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발표지원 선정작
젊은 날은
해뜨기 전부터 걱정이 많았네
꿀을 따러 꽃밭을 헤맬 때
향기란 그저 해내야 할 일
한낱 산더미같이 쌓인 일에 불과했네
밤, 유채, 아카시아, 잡화, 때죽나무꿀……
꿀이란 꿀은 다 맛보고 싶어
눈을 뜨고 잠을 자야 했네
가진 꿀은 나누어 가졌지만
정작 꿀의 마음은 헤아리지 못했네
그래, 너는 원래 꿀벌이니까
꿀을 모으는 게 당연하지
그런 너 때문에 나는 늘 외로웠어
이런 눈빛으로 쳐다보는 너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쉴 새 없이 꿀을 따 모았어
그러나 꿀 속에 갇혀 사는
바보스러운 내 모습을 알게 된 순간
병은 미끄럽고
병은 유리로 된 거대한 벽
단맛은 헤어 나오기 힘든 감옥
빠져나오는 유일한 방법은
조커를 집어 드는 일
매주 행운을 사 모았네
그러나 벼락 맞을 운명은
꿀물 떨어지는
생지옥에 갇혀 끝없이 추락하는 일
사탕처럼 흘러내리는 계단을 빨고 있었네
오를 수 없는 계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