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최고의 극작가 셰익스피어가 낳은 문제적 인간 햄릿
있음이냐 없음이냐, 그 간극에서 존재의 비극을 탐색한 극문학의 정수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의 백미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내가 햄릿을 펼치며 기대했던 것은 무엇일까?
박진감 넘치는 사건 전개, 섬세한 심리 묘사, 개성 넘치는 인물의 특별한 매력, 물 샐 틈 없는 구성
오, 그리하여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책을 놓지 못하고 마지막 장까지 달리는, 그런 거였나?
왜 나는 내 마음대로 상상해서 기대하고 내 마음대로 실망하고 말았을까?
셰익스피어라는 이름에 떠오르는 수많은 이미지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로미오와 줄리엣부터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이 만들었던 화려한 영화 장면들.
자극적인 그런 이미지들을 셰익스피어의 원작에서 기대하지는 않았을까?
그리고 또 희곡이라는 익숙지 않은 형식.
상상력이 필요한데 상상하기가 귀찮다. 뭐 이런 기분?
변명을 하자면
이 극은 1601년에 쓰인 작품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400년도 더 되었고, 이후에 수많은 해석으로 덧칠되었다. 있는 그대로 이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불가능해지지 않았을까?
비록 400년 전에는 참신하고 충격적이라고 했더라도
지금은.......
예를 들어 우유부단한 인물의 대표가 되어버린 햄릿.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인물
그리고 그에 대한 해석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비평이 유명하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남자아이가 어머니에게 강한 성적인 애착을 느끼고 아버지를 경쟁자로 인식하는 심리적 경향)로 인한 내적 갈등.
이런 해석은 굉장히 설득력이 있었고, 어렸을 때 나는 정답을 얻은 듯 생각했다. 어머니는 내 사랑의 대상이며 아버지를 독살한 숙부(클로디어스)는 나와 공범인 것이다. 말로 드러내놓지는 못하지만, 그런 심리를 가진 햄릿은 우유부단해질 수밖에.
아. 이렇게 깔끔하고 명확한 해석이라니......
그렇게 햄릿은 우유부단한 인물이 되었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극에서 햄릿은
유령으로부터 아버지의 독살 내막을 듣는다. 그리고 그에 대한 복수를 계획한다. 클로디어스 왕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연극을 이용해 왕의 반응을 떠본 후, 결국, 레어티즈(재상의 아들)와 클로디어스 왕을 모두 살해하고, 자신도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거트루드 왕비는 햄릿의 죽음을 슬퍼하며 자살을 하고.
이 과정에서 재상도 죽고, 자신이 사랑한 여인 오필리어도 죽지만 복수를 완수하는 햄릿이다.
연극을 이용해 왕의 반응을 떠보는 햄릿은 신중하고 교활하다고 해야지 우유부단은 당치 않다.
to be or not to be의 해석이 분분한 모양이지만 그것이 중요한가 싶다.
복수의 과정에서 생겨나는 당연한 인간적 고민 아닌가?
복수를 계획했고, 복수를 완수했다.
단순하게 이 극을 정리하면 이렇다. 많은 사람들은 햄릿을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면서 잘난 체하지만, 나는 그런 복잡한 해석이 너무 버겁다.
사람들의 호들갑은 중2병에 걸린 아직 덜 여문 햄릿을, 인간 존재에 대해 고민하는 문제적 인물의 대표처럼 만들어버렸다.
햄릿 자, 어머니, 무슨 일입니까?
왕비 햄릿, 너는 네 아버질(현재의 왕 클로디어스) 몹시 화나게 했다.
햄릿 어머닌 제 아버질(독살당한 왕, 햄릿의 아버지) 몹시 화나게 했죠.
왕비 저런, 저런, 가벼운 혀로 대답하는구나.
햄릿 이런, 이런, 사악한 혀로 질문하는군요.
자, 햄릿과 어머니의 대화이다.
나는 어머니와 대화하는 되바라진 소년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래도 나는 햄릿을 읽기에는 너무 교양이 부족한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