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횟집

by 김민석

나와 민성이 형은 같은 곳으로 같은 시간에 출근한 뒤 같은 시간에 퇴근한다. 우리의 주 업무인 전화 상담 업무는 한쪽 눈과 손가락 하나 없이도 할 수 있는 일 중에 하나였으며 무엇보다 함께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선택했고, 모두 같은 시간에 점심시간이 시작된다.


“형, 저녁에 뭐 먹을지 생각해 봤어?”

“애들 먹고 싶은 것 먹겠지.”

“아니, 형도 생각이 있을 것 아니야.”

“없슈.”

“별 일없지?”

“없슈.”


저 대화는 진철이와 경훈이를 만나기 전까지, 그러니까 퇴근 후 집에서 청소를 하고 빨래를 돌리고 널고 다시 약속 장소에 도착하기 전까지 민성이 형과 나의 마지막 대화였다.

진철이와 경훈이 둘 다 회가 먹고 싶다고 했다. 횟집에서 싱싱한 활어회와 매운탕 그리고 새우튀김이 먹고 싶다고. 우리 넷은 조명이 아주 밝은 횟집에서 다시 만났다.


“모둠 회 큰 거랑 매운탕 큰 거 그리고 새우튀김 큰 거 하나 주세요.”

“소주는?”

“소주 두 병도 주세요.”


주문을 마친 뒤 수저와 젓가락을 놓고 물 잔에 물을 따랐다. 너무나 익숙한 일이었다. 하지만 떨쳐지지 않는 불안감이 느껴졌다. 그 불안감은 마치 아주 큰 호수에 깔려 있는 안개 같았다. 해가 지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은 듯한 그곳 정중앙에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호수. 그리고 바로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짙은 안개. 언제 밝아올지 가늠이 되지 않는 밤의 느낌은 불안감을 키워 가기에는 충분했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 전 기본 반찬들이 식탁 위에 놓였고 그다음에 소주 두 병이 놓였으며 나와 경훈이는 소주 뚜껑을 열었고 네 잔의 술잔을 채웠다. 꼴꼴 거리는 소리와 함께. 표면적으로는 아주 평범해 보이는 식사 겸 술자리 같아 보였지만 나는 완전하게 연기를 하고 있었다. 불안함을 느끼지만 불안해 보이지 않도록,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자연스러워 보이도록, 웃기지 않지만 웃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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