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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사리 Sep 29. 2024

아프리카의 휴일

2024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발표지원 선정작

오아시스를 만날 수만 있다면

사막이 숲으로 변할 수만 있다면

휴일은 사라져도 괜찮겠다     


물동이를 짊어지고 황톳길을 걷는다

금 간 주말을 접착제로 이어 붙여 

온몸이 젖어야 사는 사람처럼 쉬지 않고 걷는다  

   

평일, 평일, 평일이 겹쳐서 

평생 휴일이 부러운 나는 젖은 신문지

팔을 걷어붙이고 물동이마다 비를 받아 모은다 

    

물의 기분을 알지 못하는 저녁은

펼쳐진 적 없는 우산

새장 속 새를 닮은,  

   

비를 걸어 잠근 발걸음은 

공휴일이 없는 일주일처럼 무겁다    

 

발이 부르트도록 

황토물을 길어 온 아이에게

목마름은 차라리 진흙으로 만든 쿠키   

  

날개가 뜯겨 나간 새가 

버스 승강장에서 멀어지는 장면을

물끄러미 지켜본다     


아무도 찾지 않는 휴일은 어떤 맛일까     


아침부터 저녁까지

깔때기로 걸러 낸 요일을 마신다     


손바닥으로 비를 가린 맨발의 아이가

천막집으로 뛰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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