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를 견고하게 세우는과정
ADHD 코칭 수련을 하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건, 코칭이라는 일이 단순히 “기술을 잘 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시선으로 사람을 바라보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돌아보는 과정이라는 거예요. 그리고 그 과정을 가능하게 해주는 가장 중요한 장치가 바로 수퍼비전이에요.
저는 지금 KAC 실습을 채워가면서, 고객들과 실제로 만나는 과정 속에서 제가 예상하지 못한 순간들과, 내가 아직 충분히 보지 못한 장면들을 자주 만나고 있어요.
그럴 때마다 수퍼비전은 “내가 어디에서 놓치고 있었는가?” “어떤 시선이 필요한가?” 를 더 분명하게 보여주는 지도처럼 느껴져요. 이번 수퍼비전에서도 그런 배움이 많았어요.
1. 고객의 시선을 중심으로 수퍼비전 보고서 제목 붙이기
이번 보고서에서는 제가 제목을 비워둔 상태로 제출했는데, 사실 그냥 단순히 까먹은 것이었어요.
그런데 수퍼바이저는 이 사소한 실수를 중요한 배움으로 연결해주셨어요.
제목을 붙인다는 건 형식이 아니라, 내담자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한 줄의 시선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다음 보고서에서는 제가 붙이고 싶은 분석적 표현이 아니라, 내담자가 실제로 했던 말 한 문장을 제목으로 쓰라는 피드백을 받았어요. 그 말이 저에게 크게 남았어요. “상담의 중심은 늘 상담자의 해석이 아니라, 내담자의 언어여야 한다.”
2. 호소문제를 하나로 묶어내는 힘이 필요하다
저는 고객이 말한 여러 어려움들을 그대로 기록해두었는데, 수퍼비전에서는 그 내용을 하나의 중심축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피드백을 받았어요. 고객들이 호소하는 다양한 증상, 상황, 감정, 패턴들이 흩어져 있다면, 그 사람은 어떤 방향으로도 정리되지 않은 채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보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그 뒤로는 이렇게 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결국 이분이 가장 힘들어하는 지점은 무엇일까?" "여러 말 속에서 공통적으로 반복되는 한 줄은 무엇인가?"
이 한 줄을 찾는 것, 이것이 바로 상담자/코치의 본질적인 일이라는 것을 배우게 된 것 같아요.
3. 과거 상담/코칭 경험을 구체화하기
또 하나는 고객(내담자)가 이전에 상담이나 코칭을 받아보았다면, 단순히 있다/없다로 끝내지 말고 그 경험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탐색해보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이러한 고객의 시도들이 어떤 실패와 희망을 남겼는지는 현재 상담/코칭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증요한 정보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4. 가족관계는 단순히 정보요인이 아니라 '자원'으로 보는 관점을 기르기
또한 이번 슈퍼비전을 통해 배운 것은 ADHD나 해결중심상담에서 가족을 단순히 배경으로만 보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가족 중 고객에게 지지를 줄 수 있는 관계는 무엇인지, 가족관계에서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던 순간은 없었는지, 가족관계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고객의 강점이나 자원은 무엇인지... 이런 질문을 통해 자원을 끌어올리는 시선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어요. 저는 앞으로 이 관점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려고 해요.
5. 이번 슈퍼비전에서 가장 크게 와닿았던 말은, 내담자의 감정에 머물러주어야 한다는 말이었어요.
사람 by 사람이겠지만, 자신의 생각이나 경험에 대해 끊임없이 설명하려고 할수록 정작 그 설명의 밑바닥에 있는 감정은 전해지지 않고 그냥 흘러가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이러한 감정은 표현되지 않기도 하거니와, 말하는 본인조차도 잘 인지하지 못하고 넘어갈 수도 있죠. 그래서 저는 수퍼비전을 받은 이후로 이런 질문들을 더 자주 사용하려고 해요. "그때 어떤 감정이었어요?" "그 마음을 잠시동안 바라보고 느껴볼까요?" "지금 말하실 때 몸에서는 어떤 느낌이 느껴지세요?" 이러한 질문들은 고객이 자기 자신의 마음과 다시 연결되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작업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6. 양가감정은 '문제'가 아니라 '구조화할 수 있는 자원'이다
ADHD 고객들은 종종 '하고싶은 마음' 과 '불안한 마음'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그 사이에서 방향과 목적을 잃기도 합니다. 수퍼바이저께서는 이것들을 더 구조화해서 다루어 보라고 하셨어요.
두 마음의 비율 따져보기, 두 의자 기법으로 각각의 감정과 대화하기, 행동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 행동을 절제하는 것으로 재명명하기, "어떻게 멈출 수 있었나요?" 하는 질문을 통해 고객의 강점을 발견하기....
이런 접근은 고객이 현상에 대해 가지고 있는 양가감정을 단순히 문제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고객이 이미 가지고 있는 조절 능력과 힘을 드러내 주는 방식이에요.
7. 교육보다 관계가 먼저
이번 수퍼비전을 통해 저 스스로도 느꼈던 것은, 제가 정보를 처음부터 너무 많이 설명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이었어요. 물론 수퍼바이저께서도 그렇게 말씀하셨고요. ADHD 약의 작용기전, 실행기능 구조, 도파민 시스템 등... 저는 코치로서 고객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설명한 것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고객의 마음이 중심이 되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공감, 감정 머물기, 명료화와 요악을 좀 더 우선시하고, 심리교육은 필요한 만큼만 얹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8. 실행기능 과제는 작은 단위로, 그리고 고객 주도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하기
수퍼비전에서 받은 또 다른 피드백으로는, 제가 고객에게 제안했던 실행기능 과제의 단위가 너무 컸다는 내용이었어요. ADHD 코칭에서는 시간 단위나 완벽한 성취를 기준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할 수 있는 최소 단위' '나의 페이스에서 가능한 크기' '고객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계획' 이 핵심인 것을 수퍼비전을 통해 배울 수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 이런 방향으로 질문하려고 노력할 생각이에요.
"이 목표를 절반으로 줄이면 어느정도가 현실적일까요?""일주일 내내가 아니라, 일부 요일만 실천해 보면 어떨까요?""완벽하게가 아니라, 불완전하게라도 해본다면 어느 정도가 가능할까요?"
작은 목표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작은 변화의 누적이 큰 변화를 만든다는 '나비효과'를 비유적으로 설명하고 싶어요.
9. 수퍼비전에서 나누고 싶은 것은 구체적으로 세분화하기
마지막으로 받았던 피드백은, '수퍼비전 현장에 가져오는 고민을 더 구체화해보기' 라는 내용이었어요.
단순하게 '내가 잘하고 있는지가 궁금해요' 가 아닌 사례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의 흔적을 담으려 노력할 때
수퍼비전이 훨씬 더욱 살아있는 배움의 장이 되고, 궁극적으로는 제가 만나는 고객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사실 처음으로 코칭을 진행한다는 마음에 부담감이 앞섰습니다. 그리고 제가 코치로서, 상담자로서 아직 기본기가 탄탄하지 않다는 것에 부담이 되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상담전공자이기에 사례보고서 쓰는 대강의 틀은 알고있었지만, 사례보고서를 작성해보는 것도 처음이었습니다. 또한 ADHD 에 대해서도 이론공부만 해왔을 뿐 코칭에 적용해보는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고객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무엇이 이 고객에게 맞는 방향인지도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상담/코칭 양쪽 분야 모두 임상경력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고객과 대화하는 내 모습이 과연 상담사인가 코치의 모습인가에 대한 확신도 없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저는 당장 이 고객에게 어떤 접근방식을 채택해야 하는지 길을 얻고자 슈퍼비전을 신청했습니다. 아는 정보는 나름 많았지만 이 정보를 어떻게 고객에게 적용해야 할지를 몰랐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와중에 유정민 코치님의 슈퍼비전은 저로 하여금 고객을 이해하는 시야를 더욱 열게 해주었습니다. 다음회기때 코치로서 무엇을 해야하지에만 집중하던 저에게, 수퍼바이저의 슈퍼비전은 고객의 존재를 더 깊이 바라볼 수 있는 시야로 방향을 옮길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무엇보다 사례보고서에서 잘한 점을 아낌없이 칭찬해 주시고, 보고서 및 앞으로의 접근방식에서 보완 및 수정해야 할 방향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셔서 큰 공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코치님이 짚어주신 방식대로 이후 회기를 진행하다 보니 고객과의 연결감 향상에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번 수퍼비전은 고객을 더 잘 돕는 방향성 및 기술뿐 아니라, 코치로서 나라는 도구를 더 견고하게 세우는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작은 실수도 큰 배움이 되었고, 익숙했던 시선도 새로운 방향으로 보려고 재정립할 수 있게 되었으며, 고객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은 더 깊어지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좀 더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단단해지는 방향으로 계속 걸어가 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