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으로 반은 먹고 들어갔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데 죽어버렸다니..... 죄 없는 자의 억울한 삶, 희생의 삶, 조그만 영혼이 결국 죽어버렸구나. 파트라슈와 함께 세상을 떠난 '네로'가 떠오르는 그런 제목이었다. 마침 하재영 작가에게 관심이 생겨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을 빌려보려다가 작가가 이런 제목을 쓰게 된 연유가 된 작품인 것 같아서 먼저 읽어 보았다. 하지만 핀트가 어긋난 것은 책을 대출할 때부터가 아니었을까? 분류 기호 앞에 J가 붙어 있고, 아무리 찾아도 책이 없길래 사서 분에게 물어봤더니 어린이 도서!
어린이 도서라고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마치 저학년 도덕 교과서에 실으면 딱 좋겠다 싶은 느낌을 받았다.
작가는 소설 속(아니 소설이 아니라 다큐라고 해야 하나?) 주인공인 한스 숄과 조피 숄의 누이다. 그리고 한스 숄과 조피 숄, 크리스토프 프로프스트, 알렉산더 슈모렐, 빌리 그라프, 쿠르드 후버는 백장미단의 멤버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처형당했다.
남매와 백장미 단이 나치에 저항하는 전단지를 제작해서 뿌리다가 검거되어 사형을 당하는 이야기다. 남매는 용감했고, 안중근 의사 못지않게 의연했다.
다음은 어떤 간수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그들 남매는 매우 용감했습니다. 감옥에 있는 동안 그 점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바로 그 때문에 우리 간수들은 감히 그들 세 사람을 함께 불러서 한 번 만나게 해 주는 일을 해보자고 했지요. 우리는 그들이 함께 담배 한 대라도 태울 수 있게 해 주고 싶었습니다. 단 몇 분간이라도……. 하지만 저는 그 순간이 그들에게 의미 있었으리라 믿습니다.
“나는 죽는다는 것이 이렇게 쉬울 줄은 미처 몰랐어.”
크리스토프 프로프스트가 말했습니다.
“몇 분 후 천국에서 다시 만나자.”
그리고 나서 그들은 처형장으로 끌려갔습니다. 우선 여자인 조피로부터, 그녀는 눈썹 하나 까닥하지 않고 처형되었습니다. 우리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지요.
남매와 백장미단을 폄훼하려는 게 아니다. 나치라는 전체주의 괴물 앞에서 그렇게 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이 흔할까? 권력과 주먹 앞에 분연히 나설 수 있는 사람이 흔할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그렇게 했다. 어떻게 보면 평범한 소시민이었을 뿐인 그들은 그렇게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까지 그들의 내면은 어땠을까? 도로에서 위협 운전을 하며 따라오는 사람 정도도 다리가 후들거리는 보통 사람이라면 그 마음속에서 온갖 번뇌가 꿈틀거리지 않았을까? 사랑하는 가족을 위험에 처하게 하는 행위들을 하면서 그 마음은 그렇게 선명하기만 했을까?
실제 있었던 일이고 그 누나가 쓰긴 했지만 장님 코끼리 만지듯, 단편적인 모습만 보게 되는 것 같아서 아쉽다는 생각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