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들어가며
공부의 핵심은 메타인지를 활성화하는 것입니다. 이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과하지 않습니다. 메타인지는 효율을 극대화해 줄 뿐만 아니라 암기력도 올려줍니다. 시험장에 들어가는 그 순간까지 항상 메타인지를 활성화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나. 지식의 종류 분류
기출문제에 포함된 정보는 크게 ‘이미 아는 지식’(이하 ‘아는 것’이라고 합니다), ‘읽으면 이해는 되지만 암기돼 있지 않은 지식’(이하 ‘암기되지 않은 것’이라고 합니다), ‘읽어봤지만, 이해도 안 되는 지식’(이하 ‘이해도 안 되는 것’이라고 합니다)으로 나뉩니다. 우리의 일차적 목표는 ‘암기되지 않은 것’을 ‘아는 것’으로 변환시키는 것입니다. 이것만 해도 이미 양이 엄청나게 많고, 여기까지만 성공해도 합격하기에 충분한 것이 보통입니다.
그런데 ‘암기되지 않은 것’을 ‘아는 것’으로 변환시키는 과정에서 생긴 지식으로, ‘이해도 안 되는 것’이 ‘암기되지 않은 것(이제 이해는 되는 것)’으로 변환되는 경우가 매우 빈번합니다. 우리는 합격을 더 공고히 하기 위해서 위와 같이 ‘이해도 안 되는 것’이 ‘암기되지 않은 것’으로 변환된 것까지 아는 것으로 만드는 걸 최종 목표로 합니다.
끝까지 ‘이해도 안 되는 것’으로 남아있는 지식은 그냥 버리고 시험장으로 갑니다. 높은 확률로 그 지식은 다른 수험생들도 모를 확률이 높고, 시험의 등락을 결정하는 요소가 되지 않습니다.
‘암기되지 않은 것’이 ‘아는 것’이 되기 위해서는 다른 왕도가 없습니다. 최대한 짧은 텀으로 최대한 많이 반복해야 합니다. 이 과정을 모두 수행하는 데 시간이 아주 많이 필요하므로 본격적인 수험기간이 시작된 이후로는 다른 책들은 손대지 않고, 정해진 기출문제만 반복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그 이상으로 교제를 늘린다면 ‘암기되지 않은 것’이 ‘아는 것’으로 변환하기에 충분할 만큼 ‘짧은 텀’으로 반복할 수 없고, ‘많은 반복’을 할 수 없습니다.
다. 문제집 다루는 방법
많은 수험생이 기출문제집을 보면 일단 냅다 풀어봅니다. 단언컨대 시간 낭비입니다. 우리가 문제를 풀 때는 문제 푸는 요령을 연습하기 위해 회차별 문제를 풀어볼 때뿐이고, 이마저도 그렇게 많이 풀어볼 필요도 없습니다. 후술할 문제 풀이 방법을 연습할 때 풀어보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이마저도 학원 모의고사 등 문제 풀이할 기회가 된다면 그때를 활용하시기를 바랍니다.
기출문제를 앞에 두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선지별로 쪼개서, 내가 진정 해당 선지의 정오를 정확하게(쟁점, 결론 및 근거까지 확실히 기억하여) 선별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만약 정 선지인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하고 정답을 확인하여 정선지임이 확인됐더라도 ‘정 선지다!’라는 확신이 없었다면 ‘모르는 것’으로 체크를 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모르는 선지’를 만날 때마다 각 선지의 해설 부분에 자기만의 표시를 쌓아나가면 됩니다.
라. 회독을 늘리는 요령
1) 들어가며
회독을 돌릴 땐 항상 ‘다음 회독 때 봐야 할 양을 조금이라도 줄인다.'라는 생각으로 표시하면서 회독해야 하고, 다음 회독 때는 '이전 회독 때 표시한 것만 본다'라는 게 대원칙입니다.
2) 1회독
1회독의 경우엔 ‘아는 것’을 지우는 작업을 합니다. 본격적인 수험기간이 시작되기 전에 기본서를 본 사람들도 있고, 암기장을 본 사람들도 있고, 어떤 지식은 너무 당연해서 굳이 공부하기 전부터 알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 이미 선지의 정오를 구분할 수 있는 내용은 과감하게 지우세요. 아는 것으로 지워진 선지 외에는 눈으로 한번 읽어보며 이해하고 넘어갑니다. 이때까진 암기되지 않은 것과 이해도 안 되는 것의 구분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3) 2회독
두 번째 회독 때부터 정오 구분이 정확히 할 수 없는 선지 '해설'에 별표 내지 바를 정자로 표시를 시작합니다. 이 단계에서도 굳이 암기되지 않은 것과 이해도 안 되는 것을 구분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무지성으로 2회독 시점을 기준으로 ‘아는 것’이 아닌 모든 선지의 해설에 별표 내지 바를 정자 표시를 합니다. 이때 어떤 부분은 이해도가 현저히 낮아서 모든 선지에 표시해야 할 수 있는데, 모든 선지에 별표를 치게 되더라도 기계적으로 표시를 이어 나가야 합니다.
우리는 특별히 중요한 내용이거나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경우에 표시를 해왔습니다. 그래서 너무 많은 표시를 하다 보면 ‘이게 맞나?’ 싶을 수 있습니다. 그런 거부감을 이겨내고 ‘아는 것이 아닌 모든 선지’에 표시하며 2회독을 진행합니다.
2회독을 진행하다 보면, ‘분명히 1회독 때 한번 본 내용인데, 1회독 때 몰랐던 것 중에 지금 새로 아는 게 한 개도 없네.’라는 생각이 들 겁니다. 머리가 유난히 좋은 사람이 아니면 보통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단계에서 좌절에 빠지고 의욕을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정상입니다. 원래 다 그렇습니다. 사람의 지능에 따라서 그 정도는 다를 수 있지만 저의 경우엔 3회독부터 조금씩 ‘새로 암기된 것(양을 줄일 수 있는 것)’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한 시점이 3회독에 와도 5회독에 와도 속상해할 필요 없습니다. 그런 시점이 오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기하급수적으로 양이 줄어들 겁니다. 마음 조급하게 여기실 필요 없습니다.
4) 3회독(밑줄에 관하여)
3회독부터는 별표를 추가함에 더해서 해설 중 선지화 되는 쟁점, 결론, 근거 부분에 나름의 규칙으로 밑줄을 칩니다. 보통 판례는 ~한 경우(쟁점)~이기 때문에(근거)~다(결론)로 요약될 수 있으므로 각 부분을 색을 달리해서(쟁점은 파란색 형광펜, 결론은 노란색 형광펜, 근거는 검정 밑줄 칠했습니다)밑줄을 칩니다. 그리고 책을 읽을 때는 파란색(쟁점)을 읽고 결론을 떠올려 봅니다. 그때 결론이 명확하게 떠오르지 않으면 노란색(결론)을 읽어보고 머릿속으로 근거를 떠올려 봤습니다. 그때 근거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검정 밑줄(근거)을 확인하고 넘어갔습니다. 이런 방식은 눈이 가야 할 지도를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메타인지를 매 순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이는 제가 공부했을 때 판례를 다루는 방법이고, 비 법학 과목 등 다른 과목의 경우엔 위 밑줄 방식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통으로 지켜져야 할 것은 ‘자기만의 뚜렷한 밑줄 규칙이 필요하다.’라는 점입니다. 밑줄 규칙은 어떤 상황에서도 예외가 있어선 안 됩니다. 그래야 다음 회독 때 내가 친 밑줄을 믿고 거침없이 읽어나갈 수 있습니다.
저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끊어서 밑줄 치는 걸 선호했으며, 밑줄 범위만 보더라도 의미가 모두 전달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모국어의 특징상 중간에 불필요한 수사나, 조사 등을 빼고 읽더라도 의미 전달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밑줄 외의 범위까지 신경을 곤두세워 읽어야 한다면 매 순간 자잘한 피로도가 쌓일뿐더러 밑줄의 의의가 많이 퇴색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밑줄을 칠 때는 가능한 밑줄보다는 형광펜을 칠하는 게 좋습니다. 가독성 면에서 크게 차이가 있습니다. 형광펜은 꼭 직접 써보고 뒷장에 비치지 않는 걸 써야 합니다.
밑줄은 앞으로의 회독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중요하기에 밑줄 요령에 꽤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긴 해설을 매번 처음부터 읽는 건 엄청난 시간을 소요합니다. 따라서 효과적인 밑줄을 통해 해설 중에서도 읽어야 할 부분을 표시해 두면 읽어야 할 텍스트의 양을 현격히 줄일 수 있고, 복습할 때도 훨씬 편해지실 겁니다.
5) 소결
이렇게 회독을 반복할 때마다 별표 내지 바를 정자를 추가하고, 밑줄을 쳐서 시험 전날 봐야 할 텍스트의 양을 줄이는 겁니다. 시험 전날 하루 만에 전 과목을 1회독 하는 것을 (무조건 달성해야 하는) 목표로 하고, 회독 수는 상술한 바와 같이 최소 5회독, 가장 바람직한 건 시험 전날 보는 한 회독을 포함해서 7회독 이상이 되어야 합니다.
기출문제집을 시험 전날 한 회독 돌릴 수 있을 만큼 줄이지 못했다면 시험 전날 주어지는 요약집이라던가, 다른 자료는 보지 않습니다. 만약 시험 전에 그만큼 분량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면 그때 다른 책을 훑어볼지를 고민해 볼 수 있습니다.
마. 기본서 활용 방법
표시를 하다 보면 회독이 많이 쌓였음에도 특정 부분이 죄다 표시 대상이 되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런 부분은 기본서로 돌아가서 ‘그 부분만’ 발췌해서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이 과정에 시간을 너무 많이 쓸 필요는 없고, 기본서를 봐도 이해가 안 된다면 일단 넘어가셔도 좋습니다.
바. 뭉쳐서 공부하는 방법
회독을 쌓다 보면 이전에 본 것 같은 내용이 나오거나, 매우 유사한데 결론이 다른 경우 등 말 그대로 ‘어?’하는 느낌을 받으실 때가 있습니다. 그때 느껴지는 그 의문점은 정말 값진 의문점입니다. 이를 귀찮다고 넘어가지 마시고, 앞부분을 뒤져서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이런 느낌을 주는 순간은 원칙과 예외, 유사한데 결론이 다른 경우(차이점을 중점적으로 기억), 같은 범주 안에 들어가는 구체적인 사례들, 반대의 경우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를 정리할 때는 간단히 페이지 수만 적지 말고, 한쪽에 몰아서 정리하셔야 합니다. 페이지 수만 적으면 마음이 급하거나 귀찮아서 안 보게 됩니다(여러 번 다짐해도 이 귀찮음을 이겨낼 수 없었습니다. 저의 시행착오를 여러분이 같이 겪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뭉쳐서 기억하면 암기력 향상에 크게 기여하므로 관련 내용에 관해서 앞으로 절대 틀리지 않을 기회라는 점을 명심하시고 이를 허투루 지나가시지 않기를 강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