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혼자 조지아 여행 / 즈바리 수도원, 스베티츠호벨리 대성당, 투어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를 마시면서 미국 친구랑 수다를 또 떨었다. 어제 와인도 결국 그 친구랑 한 병을 다 비우고 1시 넘어서 잤는데 오늘 또 저녁에 산책하자고 해서 ㅇㅋ하고 나갈 준비를 했다.
오늘은 므츠헤타 투어를 다녀왔다. 투어사는 <budget friendly tour>. 예약 확인서에서는 30분 전에 도착해서 티켓 확인하고 차를 타라고 되어있었는데 투어 가이드나 투어리스트나 다 늦게 올 거 같아서 40분에 장미 혁명 광장에 도착했다(Rose revolution square). 장미 혁명 광장을 호스텔 사람들도 잘 모르던데 대왕 자전거(Big Bicycle monument) 있는 광장 이름이 장미 혁명 광장이다.
근데 55분 돼도 아무도 안 옴(…) 내가 미팅 스팟을 잘못 체크했나 싶어서 홈페이지 들어가서 메시지를 남겼는데 곧 가이드 올 거라 해서 그냥 기다렸다.
10시 10분에 갑자기 현대차 한 대가 들어오더니 ENFP 그 자체인 사람이 튀어나와서 “쏘~~~ 리~~~!”하며 달려옴ㅋㅋㅋ 차가 막혀서 늦었다고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투어 시작!
투어 가이드는 쏘쏘(Soso)였는데 이 투어를 신청한 사람이 없는지 나만 태우고 출발.. 뜻하지 않게 프라이빗 투어를 즐겼다. 쏘쏘가 너 이거 어떻게 예약했냐고 사람들이 잘 예약 안 해서 슬픈 투어인데 네가 예약해줘서 너무 반가웠다고 했다.
또 한국인 두 번째로 보는데 처음 본 한국인은 Lee라는 젊은 남자였다고 Lee가 제일 흔한 성이냐고 물어봤다. 그래서 “아마 2~3번째 정도 될 거다~” 하고 ”나 현대차의 고장에서 왔다”부터 시작해서 온 나라 여행 이야기하면서 한참 수다 떨다 보니까 즈바리 수도원에 도착했다.
조지아의 두물머리로 불리는 즈바리 수도원에서는 터키에서 오는 쿠라 강이랑 카즈베기에서 오는 아라그비 강이 만나는 지점이 보인다. 즈바리 뜻이 크로스라고 함. 이곳 역시 성녀 니노랑 관련된 곳인데, 바람 때문에 제대로 못 들었어요ㅜ
진짜 바람에 휘청거릴 정도로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쏘쏘가 사진 찍어준다고 서 보라고 했는데 바람 때문에 넘어지고 난리남…^^ 정신이 없어서 날아가는 카메라 붙잡다가 카메라도 부수어먹었다ㅋㅋㅋ 15만 원 주고 5년 버텼으면 오래 버텼지,, 이번 여행까지만 어떻게든 버텨주라..^_^..
무서워서 그 포토존에선 사진 못 찍고 그냥 올라와서 사진을 찍었다. 쏘쏘가 너 그렇게 겁 많아서 어떻게 혼자 여행하고 있냐며ㅋㅋㅋ 자기가 즈바리 수도원 몇 년을 다녔는데 이런 바람 처음 본다고 했다.
수도원 안도 잠깐 둘러보고 나오면서 투어를 이용하길 잘했다 싶었다. 혼자 와서 그냥 슝 둘러보고 또 택시 흥정해서 므츠헤타까지 갔으면 너무 기빨리고 힘들었을 거 같았다. 므츠헤타까지 마슈로카가 1라리인데 즈바리 수도원까지 왕복 택시를 보통 20~40라리를 부른다고 한다. 투어 비용이 20달러 약 3만 원이니까 합리적인 선택!
그건 그런데 바람 때문에 정신이 너무 없어서 그냥 빨리 내려가자고 했다.
스베티츠호벨리 대성당이 있는 므츠헤타 시내 쪽으로 가서 마을을 돌아보면서 이런저런 설명을 들었다. 전통 메스티아, 카즈베기 방식으로 만든 모자가 어떻게 다른 지도 알려주고 하차푸리 종류도 알려줌. 조지아의 유명한 페인터 이름이랑 그림도 알려줬는데 기억이…^^.. 나중에 고프로 데이터 백업하면서 확인하고 추가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투어의 하이라이트 마이야의 가게로 갔다.
아마 마이야와 무언가 커넥션이 있는 거겠지만(?) 마이야는 무척 친절했다. 추르헬라랑 온갖 술 종류 먹어보라고 계속 줌. 향신료도 시식용이 없었는데 그냥 새거 뜯어서 먹어보라고 줬다.
내가 술을 잘 받아 마시니까 러시아어로 쏘쏘한테 뭐라 뭐라 했는데 “쟤 몸 작다고 술 계속 줘도 되냐 취하는 거 아니냐” 이런 얘기 했다고 함ㅋㅋㅋ그래서 쏘쏘가 얘 러시아 여행하는 2달 내내 맨날 보드카 마셨대 ㄱㅊㄱㅊ 이러면서 술 더 주라고 해서 계속 받아마셨음. 아침부터 빈속에.. 흠..^^
코냑 맛있다니까 더 주던 마이야,, 코냑 너무 내 취향이라 메스티아에서 마시려고 이따 사러 온다 하고 일단 대성당 구경을 하러 갔다.
이 나무 보고 해리포터 봤냐고 거기 나오는 나무 같다니까 아시안 걸이 먼저 퍼니 토크(?)하는 거 처음 본다고 너 마음에 든다고 막 그럼(???)ㅋㅋㅋㅋ
스베티츠호벨리 대성당을 지은 예술가가 이 성당을 짓고 자기 팔을 잘랐다고 한다. 이 성당을 자신의 마지막 업적으로 남기고 싶어서 그랬는데 그 상징으로 한쪽 팔 모양이 성당 바깥 벽에 장식되어 있다고 한다. (아닐 수도.. 왜냐하면 그저 영어 듣기 평가였기 때문…)
쏘쏘는 기도를 올리지 않는다고 안쪽엔 혼자 들어가라고 해서 혼자 들어갔다. 여기도 역시 스카프를 두르고 들어가야 하고 내부에 프레스코화랑 비석 같은 거 설명해주는 가이드들이 또 있다. 나한테도 우아한 할머니께서 가이드해줄까? 물어봐서 나 가이드 있다고 노 땡큐 하니까 바로 가셨다. 호객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음!
신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걸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은 분명히 목적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곳의 기도들이 이루어지기를..
나와서 다시 마이야의 가게로 가서 코냑을 사니까 와인도 시음해보라고 두 잔을 또 줬다. (아까는 내가 와인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하니까 보드카 2개랑 코냑, 차차만 주었음) 근데 두 번째로 마신 와인이 너무 맛있어서 마시자마자 ”나 이것도 주라,,” 하고는 별안간 술 두 병 산 사람이 됐다..(???)
내가 산 와인을 만든 포도가 나는 곳이 <킨지말라우리>라고 했다. 아마 한국인이 좋아할 만한 세미 스위트 와인! 나보고 어디 가든 킨지말라우 보면 사 먹으라고 함ㅋㅋㅋ
그리고 돌아가려는데 쏘쏘가 잠깐만 하고 와인 가게에 들어감. 그냥 친구랑 인사하나부다,, 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내려오래서 가니까 또 술을 줬다ㅋㅋㅋㅋㅋ
여기서 거의 또 5잔을 테스팅했다. <킨지말라우리> 포도로 다른 회사에서 만든 걸 먹었는데 그것도 맛있었다. 저 지역 포도가 내 입에 맞는 듯
근데 이 정도면 므츠헤타 투어가 아니라 와이너리 투어 아닌지ㅜㅜ 살짝 취기까지 올라와서 더 이상 술은 안 사고 바로 트빌리시로 돌아가기로 했다.
돌아가는 길 사진은 없음.. 왜냐.. 차타니까 따뜻해서 술기운이 더 오르고 결국 입 터짐ㅋㅋㅋㅋ 쏘쏘랑 너무 친해져서 사진 찍을 틈도 없이 수다 파티했다ㅋㅋㅋ 자기 오늘 풀 플랜인데 다 취소하겠다고 같이 놀자고 그럼ㅋㅋㅋ 내가 그거 너무 부담스럽다고 “너 일하러 가셈ㅠ”하니까 나보고 왓츠앱 깔라고 닦달해서 깔았다. 번호 인증해야 되는데 내 조지아 번호를 몰라서 연락처 주고받기 실패ㅜ 자기네 오피셜 인스타 팔로우하면 자기가 메시지 한다면서 호스텔까지 데려다주고 갔다.
헤어지는데 꼭 연락하겠다고 “대신 너 리뷰 꼭 써줘라”하길래 ㅇㅋㅇㅋ하면서 손가락 걸고 ”아이 프로미스 유” 이러니까 이거 코리안 프로미스 사인이냐고 너무 러블리 사인이라고 난리남(??) 일단 그렇게 안녕하고 들어왔는데 <budget friendly tour> 오피셜 팔로워 2만 명 넘는데요ㅋㅋㅋㅋ 그중에 나를 어떻게 찾을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쏘쏘 너무 웃겼고 므츠헤타 성당이랑 수도원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술 먹고 수다 떨고 즐거운 프라이빗 투어였다!
(원래 10시 출발 2시에 장미 혁명 광장에 드롭 해주는 투어인데 내가 즈바리 수도원에서 빨리 가자고 해서 1시 반에 투어가 끝났다. 그치만 혼자였기때문에 매우 만족!!)
약간 알딸딸해서 숙소에서 쉬다가 전화영어 함(??)ㅋㅋㅋㅋㅋ오늘이 마지막 수업이어서 기사 안 읽고 그냥 수다 떨고 그동안 통화해줘서 고맙다 서로 이런 이야기하고 끊었다ㅜ 얼굴도 모르고 그냥 3달 동안 통화만 한 사이지만 이별은 슬퍼ㅜㅜ Ren 고마워,, 너랑 통화 안 했으면 나 여기 와서 한마디도 못했을 거야ㅜ
그리고 밥 먹으러 <zodiaqo>로 갔다.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유명하고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맛집인 식당! 어젯밤에 보니까 웨이팅 줄이 있던데 시간이 애매해서인지 자리가 있었다. (4시쯤 방문)
조지아 마트 물가가 싼 건 인정인데 외식 물가는 싼 줄 모르겠다. Pork barbeacue 18라리 + 홈메이드 레모네이드 1잔 4라리 + 10% 서비스 차지 = 24.20라리
어제 시크메룰리(마늘 크림 통닭)처럼 엄청 큰 거 나올까 봐 하나만 시켰는데 양이 너무 작지 않나요ㅋㅋㅋㅋ 심지어 3조각은 뼈에 붙어있다고요..?
다 먹고 국립박물관에 가려고 걸어가는데 터키 아저씨가 와서 반갑게 꼬리아 사람이냐고 그래서 ”ㅇ_ㅇ 예스..?” 하니까 자기 지갑이랑 모든 짐이 잃어버렸다고 우리 형제 나라니까 좀 도와달라고 했다^^;; 전화 한 통만 쓰게 해 달래서 내 거 온리 인터넷 심카드라니까 그럼 공중전화 쓰게 동전 달라고 함,, 나 큰돈밖에 없다니까 그럼 지폐도 상관없다고 “왜냐하면 우린 형제 나라니까^^” 이럼ㅋㅋㅋ 저기요ㅜ 형제한테 왜 삥을 뜯으세요ㅜㅜ ”미안한데 조지아 사람들한테 도와달라고 해 그게 더 좋을 거 같아” 이러니까 시종일관 ^^이러고 있다가 갑자기 정색하고 가버림.. 후 할말하않,,
조지아 국립 박물관에 들어갔다가 갑자기 오늘 하루 종일 정교회 그림 같은 거 실컷 봐서 더 이상 보고 싶지 않길래 다시 그냥 나왔다.
그냥 걷다가 본 도서관! 책 조형물 때문에 시선이 가서 구글맵 보니까 국제 도서관 이런 거였다.
<Kvarts coffee&more> 아이스 라테 10라리 + 서비스 차지 10% = 11라리
걷다가 카페 보여서 들어갔다. 뭔가 배가 안 불러서 오믈렛 되냐니까 키친 클로즈 타임이라 해서 라테 마셨다. 여기 직원도 매우 친절,, 노 슈가? 3번 물어보고 괜찮댔는데도 슈가 가져다 줌ㅋㅋㅋ
사실 내향인으로서,, 어제부터 오늘까지 계속 사람들이랑 얘기 나눠서 좀 기 빨린 기분이라 혼자 카페에 있으니까 좀 좋았다..^^ 그래도 내일부터 또 혼자니까 이 피곤함을 즐겨야지. 조지아 사람들&호스텔 사람들 다 너무 친절하고 스몰토크 계속 걸어줘서 심심할 틈이 없었다.
어제 그 러시아 친구도 계속 말 거는데 억양 때문에 땀 뻘뻘 흘리면서 대화함ㅋㅋㅋ 거의 2마디 건너 한 번 원 몰타임 플리즈…? 팔든…? 이러고 있다…… 진짜 영어 잘하고 싶어요 ㅜ 영어도 그렇고 러시아어도 스페인어도 잘하고 싶다고요 쾅쾅..
요거트 3.1라리 하차푸리 3.4라리
커피 마시고 좀 걸어 다닐까 했는데 갑자기 춥길래 호스텔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spar(편의점)에서 내일 먹을 하차푸리랑 저녁에 마실 요거트를 사 왔다. 요거트는 우리나라 떠먹는 요플레랑 불가리스류의 중간 질감 정도!
내일 아침이면 트빌리시를 떠난다. 다시 돌아올 거긴 하지만 약 2일 간 꽉 채워서 즐거웠던 날들이 그리울 거 같다. 더 고민하고 모험하기 싫어서 그냥 Moosica hostel로 여행 마지막쯤의 트빌리시 숙소도 예약했다. 2주 뒤에 다시 만나 트빌리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