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내 계획은 이랬다.
밀의 자유론의 읽고, 롤스의 정의론을 읽어야지.
그러면 누구 말마따나 이 시국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지혜가 조금 생기지 않을까?
그러면 그 무슨 현자처럼 형형한 눈빛으로 지인들에게 이 시국을 설명해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 속에서 벌어지는(어찌 보면 구역질 나는)
그리고 한 치 앞을 알 수 없게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한 분노에서
놓여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결과적으로
자유론을 읽고 난 지금은
과연 '자유'라든지, '정의'라든지 이런 것들을 책으로 배울 수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한다.
물론
밀이 대단하기는 하다.
19세기, 우리나라에서는 실학자들이 활동하던 시기다.(그 역사 교과서에서 본, 농업 생산력 향상, 상공업 진흥, 서양 문물 수용 등을 주장하던 그 실학자들 말이다. 굉장히 오래된, 왠지 모르게 저 먼 과거 같은 느낌이다)
밀은 그 시기에 바로 오늘날 우리가 이야기하는 자유의 개념을 거의 그대로 이야기한다.(우리가 서구의 사상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였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또 당시 영국 사회의 다양성과 발전상이 놀랍기도 하고
개인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은 한에서 무한정의 자유를 누려야 하고
절대적으로 옳은 진리라는 것이 존재하는지는 몰라도
그것을 위해서는
반대 입장, 비록 말꼬리를 잡는 수준이라고 하더라도 반대 입장이 존재하는 것이 더 낫다는 밀의 생각.
종교적인 절대성마저도 열린 태도로 타 종교의 원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그의 생각.
어찌 보면
현대의 어느 누구보다도 개방적인 지식인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그러한 그의 생각이 오늘날 서구, 그리고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세계 사회에 전체적으로 스며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대단하다.
그래서
그런 그의 의견들을 받아들이면 나도 멋진 '자유'의 전도사가 될 수 있을까?
내 앞에서 날뛰는 비인간적인 사람들을 설득시킬 수 있을까?(그야말로 밀은 토론과 설득을 이야기하지만)
바로 내 앞의 밥과 빵을 나누는 데에서도 이런 이성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자유롭고 정의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이론적인 토대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걸까?
담대하게 자유로운 사람, 정말 용기 있게 정의를 이야기하는 사람은
이런 책들을 읽어서 그런 사람이 된 걸까?
역사적으로 수많은
반동 지식인들은 이런 책 한 권 읽지 않은 걸까?
......
책으로 배울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일까?
이런 생각을 한다.
그리고 롤스의 정의론은 접기로 했다.(절대로 그 책의 두께에 압도당한 것은 아니다. 후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