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민석

나와 민성이 형이 닿았던 것과 진철과 경훈이가 닿았던 인연처럼. 선술집에서 넷의 인연은 약속된 것처럼 완전히 붙었다. 우리는 각자의 재산을 긁어모은 뒤 에서야 낡은 주택의 전셋집에 입주할 수 있었다. 하나에서 둘 그리고 각각의 둘이었던 그들의, 그들 만의 둥지가 탄생했다. 손봐야 할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었고, 곰팡이와 거미줄을 찾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었으며, 불안해 보이는 실 금도 찾을 수 있었지만. 주먹으로 툭-툭 쳤을 때 아직 단단함이 느껴졌기에 충분히 안심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이곳이 영원한 보금자리라고 믿었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믿지 아니할 이유가 없었다. 출신과 나이가 다 다르고 성격과 혈액형이 다 달랐다. 가족이 없다는 것을 제외하면 모든 것이 다 달랐던 넷. 이런 인연은 보통이 아닐 것임이 당연지사기에 영원을 믿지 아니할 이유가 없었다. 그들은 그곳에서 행복하고 평범한 일상을 보냈다. 하지만 그들은 저 멀리 희미한 곳에 뱀 한 마리가 기어 오고 있다는 것은 전혀 눈치재지 못하고 있었다.


“재개발된다는 소식 들었어?”하고 물었던 자정의 저녁 식사. (공기가 평소보다 차가운 것은 계절의 변화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민성, 경훈은 알고 있었지만 대답은 처음 듣는 사람처럼 대답했고, 진철이는 그 사실을 전해 들었지만 완전히 잊었기에 정말 처음 듣는 사람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내 민성이 형은 “쟤 개발이 문제냐, 자기 계발도 안 되는 나한테.”라며 가벼운 말장난으로 주제를 넘기려 하는 것 같았다. 주제에 대해 더 이야기를 꺼내고 싶었지만 민성이 형의 의도가 느껴졌고 아직 재개발 기간이 여유가 있었기에 더 이상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자연스레 식사는 다시금 진행되었고 시간이 흐르자 술상을 넘나들었다. 다들 적당히 취했을 무렵 다 같이 담배를 피우러 나가려 문을 여는 순간 쌓여 있던 소주병들이 쓰러지며 그중 하나가 깨지고 말았다. 다행히 그 누구도 다치지 않았고 경훈이가 옆에 있던 빗자루와 쓰레받기로 깨진 조각들을 쓸어 담았다.


여느 날처럼 모두 술에 절은 채로 잠에 들었고 아직 모두 잠에 취해있다. 하지만 나는 숙취와 함께 동반된 찝찝함이 평소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눈을 뜨게 만들었다. 이상하게 뒤척였던 탓인지 온몸에 불편한 감도 느껴졌는데 잠을 설친 것의 이유가 어제의 민성이 형이 자꾸만 신경이 쓰여 그랬던 것 같았다. 평소 장난기가 많지만 중요한 이야기를 꺼낼 땐 엄숙한 모습으로 잘 들어주었는데 너무 급하게 분위기를 바꾼 것은 아닌가 하는. 나는 그 찝찝함을 뒤로한 채 해장할 만한 거리가 있는지 살폈다. 하지만 어젯밤의 술난리 때문인지 냉장고는 텅텅 비어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집 근처 마트를 향했다. 숙취 때문인지, 유난히 무거운 발걸음이라 계단을 내려가다 발을 헛디딜 뻔하기도 했다. 정신을 다시 차린 뒤 마트에 도착해, 라면 여섯 봉지와 콩나물 한 봉지를 산 뒤 집 앞에 도착했다. 계단을 올라가기 전 시선이 지나 친 우편함으로부터 낯선 풍경이 느껴졌고, 그 이질감에 우편함을 한 동안 응시했다. 대게 집으로 발송되는 것들은 공과금 관련된 지로 문서 혹은 동네 마트 전단지가 전부였으나, 누가 보아도 아주 일반적인 편지 같은 것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구름에 가려져 그늘 진 그 우편함으로 호기심 어린 나의 오른손이 그 편지를 뽑아냈고, 가까이서 보니 봉투는 생각보다 낡아 있었으며 예상했던 것보다 더 무게감과 두께감도 느껴졌다. 그리고 겉면에는 보낸 사람 주소지에는 외래어 같은 것이 적혀 있었으며, 받는 사람은 우리가 살고 있는 곳 주소와 김민성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否형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