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페스트(셰익스피어)

by 궁금하다

세계문학사상 가장 위대한 극작가이며

가장 사랑받는 작가 셰익스피어 최후의 걸작


외딴섬에서 하루 동안 벌어지는

화해와 용서의 한바탕 인생 찬가!


책 표지에 실려 있는 이 작품에 대한 평가다.


그리고 생각했다.


셰익스피어는 참 좋겠다.

뭔가를 써내기만 하면 온 세상이 찬양을 해주네?

대갓집 아들의 생일잔치에 온 마을 사람들이 앞다투어 선물을 바치듯이

17세기 영국에서 가장 잘 나가던 극작가, 그가 해가 지지 않던 영국에서 태어나지 않았더라도 이처럼 불멸의 작가가 될 수 있었을까?


스멀스멀 올라오는 나의 이 불쾌감은 식민지 백성의 후손으로서의 자격지심일까?

아니면 연극의 대본이라는 희곡의 특성을 모르고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한 스스로의 교양 없음을 탓해야 하나?


참으로 부질없는 생각을 끝없이 하게 만든 작품이 아니었을까 싶다.


밀라노의 대공 푸로스퍼로는 12년 전에 마술 연구에만 몰입하여 정사를 소홀히 하다가 나폴리의 왕 알론조의 힘을 빌린 동생 앤토니오에게 대공 지위를 찬탈당했다. 앤토니오는 형 푸로스퍼로와 세 살 난 질녀 미랜더를 보트에 실어 망망대해에 던져버렸다 이 부녀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나폴리의 인자한 노대신 곤잘로가 식량과 옷, 귀중한 푸로스퍼로의 마술 서적들을 휴대시켜 주었기 때문이었다.

푸로스퍼로 부녀가 상륙한 무인고도는 악의 마녀 시코렉스가 한때 살던 곳이기도 했다. 시코랙스는 생전에 짐승과 같은 괴물 캘리밴을 낳았고, 에어리얼이란 정령을 갈라진 소나무 속에 가두어놓고 노예로 부렸었다. 푸로스퍼로는 에어리얼을 석방해 주었고, 에어리얼은 이 은혜에 보답하고자 또 완전한 해방의 날을 내다보면서 푸로스퍼로를 주인으로 모시고 심부름을 하게 된다. 한편 푸로스퍼로는 알론조 왕이 그의 일행과 더불어 튀니스에서 거행된 딸과 튀니스 와의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귀국하는 항해 길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동생 앤토니오도 그 일행에 끼어 승선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푸로스퍼로는 원수들을 일망타진하여 복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게 된 것이다. 그는 이제 완성에 이른 자신의 마술로 폭풍우를 일으킨 후 에어리얼을 시켜서 이들을 섬으로 유인한다. 그리고 알론조 왕의 아들 퍼디난드는 특별히 무리에서 따로 떼어 홀로 상륙시켜서 미랜더와 사랑하는 사이로 만든다. 그는 결국 자신의 자비하에 들어온 원수들을 용서하고, 마술을 버림으로써 비극적인 결말 대신에 행복한 결말을 낸다. 이것이 이 극의 간략한 줄거리이다.(책 후반 <템페스트>에 관하여)


내 생각에는 줄거리가 전부다.


셰익스피어의 문학적 특징이라고 일컬어지는 '보편적 인간 탐구: 욕망, 질투, 사랑, 배신 등 인간 본성을 심층적으로 묘사, 언어의 유희와 시적 표현: 다양한 은유, 말장난(pun), 시적 대사 사용, 극적인 구성 능력: 긴장감 넘치는 갈등 구조와 입체적인 인물 묘사' 같은 것들은 느껴지지 않았다. 인간의 욕망이나 질투, 배신 같은 것을 다루기만 했다고 해서 명작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그런 인간의 본질을 설득력 있게 제시해 줘야 명작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것 아닌가? 긴장감 넘치는 반전? 굳이 이야기하자면 원수가 되는 인물들을 외딴섬으로 모아서 이리저리 떠돌게 만들다가 한 곳으로 집합시켜 한꺼번에 용서한다. 용서를 쾅하고 던지는 것인가? 이 정도면 대 반전인가? 하지만 그러려면 용서할 수 없는 악행을, 그리고 용서할 수밖에 없는 인물의 내면을 차곡차곡 쌓아야 하지 않나?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갑자기, 난데없이 용서?


사람들은 각 등장인물의 상징성도 여러 가지로 읽어낸다.


프로스퍼로는 지혜, 권력, 용서, 창조자

에어리얼은 정신, 공기, 자유, 예술적 영감

캘리번은 본능, 자연, 식민지 피지배자

미랜더는 순수, 새로운 시작, 이상적 여성

퍼디난드는 젊음, 희망, 새로운 질서

알론조와 안토니오는 타락한 권력, 인간의 오만

스테파노와 트린쿨로는 우매한 탐욕, 풍자(위키피디아 등)


아, 그러세요?

이 정도다.(내가 느끼기에) 갖다 붙이면 안 될 것이 뭐냐?


그중 기억에 남는 해석은

에어리얼과 캘리번이 인간의 선과 악의 마음을 대변한다는 것이다.


가장 주목할 만한 알레고리는 푸로스퍼로와 그의 두 하인인 에어리얼, 캘리밴이 이루는 것이다. 인간이 정신과 육체라는 불가분의 두 가지 요소로 된 개체라고 할 때, 에어리얼과 캘리밴은 바로 인간의 이 ‘두 요소’인 것이다. 영혼, 사랑 등 천사적인 면을 상징하는 에어리얼은 곧 인간의 정신이요, 미랜더를 능욕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음으로써 육욕과 같은 동물적인 면을 상징하는 캘리밴은 곧 인간의 육신인 것이다. 인간은 이 두 요소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자연 그의 위치는 천사와 동물 사이에 처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주인공 푸로스퍼로는 캘리밴을 회개하도록 교육하고 은총을 받도록 인도함으로써 자신 속의 캘리번적 요소를 지양하여 천사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된다는 인간 승리를 보여주는 것이다.(책 후반 <템페스트>에 관하여)


선이 악을 계몽하여 올바르게 선도한다?

인간의 마음속에 요동치는 선과 악의 혼돈, 이것을 이 정도로 정리하는 것이 가능하냐? 이성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은 한물간 지가 오래전인데..... 과연 17세기의 영국이군.


바야흐로 명작이 되려면 시대를 뛰어넘는 뭔가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므로 템페스트는 정확히 시대에 갇힌 작품이 아닐까?


켈리벤을 식민지의 피지배계층을 상징한다고 보는 것도 짜증스럽기 그지없다. 정말 그렇다면 당대 유럽인들의 시각이 그렇다는 것인데..... 아무리 그것이 그때에는 당연시되었다고 하더라도 지금 보기에 짜증 나는 것은 사실이고 그렇다면 그야말로 시대의 한계를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최후의 걸작이라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그런데 내가 왜 이렇게 열불을 내고 있지?

권위에 반항하는 사춘기적 감성이 폭발한 건가?


불현듯 부끄럽다.(그래도 내 주제가 그 정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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