당 과목의 구조를 파악하고, 여유가 있는 만큼만 구체적인 내용을 살피면 족합니다. 본격적인 수험을 들어가기 전 단계라는 점에서 마음을 가볍게 가지시길 권합니다. 다만, 이 시기에 기본서를 보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시험 D-365가 되기 전에 전 과목 기본서를 원하는 만큼(후회가 안 남을 만큼) 볼 수 있도록 진도관리에 신경 써야 합니다. 분량이 방대한 만큼 전체적인 틀을 위주로 중요한 내용만 효율적으로 봐야 원하는 기간 안에 전 과목 기본서 탐독을 마칠 수 있습니다. 만약 기본서가 보고 싶은데 D-365가 얼마 남지 않았다면, 큰 목차 위주로 훑어보듯 읽어보길 권합니다. 다 보신 기본서는 앞으로 보실 일이 많지 않겠지만 책장에 잘 모셔놔 주세요. 가끔 필요한 순간이 있습니다. 이에 관해서는 후술하겠습니다.
나) 기본서 공부에서 범하는 실수
기본서를 보다 보면 99%의 수험생들이 ‘이걸 다 외우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이해라도 다 돼야 한다.’라는 착각에 빠집니다. 제가 공부했던 변호사시험에서도 이런 생각으로 기본서를 접하며 민법 한 과목의 기본서를 두 달씩 잡고 있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두 달 정도 한 책을 보다 보면, 그 책이 끝날 때쯤 맨 앞부분은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 다시 읽으면 새로운 책 읽는 느낌이 납니다.
우리가 책을 읽는 건 읽은 내용 중 극히 일부라도 체화시키기 위함입니다(물론 많이 체화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1회독에 많이 체화되기는 어렵습니다). 머리에 입력되지 않는 독서는 의미가 없고, 출력되지 않는 지식도 의미가 없습니다. 책에 있는 내용이 우리 머릿속에 들어와서 시험지에 출력이 됐을 때 비로소 책을 읽은 시간이 유의미해집니다.
굵은 목차가 어떤 순서로 제시되어 있는지, 왜 그 순서로 제시되어 있는지, 어떤 항목들이 하위 목차로 제시되어 있는지 파악하고, 해당 목차의 의미를 설명하는 정도의 세부 내용을 확인하는 거로 1회독은 충분합니다. 더 자세히 읽기 시작하면 구체적인 사례부터, 예외, 유사사례 등이 나올 텐데 이 부분은 앞서 말씀드린 부분이 이해가 아주 잘되고, 여유가 있을 때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목차의 구조들과 기본 개념들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굳이 그 하위 구체적 내용들까지 볼 필요 없습니다. 기본서를 손에서 놓는 순간까지 그 부분을 이해 못 해도 좋습니다. 향후 문제 풀이 과정에서 해당 부분이 문제화되었고, 그 부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그 문제를 풀 수 없었다면, 문제 해설을 검토하며 해당 부분을 이해할 수 있고, 그마저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그때 가서 기본서의 해당 부분을 발췌독할 수도 있습니다. 당장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는 압박을 집어 던져야 합니다. ‘압박을 내려놓으시길 권한다.’ 정도가 아닙니다. 그 압박을 집어던지지 못하면 합격할 수 없습니다.
3) 암기장을 보는 경우
암기장의 목적은 이해가 아닙니다. 시험 날이 1년 이상 남았다고 하더라도 암기장을 손에든 이때부터는 암기가 목적입니다. 책의 종류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보통의 경우 암기장은 해당 시험을 준비하면서 해당 과목에 관하여 암기하고 있어야 할 ‘최소한’의 정보입니다. 이는 다시 말해서 여러분이 시험 합격을 위해 앞으로 쌓아야 할 지식의 ‘시작 부분’에 해당하는 지식입니다. 지금 보는 암기장의 내용들을 시작으로 하여 향후 기출문제를 통한 학습에서 그 가지를 뻗게 될 것입니다. 암기장의 내용 정도는 애를 써서 부여잡고 있는 지식이 아니라, ‘당연한 지식’이 되도록 반복해서 공부하셔야 합니다.
다. 본격적 수험기간(1년 이하 남은 시점)
1) 들어가며
시험이 1년여가 남으면 본격적 수험기간이라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이때부터는 이전처럼 여유 있게 기본서 책장을 넘기며 선비처럼 공부하면 안 됩니다. 지금부터는 이해보다 암기가 우선하게 됩니다. 아무리 이해가 잘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정답을 맞힐 수 없다면 의미가 없습니다.
2) 교재의 선택
본격적 수험기간이 시작된 이후에 우리가 봐야 할 것은 기출문제입니다. 수험생 대부분이 불안한 마음에 암기장(기타 요약서)을 병행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제가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암기장 2회독, 기출문제 3회독 한 사람보다 기출문제 5회독 한 사람이 점수가 더 높습니다. 하지만 수험은 기세와 멘탈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기본서와 암기장을 모두 버리고 기출문제만 들고 수험에 임하는 방식’이 수험생 본인에게 불안감을 준다면 암기장을 덧대어 보는 것 정도는 타협할 수 있습니다(그 와중에도 기본서만큼은 절대 계속 보면 안 됩니다).
3) 기출문제의 중요성
기출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출제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체크하기 위해서입니다. 공부는 효율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따라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이 선택과 집중을 위해 우리는 보통 학원강사 등에 많이 의존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선택을 위임하는 학원강사들은 어떻게 절묘한 선택을 해낼까요? 해당 시험과 과목에 다년간 몸담으며 생긴 내공도 분명히 있겠지만, 그 내공들도 반복 출제되는 기출문제의 특성 덕분에 생긴 것입니다. 기출문제는 또 나옵니다. 그리고 다시 나온 해당 쟁점을 틀리지 않는 선에서 합격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이런 이유로, 기출문제로 공부하면 따로 ‘선택’을 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선택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수험생은 그 범위에서 본인이 모르는 게 없도록 만드는 데에만 집중하면 됩니다. ‘기출문제’는 강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 절대적으로 우선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학원 모의고사 문제는 사실 검토할 가치가 없습니다. 시험감 살리는 목적으로 풀어볼 수 있지만, 이를 분석하며 공부하는 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학원 모의고사는 문제의 질도, 난이도도 문제 있는 경우가 많고, 많은 학원 모의고사가 해당 학원 수강생들의 동기부여를 위해 해당 학원에서 강조한 내용을 많이 포함하기도 하는 등 ‘가장 효율적인 수험’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학원 모의고사 문제가 기출문제에 근거하여 만들어졌다고 해도 마찬가집니다. 자료의 양을 늘리는 아주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4) 기출문제집 유형의 선택
기출문제집도 크게 5지선다(시험에 따라 4지선다의 경우도 있습니다)형식의 ‘진도별 기출문제집’, 5지선다 형식의 ‘회차별 기출문제집’, 진도별로 정리된 OX 문제집이 있습니다. 이 중 가장 좋은 형태는 OX 문제집이라고 생각합니다.
OX 문제집을 선택하지 않는 사람들은 대부분 ‘시험 형태와 똑같은 형태로 공부하는 게 효율적이다.’라는 주장과, ‘5지선다 문제집에서 각 선지 간의 유기적인 비교를 통해 이해되는 범위가 있다.’라는 주장을 합니다.
그러나 5지선다 문제의 각 선지를 쪼개놓은 것이 OX 집이라는 점에서 굳이 시험과 다른 형태라고 볼 수 없고(후술할 문제 풀이 방법까지 체득하시면 더욱 이렇게 느껴질 것입니다), 5지선다 문제집으로 공부하면 5개의 선지 중 특정 개념과 관계없는 선지가 섞이거나, 5개의 선지로는 모두 정리될 수 없는 개념이 쟁점인 경우 오히려 지식이 파편적으로 입력된다는 점, 같은 내용의 선지가 반복되어 수험생이 봐야 할 텍스트의 양이 과도하게 많아지는 점 등에서 학습효과가 더 적습니다.
OX 집의 경우 해당 진도의 쟁점에 대해 나올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가 모여있어서 이를 한눈에 보며 문제집 공부만으로 해당 쟁점에 관한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한 번에 정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OX 집을 잘 활용하시기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