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는 꿈속에서 질문한다

Waking Life (2001, Linklater)

#Scene Triggered : Waking Life (2001, Directed by Linklater)


pexels-mac-mullins-1319876-2534486.jpg The outline flickers—reality dissolves into a dream’s trembling line


I. The Flickering Outline


윤곽이 흐려지는 꿈의 가장자리에서, 현실은 매번 새로운 질문으로 스며든다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꿈은 그보다 훨씬 부드럽고 끈질긴 침식의 기록이다.

꿈의 흐릿한 윤곽이 현실의 날카로운 선들을 서서히 지워버리는 흐릿한 꿈이다.

영화는 로토스코핑(rotoscoping)이라는 독특한 기법을 사용해 이 과정을 시각화한다.

배우들의 실제 움직임 위에 화가들이 덧칠한 흔적은, 살아있는 이미지와 꿈의 불안정한 필름 사이를 부유한다. 모든 경계가 흔들리는 것처럼 보인다. 인물들의 얼굴은 일그러지고, 배경은 번지고, 색채는 불안정하게 춤을 춘다.

이는 단순히 시각적 효과가 아니다.

로토스코핑은 이 영화의 철학 그 자체다.

우리가 현실이라고 믿는 단단한 윤곽이 사실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녹아내리는 꿈의 형상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II. The Conversations


우리는 꿈속에서 수많은 사람을 만난다. 이들은 우리의 무의식에서 걸어 나온 존재들이자, 동시에 우리가 깨어 있을 때 만났던 누군가의 파편이다. 《Waking Life》는 이 만남들을 단편적인 대화들의 파노라마로 펼쳐낸다. 영화는 서사를 구축하는 대신, 대화의 리듬을 따라간다.

스크린에 등장하는 수많은 철학자, 예술가, 괴짜들은 주인공과 깊은 사유를 나누고,

그 대화는 마치 흐르는 강물처럼 자연스럽게 다른 대화로 이어진다.

대화들은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끝없이 이어지며, '나'라는 주체가 누구인지, 무엇이 현실인지를 묻는다.

이 대화들은 당신이 겪은 '꿈의 행렬'과도 겹쳐진다. 현실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말이, 사실은 당신 내면의 언어로 재구성되는 과정처럼 보인다.

pexels-andreawykstra-6759722.jpg A chorus of voices, each question folding into the next.

III. The Fragmented Self


주인공은 이 모든 대화 속에서 자신을 찾아간다.

그는 대화의 참여자이지만, 동시에 끊임없이 자신을 관찰하는 방관자이기도 하다.

영화 속 인물들은 각자 하나의 사유, 하나의 질문,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주인공의 자아는 이 단편적인 만남들을 통해 조금씩 재구성된다. 마치 깨진 거울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온전한 형상을 이루는 것처럼.

하지만 온전히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거울 조각들이 겹쳐진 채, 빛의 각도에 따라 다른 그림자를 드리우는 복합적인 자아가 만들어진다.

이는 '파프리카'에서처럼 자아가 하나로 합일되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결말을 암시한다.

자아는 하나가 아니라, 여러 조각들이 모여 흐릿한 하나의 윤곽을 이루는 것일지도 모른다.

pexels-kodi-baines-245700128-12378936.jpg The self fractured, refracted—assembled in shifting fragments of thought



IV. The Loop of Questions


결국 주인공은 끝없는 질문의 순환에 갇힌다.

하지만 이것은 불안한 미로가 아니라, 새로운 깨달음의 시작을 예고하는 진동이다.

영화 속 인물들은 마치 꿈속의 도서관처럼, 하나의 사유에서 다른 사유로 주인공을 인도한다.

우리는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대신, '삶은 무의식의 덩어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 덩어리를 해체하고 질문하는 과정 자체를 사랑하게 된다.

깨어나는 순간은, 답을 찾는 순간이 아니다. 그것은 '모든 것이 꿈일 수 있다'는 질문의 미로 속에서 한 겹 더 깊숙이 걸어 들어가는 행위이다.

영화는 “깨달음은 질문 속에만 있다”는 말로 끝난다.

모든 것이 흐릿하고 불완전한 상태에서, 우리는 비로소 우리 자신과 세계에 대해 가장 깊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우리는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대신, 질문의 미로 속을 영원히 헤매게 된다.

그리고 그 미로 자체가 우리의 삶이자 꿈, 현실 그 자체가 된다.


이 미로는 더 이상 나를 가두는 불안한 반복이 아니다. 오히려 질문을 통해 스스로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나의 영원한 드림워크의 무대가 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OlaTeXX3uH8

Brian Eno - An Ending (Ascent) (Remastered 2019)

브라이언 이노의 "An Ending (Ascent)"는 단순히 노래라기보다는 하나의 상태처럼 느껴집니다. 이 곡은 부드럽고 반복적인 전자음으로 시작하지만, 연주될수록 점점 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이는 경계가 녹아내리는 감각을 완벽하게 포착합니다. 주요 멜로디는 긴장감을 고조시키기보다, 느린 상승의 미묘하고 인내심 있는 리듬으로 오르내립니다. 이는 이 글이 묘사한 의식의 과정, 즉 현실로부터의 격렬한 분리가 아닌, 가장자리가 부드럽게 흐릿해지는 과정을 반영합니다.

이 곡의 질감은 매우 중요합니다. 따뜻하고 부드러우며, 깨질 듯 빛나는 느낌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는 현실의 단단한 선들이 부드러워지고 유동적으로 변하는 영화의 로토스코핑 기법과 직접적으로 연결됩니다. 이 음악은 격렬한 추격 장면의 배경음악이 아니라, 평온하게 해체되고 있는 마음의 조용한 울림입니다.'흐릿한 윤곽'과 '떨리는 선'의 소리이며, 현실과 꿈 사이의 구분이 환상임을 평화롭게 인정하는 소리입니다.

결론적으로, "An Ending (Ascent)"는 film 에세이가 던지는 핵심 철학적 질문을 구현합니다. 이 곡은 극적인 결론이나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대신, 잔잔하게 사라지며 평화와 수용의 여운을 남깁니다. 이것은 '질문의 순환'을 받아들이는 소리입니다. 이 곡은 목적지를 제공하지 않고, 여정 자체에 존재하는 고요한 상태를 선사합니다.


pexels-todd-trapani-488382-1777832.jpg No answers, only the endless loop of questions becoming life itself.




keyword
이전 14화The cell: 감옥에 갇힌 정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