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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의 품격

2024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발표지원 선정작

by 김사리

어떤 접시에 담아야 할까


작고 오목한 접시를 꺼내 들다가

크고 넓적한 접시로 바꾼다


일품요리는 맛 내기 쉽지 않은 일

버터를 바르다 말고 참기름을 꺼낸다

어, 어……

마이크 시험 중, 마이크 수리 중

저마다 접시를 하나씩 들고 입장한다

탁자 위에는

수건이 덮인 접시가 다섯 개


모두의 입맛에 맞으려나


불러 봐도 꾀꼬리는 없고

낙지도 오징어도 문어도 아닌 무언가가

접시 위에서 데구루루 구른다


취향은 다를 수 있으니 염려하지는 마!

고깔모자는 모던하다

홍옥은 발칙하고

칼질한 부츠는 이목을 끈다


접시 위에다 부츠라니

걱정까지 올려놓는 건 좀 심하지 않나


조미료를 치지 않은,

늘 주요리가 문제다


얼마나 더 숙성시켜야 제맛이 날까

칼질한 너덜너덜해진 재료로

백지를 온전히 채울 수 있을까

빛과 어둠을 버무린 깊은 맛을 내려면

쥐구멍이라도 들락거려야 한다


젊게, 낯설게

흥미에 진정성까지 가미된 비법은

팔을 뻗어 좀 더 비틀어야 한다


해시태그를 치려다 말고

되레 요리저장소에 던져둔다


깨진 접시도 품격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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