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아르코문학창작기금 발표지원 선정작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가 울 때마다 비도 따라 내렸다
화장실 문을 잠근 엄마는 손톱을 깨물었고
울음을 지운 아빠는 또 다른 울음을 찾아 떠돌았다
폭풍우 치는 언덕을 빠져나오기 위해
폭풍처럼 성장한 아이는
내내 지붕을 찾아 헤매 다녔다
울음이 바람막이가 된 아이는
봄이 와도 녹지 않는
단단한 설움을 굴려 눈사람을 만들었다
눈사람을 지워버린 하늘과 땅은
지붕이 되지 못한 기억마저 지워버렸다
태어나서 한 번
성인이 되어 또 한 번
버려진 눈사람이 안길 품은 어디에도 없었다
따뜻한 품이 되어 줄 옥상으로 올라갔다
심장을 데우는 빛이 꺼지자
아이는 단번에 차가운 눈으로 흩날렸다
더 이상 집도 지붕도 필요 없는
창밖으로 아이는 천천히 녹아내렸다
밤이 깊도록 눈은 그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