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유튜버가 되어야 할까?

유튜브 아티스트 햄스터 운영기

by crescere

나의 일과는 유튜브를 보는 것에서 시작해서 유튜브를 보는 것으로 끝이 난다. 알고리즘은 내가 자주 듣는 노래와 자주 보는 유튜버의 영상을 화면에 띄워준다. 이렇게 매일 이용하는 데도, 처음 유튜브를 시작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끼 많은 유튜버처럼 얼굴을 화면에 노출할 용기도 없었고, 나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취미 또한 없었다. 내 스스로가 개성이 없는 무색무취의 인간이라 유튜브를 했을 때 어떤 것을 시작해야 할지 몰랐었다.

하지만 이런 나와는 다르게 내 또래 친구들과 주변 친구들은 자신만의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성과도 내고 있었다. 톡톡 튀는 매력이 있고, 다방면으로 활동하기 좋아했던 친구는 브이로그 콘텐츠를 꾸준히 제작했다. 다양한 과외활동을 통해 어려운 내용을 쉽게 설명해 주는 것에 재능이 있던 친구는 교양 콘텐츠를 만들어 3만 유튜버가 되었다. 광고 기획자가 꿈인 친구는 자신이 만든 시각디자인 영상을 꾸준히 업로드하여 1,000명의 구독자를 모았다. 이런 친구들을 주변에서 보면서 나도 나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꿈을 꾸었지만, 여전히 생각만 할 뿐이었다.

이런 나를 유튜브를 제작하게 한 것은 다름이 아닌 ‘현타’였다. ‘현실타격’을 줄여서 부르는 그 ‘현타’가 맞다. 나는 방송국 PD의 꿈을 꾸면서 프리랜서 막내 작가와 조연출로 근무했었는데, 내가 일하던 방송 환경은 꿈꾸던 것과 많이 달랐다. 나는 방송일을 시작하게 되면 내가 만든 영상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선배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결정하면 그걸 그대로 따라야 했고, 어쩌다 내가 아이디어를 낼 기회가 오더라도 그 아이디어는 다른 의견들에 치여서 원래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아이디어가 됐다.

나는 이 과정을 거치고, 내가 메인 작가 혹은 메인 PD가 되면 아이디어를 펼칠 기회가 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방송국에서 일을 하고 이곳의 분위기를 읽어가면서 그건 나의 착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방송국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할 기회는 메인 PD라고 아무나 주어지는 기회가 아니었다. 메인 PD들 중에서도 실력이 검증되어야만 주어지는 것이었다. 방송 콘텐츠보다 품이 덜 드는 디지털 콘텐츠도 예외는 아니었다. 계약직 조연출로 근무했던 나는 회의 시간에 조차 참석하지 못했고, 근무를 하면서 조금씩 생각해 낸 아이디어를 선배한테 말했을 때 ‘나대지 마’라는 충고를 들었다. 방송국 내에서 내 콘텐츠를 만들려면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험난한 길이 예상됐다.

방송국 내에서 겪었던 일들로 나는 ‘오기’가 생겼던 것 같다. 방송국 조연출과 막내 작가로 근무하면서 자료 조사는 계속해 오던 일이었고, 편집도 할 수 있었기에, ‘아무도 안 시켜주면 내가 하면 된다’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다. 예술 작품을 소개하는 쇼츠 콘텐츠인 ‘아티스트 햄스터’라는 채널로. 예술 작품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막내 작가를 하면서 해온 자료 조사 능력으로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무엇보다 예술 작품만 보여주면 됐지, 내 얼굴을 드러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부담감이 줄었다. 그렇게 나는 나만의 채널을 갖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모두가 자신만의 개성으로 영상을 만들 수 있는 좋은 시대에서 왜 진작에 유튜브를 시작하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무언가를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에 나처럼 어떤 영상으로 시작을 해야 할지, 내가 좋아하는 건 뭘지,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 퀄리티를 만들 수 있을지라는 고민이 쌓여 시작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럴 때는 내가 잘할 수 있는 이야기부터 혹은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일단 내가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면 영상이 쌓일수록 인사이트는 늘어 더 성장할 날만 남아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