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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사리 Sep 29. 2024

뼈의 재구성

2024년 아르코창작기금 발표지원 선정작

물고 빨고 훑고 뜯는,     


소꼬리뼈 

닭다리뼈

돼지목뼈

오리 발바닥뼈

하다못해 생선 가시까지,     


모두 뼈의 힘으로 살았다      


조이고 풀고 덧댄

뼈다귀로 종은 완성되고      


정강이뼈 부러진 곳을 접합하여

첫발을 뗀 순간이 있었기에

돌보다 먼저 석상이 된 순간이 있었기에

손톱으로 생살을 후벼 파도

아프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의 뼈는 유용한가

내 뼈에서 쓰임을 다한 꼬리뼈

뼈와 꼬리 사이에도

우선순위는 있는 걸까

도발하듯 질문이 질문을 밀어낸다     


온 힘을 다하다 

제풀에 지친 살갗은 내 뼈가 떠올린 난파선     


난바다를 표류하던 뼈는 

남은 임무를 잘 마무리할 수 있을까     


뼈를 맞추고 각을 잡는다

뼈다귀에 붙은 근육을 꽉 잡아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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