否형제

by 김민석

진철이는 몇 군데를 향해 어색한 인사를 한 뒤 안경잡이 사내 옆에 앉았다. 그도 분명 진철이와 같이 아무것도 모를 것이라 예상했지만, 어색한 침묵을 깨기 위해 ‘그냥 기다리고 있으면 되나요?라는 질문을 던졌고, 그는 당연하단 듯이 ‘잘 모르겠습니다.’하고 대답했다. 또다시 흐르는 어색한 공기를 참을 수 없었던 진철이는 통성명을 제안했고 그는‘임경훈입니다.’ 라며 퉁명스럽게 대답했으며, 진철이는 목에 조금 힘을 실어 ‘하진철입니다,’로 맞대응했다. 그렇게 철제 의자가 주는 불편한 느낌이 강해질 때 즈음 학원 선생님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가 임경훈을 먼저 호명하였고 진철이는 자신이 다음 차례라는 것은 자연스럽게 눈치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차례는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왔다. 예상보다 긴장이 깊었던 그는 화들짝 놀라며 몸이 크게 반응했는데 그 모습을 감추기 위해 재빠르게 상담실로 향했다. 상담을 해준 선생은 자신을 연기 학원의 대표이자 ‘기 코치’로 소개했다. 연기 기술을 가르치는 기 코치와 실전 연기를 가르치는 ‘실 코치’가 있다고 했으며 실 코치는 추후에 만날 수 있을 거라며 건넨 커리큘럼은 진철이의 첫인상과 상반되는 아주 진지하면서도 흥미로웠으며 또, 깊어 보였고 그는 결심했다. 진철이는 다음 날 곧바로 수업의 시작종을 울릴 수 있었다. 아직 긴장이 풀리지 않은 탓으로 한 시간이나 일찍 도착했지만 그보다 더 이르게 도착한 학생이 있었는데, 임경훈이었다. 둘은 마치 피할 수 없는 운석의 충돌처럼 부딪혔고 그날 이후로 떨어진 적이 거의 없었다. 마치 우애가 깊은 형제처럼.


서울의 삭막한 기운과 사악한 집 값으로 인해 둘은 몇 차례 논의 끝에 집을 합쳤다. 크기를 좀 늘리며 월세도 아낄 수 있었고, 시장에서 장을 보아 음식을 함께 해 먹으면 식비도 줄일 수 있었다. 아, 다행인 것은 서울에 먼저 상경한 경훈이는 동네에 있는 일본식 선술집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같은 시간 근무자가 연락도 없이 그만두는 바람에 진철이는 경훈이와 같은 시간에 아르바이트도 할 수 있게 되었고, 그들은 서로 의지하며 생계를 꾸려 나갔다. 둘이 급속도로 가까울 수 있었던 이유는 큰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둘 다 보육원 출신이었던 것이다. 각자의 사정은 조금씩 차이를 보였지만 이 넓은 하늘 아래 두 명의 보육원 출신의 아이들이 연기학원에서 만난 것은 아주 특별한 사건인 것이었다. 동갑내기였지만 외모부터 성격, 취향, 태어난 날 등 다른 것 투성이에 싸우는 날도 잦았지만, 그들은 서로를 형제라고 생각했다. 어느 날 경훈이는 책에서였는지 인터넷이었는지 출처가 불분명한 정보 하나를 되짚으며 진철이에게 말했다.


“진철, 가족에게 더 화 내고 짜증 내고 하는 건. 뇌가 나를 인지하는 영역에 가족이 가까이 있어서 그렇대. 그러니까. 인지의 영역에서 타인의 영역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나를 인지하는 영역에 있다는 거야.”

“그래? 신기하네,”

“신기하지. 신기한데. 우리도 자주 짜증 내고 싸우고 하잖아.”

“그건 네가 매 번 꼴통처럼 반대로 행동하니까 그런 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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