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현감 귀신체포기1,2(김탁환)

by 궁금하다

존경하는 선배로부터 '김탁환'이라는 작가에 대해서 듣고부터

나는 빨리 김탁환을 읽고 싶어 조바심이 들었다.

더구나 남성작가인 만큼 '내면의 진정성, 비대한 자아' 이런 것들은 별로 없겠지?(어디까지나 선입견이겠지만)


도서관에는 김탁환의 작품들이 서가에 많이 꽂혀 있었고 무엇부터 읽을지 고민될 정도였다. 게다가 이 작가는 특이하게도 다른 사람과 함께 쓴 작품들이 여러 권이었다.

이원태와 김탁환 그리고 정재승과 김탁환 등(나는 오롯이 김탁환만 보고 싶은데.....)

게다가 장편소설도 한 권이 아니라 보통 두세 권...... 쩝.

할 말이 그리도 많은가?

의심 반, 기대 반

그래서 나는 그중 짧고 그림도 많은 이 작품을 골랐다.

다 읽고 나면 양념 반, 후라이드 반만큼 만족스럽길 기대하며......


그러나

결론적으로 이 작품은 썩 매력적이지는 않았다.

부산스럽고 정신없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부여 현감 아신이 들려주는 모두 10가지 이야기이다.


그는 매번 ‘조선조의 수사관’이 되어 10가지의 다른 사건들을 풀어나가려고 한다. 작가는 이들 이야기는 모두 옛 설화들에서 캐내온 것이라고 밝혔다. 현실과 환상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몽상 같은 기괴한 이야기들이 만화경처럼 펼쳐진다. 아신 앞에 던져지는 사건은 이런 것이다. ‘800년 동안 자살한 이라곤 한 명도 없는 낙화암에서 하루 한 명 꼴로 투신하는 이가 생긴다’ ‘반야산 기슭에 세워진 돌부처가 처녀의 발목을 잡아 기절시켜 끌고 간다’ ‘2월 보름만 되면 열 살 사내애가 백마강에 빠져 죽는데 시신을 찾을 길이 없다’ 등등. 아신은 무예와 추리력에서 누구 못지않지만 문제를 풀어나가다가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하곤 한다. 전우치가 이때마다 해결사로 나선다. 전우치는 이들 문제가 인간이 풀 수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요물과 귀신들의 짓으로 보고 힘겨루기에 나선다.(동아일보 권기태[문학예술]‘부여 현감 귀신 체포기’…귀신 잡는 사또 납신다)


기본적으로는 아신과 전우치의 콤비가 사건을 해결하는 구조이고, 거기에 아신과 비구니 스님인 미미의 사랑 이야기가 엮여 있다.

작가는 이러한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참신하게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한 모양이다.


첫 번째로는

현대의 '나'와 친구 동철동이 러시아로 가서 무용수 콘차로바를 만나는데 알고 보니 흡혈귀였고 매력적인 콘차로바에게 목을 내준 후 과거의 나(아신)와 동철동(전우치), 콘차로바(미미 스님)가 엮인 전생 이야기를 하게 되는 구조.


두 번째로는

문장을 이리저리 색다르게 배열하는 모습.











그리고 큼지막하고 시원시원하게 실려 있는 삽화들.













더구나 이 소설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나(아신)는 경상도 사투리를 쓰고 친구인 전우치는 표준말을 쓴다.


이 모든 것들은 독자들에게 신박함을 주려는 '낯설게 하기'로서의 노력?

이 노력은 과연 독자들은 그야말로 환상의 세계로 빠뜨렸나?


욕봤다. 애썼다.

이런 생각은 들지만.....


삽화들은 나의 상상력을 오히려 발목 잡는 느낌이었고(나의 상상과 괴리되는 그림들)

주인공 아신이 쓰는 사투리는 어색하게 느껴졌다.(나중에는 그래도 익숙해졌지만)


그러니까 나는 등장인물들에게 공감할 수 없거나 매력을 느끼지 못하면 몰입하기가 힘들어진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천하제일의 도술가 전우치가 마음에 드는 이성을 유혹하기 위해서 하는 행동들을 보라.


“알겠어요.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낭자 앞에 나타나지 않으리다. 약속하오.”

“좋아요.”

전우치는 나를 향해 오른손을 들었다 내렸다. 이제 저 여자는 내게 흠뻑 빠질 걸세, 하는 신호였다. 나도 오른 주먹을 흔들어 보였다.

전우치가 양손을 짚고 공중제비를 넘었다. 그다음엔 오른손만으로 제비를 넘었고, 그다음엔 왼손만으로 넘었다. 그리고 손을 짚지 않고 공중제비를 넘었다. 여기까지는 광대 패들도 곧잘 하는 수준이었다. 전우치가 두 발을 좌우로 뻗으며 날아올랐다. 그리고 허공에서 공중제비를 두 번 연속으로 넘은 다음 내렸다. 규심홍의 눈이 조금 커졌다. 이번에는 네 번 허공을 돈 다음 내려왔고, 그다음에는 여덟 번 허공을 돌았다. 나도 모르게 손뼉을 짝 하고 쳤다. 규심홍의 입가에도 미소가 흘렀다.

“재미나네요. 우리 집 하오하오가 하는 재롱을 사람도 하는군요.”

그녀가 휘파람을 불자 하얀 강아지 한 마리가 마당을 가로질러 대청마루로 올라왔다. 규심홍이 허리를 숙여 강아지 머리를 쓰다듬었다. 강아지가 찡 소리와 함께 마당으로 뛰어내려 갔다. 양손으로 앞공중제비를 돌았다.

전우치는 오색 부채를 폈다. 슬렁슬렁 부채를 부치기 시작했다. 그 바람에 실려 향긋한 꽃 내음이 마당 가득 밀려들었다. 그때 나는 보았다. 규심홍 눈매가 점점 더 날카로워졌다.

전우치는 그녀의 표정은 살피지 못한 채 주를 외우느라 바빴다. 그녀가 함박웃음을 지으리라 믿고 있는 듯했다.

전우치가 부채에서 왼손을 놓았다. 오른손마저 놓았다. 부채는 떨어지지 않고 허공에 떠 있었다. 떠 있을 뿐만 아니라 나무가 자라듯 점점 커졌다. 처음에는 전우치의 가슴과 배를 가리더니 곧 전우치의 몸 전체를 감쌌다. 순간 부채가 접혔다.

전우치 양손에는 한 아름 붉은 국화가 들려 있었다. 보기에도 풍성하고 아름다운 꽃다발이었다. 전우치가 성큼 대청마루로 올라와 꽃다발을 규심홍에게 내밀었다. 꽃 내음이 섬돌에 선 나에게까지 퍼졌다. 전우치 얼굴엔 자신감이 가득했다. 한바탕 멋진 재주를 뽐낸 것이다.

“내 마음이오. 받아 주오.”


뭐야?

웬 공중제비?, 꽃다발?


누구말마따나

이게 정말 최선입니까?


나는 일단 김탁환에 대한 나의 호불호를 보류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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