꽈배기의 맛(최민석)

by 궁금하다

작가는 한강이 노벨상을 탈 것이라는 생각을 했을까?


전에 읽은 '베를린 일기'라는 작가의 여행기(1년간 머무르면서 쓴 것이라 여행기라고 하기에는 애매하지만)에서 한강 작가와 우연히 마주친 한 줄이 불현듯 떠올랐기 때문에(내 기억이 맞다면) 떠오른 질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이 책에서 작가는 갑자기 노벨상을 타게 되었을 때를 생각하면서 이런저런 고민을 늘어놓는다.


노벨문학상에 대하여 1

오늘 아침 눈을 뜨자마자 긴박하게 옷장을 열었다. 그리고 몹시 좌절했다. 나는 노벨문학상 시상식에 입고 갈 옷이 없는 것이다.

서둘러 옷을 찾게 된 이유는 아무래도 내가 노벨문학상을 받게 될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유는 네 가지다.

1. 나는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다.

비록 중국인처럼 생겼다는 말을 무수히 듣기는 했지만, 서류상으로는 한국인임이 확실하다. 중요한 것은 외모상이 아니라, 서류상이라는 것이다.......

2. 나는 스웨덴을 사랑한다.

이때껏 30여 개국이 넘는 나라를 다니며 욕을 하고 험담을 하고 때론 노상방뇨를 했지만, 유독 스웨덴에 대해서만은 어떠한 불평도 하지 않았다.......

3. 나는 30대 작가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현재 노벨문학상은 너무 노쇠했다. 주로 60대 이상의 작가들에게 상을 수여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

4. 나는 똥개그 문학을 지향한다.

현재 세계문학의 흐름은 지나친 엄숙주의에 빠져 있다. 이건 모두 노벨문학상이 무게를 잔뜩 잡은 작품에 상을 계속 주기 때문이다......


뻔뻔스럽게도 그는 자신이 노벨문학상을 받아야 하는 이유를 장황하게 늘어놓는다. 그리고도 연달아 두 편 더 노벨문학상에 대한 글을 싸지른다.(?)


그리고 서둘러 옷장을 열어보았다. 그렇다. 내게는 노벨문학상 시상식에 입고 갈 옷이 없는 것이다. 이래선 안 된다. 서둘러 인터넷 쇼핑몰에 가서 '상품 찜하기'를 해놓아야 한다. 종종 가는 '클릭만 하면 당신은 간지남' 쇼핑몰에 문학적인 네이비 원버튼 재킷이 있었다. 참 다행이다. 그러나 언제 이 옷을 살 수 있을지는 영원한 미지수다(나는 여전히 가난하다).


내 주제에 불경스럽게도 '싸지른다'는 표현을 했지만, 이것은 친한 친구에게 막말을 하듯 작가가 친근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말이야 못 할 게 무어냐. 그리고 아무리 가능성이 낮다고 해도 상상이야 못 할 게 무어냐. 소설가라는 것은 그런 직업이고, 나도 온갖 상상을 하고 있지 않냐?

사람이 무겁고 진지하게만 살 수는 없지 않냐.

친한 친구에게 시시한 농담을 하듯이,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로 밤을 새우듯이, 편안한 B급 농담이 가득하다.


그러면서도 작가는 계속해서 성실히 쓴다.

이 수필집에 실린 수많은 글들도 일주일에 한 편씩, 스스로 원고 마감하듯이 쓴 글들의 모음이다.

자기 스스로 원고 마감을 하다니, 세상 편히 사는 것처럼 하더니 또 무슨 수도자처럼 스스로를 옥죈다.

장염에 걸려도 쓰고 여행을 가도 쓴다.

성실하게 뚜벅뚜벅.

이것이 이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다.


나도 '일주일에 한 권'이다.


그리고 요것은 나 스스로 정한 규칙이다.

때로는 얇은 책, 때로는 전에 써놓은 독후감, 때로는 건너뛰기도 하고.....

어쨌든지 간에 일주일에 한 권.

가끔 나도 내가 왜 이럴까 싶다. 사서 고생이라는 말처럼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가도 그러네?

그래서 나는 이 농담들 사이로 작가의 성실함을 본다.

나도 그러고 싶다.


그까짓 노벨문학상 안 타면 어떠냐?


어쨌든지 간에 이번 주의 나도 미션클리어다.(휴, 쉽지 않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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