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사리 Sep 29. 2024

데스 리뷰

2024 아르코문학창작기금 발표지원 선정작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가 울 때마다 비도 따라 내렸다    

 

화장실 문을 잠근 엄마는 손톱을 깨물었고

울음을 지운 아빠는 또 다른 울음을 찾아 떠돌았다      


폭풍우 치는 언덕을 빠져나오기 위해

폭풍처럼 성장한 아이는 

내내 지붕을 찾아 헤매 다녔다    

 

울음이 바람막이가 된 아이는 

봄이 와도 녹지 않는 

단단한 설움을 굴려 눈사람을 만들었다     

 

눈사람을 지워버린 하늘과 땅은

지붕이 되지 못한 기억마저 지워버렸다     


태어나서 한 번

성인이 되어 또 한 번

버려진 눈사람이 안길 품은 어디에도 없었다     


따뜻한 품이 되어 줄 옥상으로 올라갔다     


심장을 데우는 빛이 꺼지자 

아이는 단번에 차가운 눈으로 흩날렸다     


더 이상 집도 지붕도 필요 없는 

창밖으로 아이는 천천히 녹아내렸다    

 

밤이 깊도록 눈은 그치지 않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