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족

by 김민석

나는 그 편지 봉투를 우편함에 그대로 꽂아 둔 채 계단 위를 한 동안 응시했다. 민성이 형이 의문의 편지를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불안감을 느끼는 나를 느끼며, 이 우편물들을 몽땅 오른쪽 한 손에 쥐고, 계단을 꾹꾹 누르며 올라간 뒤, 짐이 들린 왼 손으로 아무렇지 않게 문고리를 돌리고서, 무심한 척 신발장 위에 우편물을 올릴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했다. 뜯어보고 싶지만 뜯어볼 수 없었고, 묻고 싶지만 물을 용기가 안 났다. 고민 끝에 아무것도 못 본 것으로 하기로 했다. 그 이유는 우리끼리 가족이라고 정했지만, 가족 간 의 개인적인 것이 분명히 있고, 그걸 존중해야 한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왼손에 쥐었던 짐을 오른손으로 옮긴 후 계단을 천천히 올랐고 가벼운 왼 손으로 문고리를 돌렸다. 문을 열자 그새 다들 깨어났는지 대화 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라면 먹자!”하고 크게 소리쳤다.


라면이 끓어 가는 동안 진철이는 부은 얼굴로 낮은 식탁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경훈이는 일을 거들었다. 그런 진철이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탓인지 경훈이는 한숨과 함께 한 마디 했다.


“김치라도 꺼내지?”

멍하니 경훈이를 바라보던 진철이는 답했다.

“네 옆에 냉장고 있네.”

흔한 풍경이었다. 하지만 그날은 조금 달랐던 것 같다. 평소라면 일어나는 감정을 삼키었을 경훈이가 감정을 키웠다.

“너는 꼭 아침에 가만히 있더라? 민석이 형, 민성이 형은 아침 차리는 게 편안해서 움직이는 줄 알아? 좀 거들지?”

“갑자기 왜 시비야. 좋게 얘기하던가.”


본능적으로 일촉즉발의 상황이라는 것을 모두가 감지할 수 있었다. 민성이 형은 둘을 중재하였고 불편한 분위기 속 아침 식사는 시작되었다. 경훈이는 분이 풀리지 않은 것에 대한 시위를 온갖 형태를 동원하여 티를 냈지만, 진철이는 경훈이의 모습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로 라면 먹는 것에 집중했다. 침묵 속에서 음식을 섭취하는 소리만이 진동했다. 그러던 중 민성이 형이 다시 중재에 나섰다.


“우리 오늘 저녁은 외식할까?”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외식에 잘 나서지 않았기에 침묵을 깨기에는 아주 훌륭한 주제였다. 진철이와 경훈이는 그 한 마디에 즉각 반응했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곧장 둘은 무얼 먹으면 좋을지에 대한 이야기로 계속해서 들뜨는 모습을 보였다. 집에서 만들어 먹기가 어렵거나, 만들어 먹어도 그 맛이 잘 나지 않는 음식들이 주로 언급이 되었고, 민성이 형과 나는 눈으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한숨 놓았다. 하지만 진철이와 경훈이가 일을 마치는 시간은 일반 음식점이 문을 닫는 시간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그러한 요소도 고려해야 했다. 넷은 각자가 먹고 싶은 메뉴들을 하루 동안 고민해 보자는 의견을 끝으로 식탁을 정리했고 각자 일터를 향 할 준비를 하였다.

나와 민성이 형은 과거의 사건 이후 휴업급여를 받으며 치료를 받았었다. 각자의 정도의 장해등급을 판정을 받게 되었고 민성이 형은 장해등급 12등급, 나는 11등급으로 판정받았다. 최대 1년 동안의 휴업 급여가 지급된다고 하였고 우리는 1년 꽉 채우며 열심히 치료를 받았으며, 일자리에 대한 프로그램 지원도 받을 수 있었다. 사고 당시 극심한 우울감을 느끼며 보냈던 시간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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