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발표지원 선정작
통나무 관 속에는
여태 울음을 버리지 못한 인골이
무릎을 구부리고 있다
깨진 접시를 붙이면
생사의 빈자리도 봉분처럼 볼록해질까
통형굽다리접시는
수천 조각의 뼈를 맞춘 후에야 비로소
죽음 바깥으로 빠져나온다
솜털 보송하던 어제와
뼈만 앙상한 오늘을 품어 안은
긴목항아리의 목구멍에는
목보다 긴 정적이 걸려 있다
뼈와 뼈가 부딪히자
인기척에 놀란 눈빛 하나
꺾인 허리를 펴고 저고리 앞섶을 여미고 있다
굽은옥 귀걸이가 딸랑거리자
볼 언저리부터 복숭앗빛이 차오른다
긴목항아리를 가슴에 안고
애기구지봉 쪽으로 걸어 나오는 여자
억새가 쓰러지는 평야를 굽어보며
지금 어떤 구릉을 지나고 있을까
손이 자라기도 전에
전시실 문은 닫히고,
책상 앞에는 지친 여자가
산더미처럼 쌓인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퇴근 시간은 멀기만 한데
순장된 여자가
뭉친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간다
뒤돌아보면
아무도 없는 텅 빈 사무실
밖에는 리을 자로 구부린 대한(大寒)이
저승사자처럼 버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