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
장기 출장을 다녀온 아들이 드디어 약속했던 '태블릿'을
사들고 왔다.
오자마자 배고플 텐데도 '태블릿'부터 개통하느라 정신이 없다.
"밥 먹고 해~"
"아닌데~ 엄마 빨리 와 봐~"
그렇게 둘이서 머리를 맞대고 앉아서 열심히 하고 있는데 남편이 밥부터 먹자고 성화를 해대니
"아빠, 엄마 이것부터 좀 해주자."
그러자 우리 남편 삐져서 방으로 들어간다.
(잘 삐짐 주의)
남편이 좀 예민한 것 같아서 아들한테 밥부터 먹고
하자고 했더니 그새 다 되었는지
"엄마, 얼굴 인식으로 할까? 지문으로 할까?"
"응, 얼굴인식~" 했더니 얼른 사진을 찍고서는 꺼진
화면 두 번 치고 얼굴을 보여주니 화면이 열렸다.
그게 재미있는지 울 아들이 자꾸 얼굴을 갖다 대라고 해서 같이 웃었다.
참 신기하기도 하고.
엄마가 좋아하는 노래를 온 집이 떠나가게 볼륨을 올리고서 식탁에 세워놓고 "울 엄마 행복한겨?"
울아들이 더 좋아라 한다.
남편은 이미 영혼이 가출한 듯...
울 아들은 값싼 '태블릿'을 사용하면서도 아무리 기능이 많아도 좋아도 워낙에 기계치라 사용할 줄도 모르는 엄마에게는 이렇게 좋은 '태블릿'을 사준다.
밥도 먹는 둥 마는 둥...
한참을 둘이서 '태블릿'의 다양한 기능과 화질 그리고 음질에 감탄하면서 그렇게 시끌벅적 요란스럽게 좋아하다가 "엄마, 이제 됐지? 나 그만 가볼게." 하며
문 앞에서 두 팔을 있는 대로 크게 벌리고 서서 오라고 하더니 엄마를 꼭 안아주고서는 기분 좋아라 하면서 갔다.
아들이 가고 나서 세수를 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려고 '태블릿' 꺼진 화면을 두 번 두드렸더니
'얼굴 인식이 안된다고...
평소에 화장을 진하게 하는 사람도 아닌데, 화장을
지우니 '태블릿'이 나를 못 알아본다.
뜨악해하며 '비밀번호'를 입력하자 화면이 열린다.
역시! 아날로그가 최고야!!!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이렇게 너무나 행복한 하루가 저물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