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온 미래(장강명)

by 궁금하다

층간 소음은 사람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 중에 하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옆집이나 윗집에서 부부싸움이 벌어질 때, 그 치열한 다툼을 안전한 방 안에서 듣고 있는 나 자신을 떠올려 본다. 혹은 베란다에서 우연히 바깥을 내려다보다가 누군가가 치고 박고 싸우는 장면을 목격할 때의 나를 생각해 본다. 나 자신의 안녕이 보장된 상태에서, 타인이 생사의 결투를 벌이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큼 호기심과 자극적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일이 또 있을까.


내가 읽은 이 책의 흡입력은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한다.(이 책은 소설이 아니지만 바둑계에서 벌어진 서사가 소설보다 더 오싹하고 박진감이 넘친다. 바둑계라는 옆집에 벌어진 난리?) 즉, 이 책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믿고 싶었던 미래가 이미 우리 앞에 와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이 책의 전반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바둑은 작가가 말하고 싶은 미래 이야기를 하기 위한 유인책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 당시, 많은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결코 인간을 바둑에서 넘어설 수 없을 것이라 확신했다. 바둑은 단순한 계산의 영역이 아니라 직관과 예술, 인간 정신의 결정체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싱겁게 끝났고, 그 이후 바둑에서 인간은 다시는 인공지능을 넘어서지 못하는 존재가 되었다. 이 사건 이후 프로 바둑 기사는 이전과 같은 아우라를 유지할 수 없었고, 평범한 프로 기사(세계 랭킹 상위에 있지 않은)와 사범들은 더 이상 절대적인 존경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작가는 이 책에서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바둑 기사와 사범들을 인터뷰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들이 느끼는 상실감은 단순히 직업적 위기의 문제가 아니다. 자신이 평생 갈고닦아 온 능력이 한순간에 ‘구시대의 기술’로 전락하는 경험, 그리고 그 과정을 지켜보는 사회의 냉담한 시선이 함께 작동한다. 인간은 패배했지만, 그 패배는 너무나 조용히, 그리고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소비된다.

그리하여 책에서 반복적으로 강조되는 것은 기술의 발전 그 자체보다도, 그 발전을 바라보는 인간의 태도이다. 인공지능은 인간을 적대하지도, 조롱하지도 않는다. 다만 압도적으로 잘할 뿐이다.

이 책이 불편한 이유는 여기 있다. ‘먼저 온 미래’는 특정 직업군의 이야기로 보이지만, 실은 언젠가 내 차례가 될지도 모르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번역가, 기자, 작가, 교사, 심지어 예술가까지도 예외가 아님을 책은 여러 사례를 통해 보여 준다. 인간이 잘한다고 믿었던 영역이 하나씩 무너질 때, 사회는 그것을 비극으로 기억하기보다 효율과 진보라는 이름으로 정리해 버린다.

그렇다면 미래 사회에서 인간은, 아니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책은 명확하고 구체적인 행동강령을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인간이 기계와 같은 방식으로 경쟁하려 할수록 패배는 더 빨라진다는 점이다. 계산의 정확성이나 속도에서 이길 수 없다면, 인간은 다른 지점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야 한다. 질문을 던지고, 의미를 해석하고, 책임을 지고, 타인의 삶에 윤리적으로 개입하는 일은 아직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영역이다.

이 책을 덮으며 나는 더 이상 안전한 방 안에서 미래를 구경만 하고 있을 수 없다고 느꼈다. 누군가의 몰락을 흥미롭게 바라보는 관전자에서 벗어나, 변화의 한복판에서 스스로의 역할을 끊임없이 묻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온 미래는 이미 도착해 있고, 그 미래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는 결국 나의 선택과 태도에 달려 있다.


p.s.

위의 글은 인공지능이 쓴 글이다.(능청스럽게도 '나'를 갖다 쓴다.)


초반부 도입을 직접 쓴 후 그걸로 나머지 글을 쓰라고 했다. 윗글의 중간 이후 부분은 챗GPT의 글을 그대로 붙여 넣었다. 글 한 편 뚝딱이다.(사실 나는 매주 독후감을 쓴답시고 한두 시간씩을 써왔었다. 헐)

그러면 여기서부터 나의 존재론적인 고민이 시작된다. 인공지능이 나보다 나은 글, 맞춤법 오류도 없는 글을 써주는데 나는 왜 독후감을 쓰고 있을까?


이 책을 읽는 과정에서 나는 일단 바둑계의 증언이 재미있었고, 다음은 나도 ai로 돈 되는 글쓰기(웹소설이라든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마음이 들떴다가, 거대한 시류의 변화에 무력감을 느꼈다가(현대 자동차 노조가 로봇을 반대한다는 것이 부질없다고 생각하며), 불과 십 년 후 정도에 나와 내 자식들은 어떻게 될까? 싶어 공포를 느꼈다가, 기술의 발전에 가치를 부여하기보다는 가치를 먼저 우선해서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작가의 말에 소심하게 찬성하는 상황이 되었다.(비록 의미가 있나 싶더라도)


그래서 다시

책을 읽고 정리하는 이 과정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야말로 취미?

글쓰기 연습?


고민은 끝이 없고 정답도 모르겠다. 그 와중에 불현듯

현대의 스티브 잡스나 일론 머스크 같은 기술 기업가가 예언자나 선지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끝없는 생각들을 하게 해주는 책.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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