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의 사적 일기 Ver.
오래 전부터 바라보던 북미의 한 문예지에 오늘, H의 생존 증명을 보냈다.
그 4부작에서 H는 상처입은 자에서 마침내 말하는 자로 정체성이 바뀐다.
오늘은 어릴 때부터 막연하게,
언젠가 내 글이 A-Tier 문예지에 실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그 꿈의 입구를 진짜 열어본 날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H라는 인물에 대해 처음으로 장편 논픽션을 완성했다.
그 글을 보낸다는 건 나에겐 조용한 용기였다.
나는 정서적 허구를 다루지 않았다.
그러나 형식은 여전히 말하지 않는 말을 담는 기술이었다.
나는 실험했다.
매 회차는 윤리적 침묵과 감정적 잔류가 충돌했고,
거울과 스크린이라는 메타포의 이중 반사를 사용했고,
물리적 감각과 상징적 기억을 우산 아래와 비 속에서 교차시켰다.
그로서 말하지 않은 기억은 시각적으로 되살아났다.
그 안에서 폭력과 구원, 환상과 붕괴, 기대와 좌절, 과거와 현재:
four theme in variation.
나는 죽음을 서술하는 방식을 정제했고,
H는 글을 쓰는 주체로 부활했다.
나는 주로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는 저널에 에피소드 형식의 lyric prose들을 투고해 왔기에,
아무도 안 보는 사소한 순간 같지만
대형지 편집장에게 하나의 완결된 시리즈를 건넨다는 것은
나한텐 꽤 큰 장면이었다.
그리고 오늘 정말 조용히 뭔가 끝났고, 또 시작된 기분이 든다.
출간이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다.
사실 그 문의 실체는
아직도 저 먼 곳에 있는 것 같지만, 파일은 보냈다.
잉크는 선명하다.
필체도 나의 것이다.
서류도 나의 것이었다.
그 클릭은 내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이었고, 끝이 아니라 오프닝이다.
오늘은 내가 어릴 적부터 상상해왔던 세계에
처음으로 “나 여기 있어요”라고 말한 날이기도 하다.
아직 그 문이 열리진 않았지만,
적어도 오늘,
나는 그 문을 향해 정확한 손으로 문서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