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혼자 조지아 여행 / 나리칼라 요새, 트빌리시 올드타운
알람을 따로 안 맞추고 잤는데 8시 반쯤 눈이 떠졌다. 일어나서 샤워하고 숙소 주방에 있는 커피 Free라길래 커피 한잔부터 시작!
커피 포트 못 쓰고 있으니까 어떤 친구가 와서 알려주고 갔다. 그리고 준비 다하고 나가려니까 그 친구가 오늘 어디 가냐 해서 그냥 이곳저곳 돌아다닐 생각이라니까 자기도 나가야 되니까 같이 나가자고 해서 ㅇㅋ하고 따라 나갔다. 어제 <예스맨>을 본 후유증인가..^^..
30일 무제한 인터넷 32라리 / sim카드 10라리로 총 42라리
같이 나간 친구는 미국인이었는데 디지털 노마드여서 이 나라 저 나라 돌아다니면서 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너 한국걸 같지 않다면서 한국걸&가이들은 ‘영어 못한다’고 영어로 말할 줄 알면서 대화를 피한다고 하길래 ”나도 한국에선 그래^^;; 나보다 영어 잘하는 사람 많으니까 다른 사람한테 물어보라고 하는데” 이러니까 ”왓??!!!” 이러면서 너 영어 잘한다고 해줌ㅋㅋㅋ 저기요,, 못. 한. 다. 구. 요.^_ㅜ 지금 하루 내내 듣기 평가하는 기분이라고요ㅜ 진짜 영어 모국어로 쓰는 친구들 말은 그래도 알아듣겠는데 다른 나라 친구들 말은 뇌에 힘 500배 주고 들어도 알아듣기 힘들다. 아마 내 영어를 듣는 사람들도 그렇겠지^^.. 미안해요 지구촌 여러분..
그 친구는 조지아서 10달 정도 지냈고 지금 피검사를 하러 가는 중이라고 했다. 약국 같은 곳 앞에서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곤 나와서 올드타운을 구경시켜주었다. 여기 머문 지 10달 돼서 다 안다며 너 운 좋은 거라고 함ㅋㅋㅋ
나리칼라 요새 올라가는 곳에서 어떻게 올라가는지 가르쳐주고 일하러 간다며 친구는 돌아가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게 됐다.
이런 경사를 따라 올라가면 나리칼라 요새가 나온다. 올라가는 길 풍경이 너무 좋고 날씨도 아침엔 비가 오더니 딱 좋다. 한국이 추워서 반팔을 챙길까 말까 고민하다가 챙겼는데 아주 잘한 선택이었다.
올라가는 길에 <café 38>에서 아침 겸 점심을 먹었다. 베이컨&에그 with 토스트 14라리 + 생수 2.5라리 + 서비스 차지 15% = 18.98라리
원래 옆에 <sofico>를 가려고 했는데 문 닫아서 갔다. 맛은 쏘쏘. 사실 베이컨+빵+계란인데 맛이 없으면 이상하죠..? 이런 풍경을 보면서 브런치 먹을 수 있습니다!!!
요새를 가이드해주는 투어 상품이 있는 걸로 아는데 나는 그냥 한 바퀴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빨리 둘러보면 1시간이면 충분히 볼 거 같은데 나는 풍경 보면서 시간을 많이 보내서 거의 2시간을 둘러봤다. 인도 사람들도 많고 유럽에서 온 사람들도 많았는데 나한테 사진 찍어달라고 하는 걸 보면 한국인이 사진 잘 찍는 거 세계에 소문난 듯.. (만만해서 그런 거 같긴 하지만..^^) 중국 커플이 나보고 포토 관련 일하냐고 막 칭찬해줘서 기분 좋아졌다.
+혼자 여행하면서 사진 찍는 법 = 사진 찍어달라고 하는 애들 폰 받아서 냅다 바닥에 눕고 다리 길고 풍경 예쁘게 나오게, 또 “너네 그대로 있어”하면서 자리 옮겨가며 찍어주고 “가까이서도 찍어줄게”하면서 여러 구도로 한 20장 찍어준 다음에 “나도 찍어줄래?^_^”하면 그나마 비슷하게 찍으려고 노력이라도 해줌.. 물론 올드 피플은 3등신으로 찍어주심ㅋㅋㅋㅋ
각 나라의 힘겨루기에 전쟁터 역할을 해야 했던 조지아의 아픔이 느껴졌다. 그런데 2022년에도 전쟁이라니, 믿기지 않고 울분 터졌다. 푸틴 정신 차려..
(+저녁에 호스텔에 돌아와서 러시아인 친구를 만났는데 그 친구도 러시아 욕함.. 자기는 옛날부터 어디 여행 가면 러시아인이라고 안 했다고 매우 스튜핏 컨트리라고 하길래 내가 나 러시아 여행했었는데 마찬가지로 스튯핏 러시아라고 생각하지만 러시아 사람들은 좋아한다니까 그 사람들이 다 푸틴 서포터라면서 좋아하지 말라고도 했다. “They distroy my life”라고 해서 너무 슬펐음. 대체 무엇을 위한 전쟁이냐 이 말…)
화장실은 따로 돈 내고 써야 하고 (1라리) 요새 안 교회 입구에 스카프가 있어서 여자들은 머리를 가리고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요새 입구 쪽에는 할아버지 호객꾼(?)이 있다. 자기가 포토존 안다고 20라리에 요새 구경시켜주고 사진 찍어주겠다는 분이랑 아이스크림 장수 할아버지가 있는데 K-유교 걸로써 어른 말씀은 못 씹겠어서 “ㅎㅎ 땡큐 벗 암 낫 닏잇ㅎㅎ”이러니까 “오케이, 유 코리안??! 안-뇨-새-요-!” 이러면서 좋은 하루 보내라고 해주심ㅋㅋㅋ 막 연극하듯이 “아이 햅 쏘 원터풀 아이스크림!!” 이러는 게 너무 귀여우셨다.
내려오는 길에 미리 찜해두었던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Tirbo burger> 여기는 무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있다. 뜨아가 5라리인데 아아가 6라리! 진짜 한국인 맞춤형 아아 맛인데다 아이스 500원 추가..? 한국에서 수입해왔니..? 하여간 주인이 엄청 시크한데 또 화장실 어딨냐니까 양손으로 촥 알려주는,,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사람이었다.
카페에서 한참 쉬다가 다리를 건너 메테히 교회 쪽으로 향했다. 다리 위에서 보는 풍경도 너무 좋아..
메테히 교회 역시 여자는 스카프를 둘러야 한다. 이게 바로 지구촌 성차별^^? 교회 들어가는 출입문 앞 풍경이 멋지다. 여기서 풍경 보고 있는데 생김새가 러시아였으면 뒤도 안 돌아보고 튀었어야 할 스킨 헤드 그 자체인 친구가 바람 너무 심하지 않냐며 말을 걸어왔다.
조지아 사람인 조지였다. 어제 만난 택시 기사 아저씨도 조지였는데..^^;; 택시 아저씨가 조지아 남자 70프로는 다 조지라 그랬는데 그건 거짓말이 아니었나 보다. (그리고 오늘 미국인 친구가 말해주길 보통 시내-공항은 저렴한데 공항-시내가 비싼 것은 맞다고 함. 그래도 100라리는 투머치라고,, 보통 처음 도착한 여행자들은 60라리를 내고 오더라고 얘기해줬다)
아무튼 내가 만난 두 번째 조지가 코리아? 이러면서 오징어 게임 재밌게 봤다고 코리안 만나고 싶었는데 만나기 쉽지 않아서 두 명 봤다며 “그중 하나가 너야” 이럼ㅋㅋ 처음 만났던 친구는 자기랑 이야기하기 싫어했다길래 “한국인들 쏘 샤이하다”면서 위로해주고 한참 스몰 토크 나누다가 가려니까 자기랑 커피나 술 마시자고 함. 혼자 여행하다 보면 종종 이런 친구들이 있어서 그냥 ”허허 근데 지금 나 계획이 있어서 바빠” 이러면서 갈려고 하는데 스모킹 하냐면서 자기 대마초도 있다고 오늘 아니어도 괜찮으니까 만나서 놀자고 함ㅋㅋㅋ 더 놀래서 노노노노노 외치며 “한국인은 대마 하면 불법이다~” 이러면서 도망치려고 하니 인스타 아이디 알려주면서 마음 바뀌면 연락하라고 함ㅋㅋㅋ (혹시 처음 만났다던 한국인에게도 대마 하자고 했니? 그래서 도망간 걸 거야^^..) 노 스모킹 노 알코올 저스트 커피도 괜찮다면서 꼭 연락하라길래 인스타 맞팔하고 도망치면서 범법자랑 엮이게 된 건가 좀 무서워졌다.
그 친구로부터 도망친 후에 일단 성 삼위일체 대성당으로.. 벤치에 앉아서 바로 조지아 정보 카페에 물어봤는데 조지아 국민은 대마를 사고파는 게 불법이고 자기가 재배해서 나눠 피는 건 합법이라고 한다. 그나마 범법자가 아니라니까 좀 덜 무서워지긴 했는데 그래도 연락은 할 일은 없을 거야.. 바이 조지..
한국인은 언제 어디서든 대마 불법입니다. 요즘 태국에 대마 여행(?) 가는 사람들도 있다는데 그거 불법이에요 이 사람들아.. 하지 말란 건 좀 안 했으면…^^
조지아의 성당들은 이렇게 초를 켜서 기도를 올린다. 초 키는 곳이 곳곳에 있고 성당 입구&지하도 등등 초를 파는 곳도 많다. 미국인 친구가 말하길 한국의 교회 파워는 조지아 교회 파워에 비하면 개미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미국 교회 파워랑 좀 다른 결이지만 비슷한 파워라고 했다.
성호를 그으면서 기도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따지자면 불교 신자이지만 어쨌든 이런 종교적 공간에선 괜시리 경건한 마음이 들어 짧은 기도도 해봄..
교회 구경까지 하고 밥을 먹으러 왔다. 여기는 그 미국인 친구가 추천해준 곳.
마늘 크림 치킨 15라리 + 조지아 빵 2.5라리 + 맥주4.8라리+서비스 차지 15% = 25.65라리
혼자 여행하면 좋은 이유 = 저 밥 먹는데 1시간 걸리고요ㅋㅋㅋㅋㅋ 오늘도 정확히 50분에 걸쳐 밥 먹고 나니까 해가 졌다.
까르푸에서 제일 싼 와인. 7.9라리 / 우리나라 돈으로 4,000원 정도 하는데 사실 와인 맛 잘 모르고 술이면 다 좋아서요,, 그냥 젤 싼 거 어떤 맛일까 궁금해서 샀는데 너무 맛있네요..
호스텔에 돌아오니 어떤 아저씨가 자꾸 아이폰 몇 쓰냐고 물어봐서 12쓴다니까 자기거랑 똑같은 케이블 맞냐고 물어보고 엑스트라 케이블 있나고 물어봤다. 실제로 한 개만 챙겨오기도 했고 이렇게 또 삥을 뜯을려고 하는 건가 싶어서 “엥 너랑 내 거 다른 거 같은데?”하니까 “노노 같은 거임!!”이러는 거 아니겠음..? 결국 또 친절맨 빙의해서 “필요하면 빌려줄 수 있는데 나 한 개 밖에 없으니 돌려줘야한다”고 말하니까 갑자기 자리 이탈 ㅋㅋㅋㅋ 그러더니 케이블 하나 가져와서 자기 엑스트라 케이블이랑 엑스트라의 엑스트라, 엑스트라 엑스트라 엑스트라까지 있다고 “너 가져” 하면서 주셨다. 그리고 한개만 있다가 고장나면 또 필요하고 짐에 섞여서 못찾아도 두 개면 한 개인 거보다 빨리 찾지 않겠냐고ㅠㅠ.. 의심해서 죄송해요ㅜ 어제 조지에게 바가지 오지게 씌여서요 흑흑 ㅜ
감사하다하고 와인 마시는데 무슨 와인이녜서 걍 까르푸에서 제일 싼 거 샀다고 마시고 싶으면 마시라니까 자기 와인 안 좋아한다고 너 많이 마시라고,, 칩 와인 먹는 거 쏘 퍼니 앤 큩하다면서 거의 딸보듯이 내가 뭔 말만 하면 허허허허허 쏘 퍼니, 허허허 쏘 큐트 하다가 자러 가심ㅋㅋㅋㅋ
아 복숭아도 2알 1.5라리 1000원도 안 하는 가격으로 샀는데 와인만으로도 괜찮아서 내일 먹어볼 생각이었다가 하나를 먹게 됐는데 너무 맛있어요.. 미국인 친구랑 수다떨면서 먹어서 사진이 없어요 ^_ㅜ
트빌리시를 하루 여행하면서 느낀 점 : 트빌리시엔 진짜 동물 친구들이 많다. 누워있는 고양이 강아지들은 사람이 가도 안 일어남. 자칫하면 밟을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된다. 처음에는 강아지가 커서 좀 무서웠는데 너무 순하고 귀여워..
다 동영상으로 찍어서 첨부할 수가 없네요.. 대신 곳곳의 벽화를 첨부합니다.. 예술의 도시 아닙니까 이정도면??!
그리고 조지아 사람들 너무 친절하다. 러시아 같단 여행후기를 많이 보기도 했고 직접 혹독한,, 러시아를 경험해본 적 있기 때문에 상처받을 각오 단단히 하고 왔는데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러시아는 무뚝뚝 수준이 아니고 아이스 그 자체 (물론 친절한 사람들도 있었지만)였는데 오늘 만난 사람들은 표정은(-_-)이런데 친절하다.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아니고 미지근한 국밥 같은 사람들..(???)
저녁에 밥 먹으러 갔던 곳도 (ㅡㅡ) 이 표정으로 몇명이냐길래 쫄아서 “혼잔데 지금 식사해도 될까^_ㅜ?” 이러니까 내가 쫀 거 티 났는지 비즈니스 미소 지으며 자리 안내해줌.. 현지인들한테도 (ㅡㅡ)이렇게 서빙하다가 뒤돌아서 나한테 (^_^) 이 표정으로 다가오던 직원.. 너무 착하네요..
호스텔 직원도 (-_-) 이 표정으로 친절 보스 그 자체.. 와인 오프너 빌려달라니까 (-_-) 이 표정으로 “내가 따줄게” 이러면서 따주고 와인 식탁에 올려놓고 잠깐 폰 보고 있었는데 (-_-) 이 표정으로 글라스 씻어서 가져다주고 감.. 따뜻해.. 마치 트빌리시 날씨 같네요..
까르푸에서도 러시아 같았으면 내 순서에 일처리 할 게 있어도 나한테 설명 없이 막 일처리 해서 “나 지금 무시당하는 건가..^^;” 이 생각 들었을 텐데 여기 직원은 “나 1분이면 되는데 잠깐만 기다려줘”라고 말해줌.. 그렇게 말하시면 5분도 기다릴 수 있어요ㅠㅠ
어떤 애들은 사진 찍길래 안 지나가고 기다려줬더니 너 륄리 카인드 걸이라면서 가마르조바~! 이러면서 우르르 카인드 카인드 이러면서 감(이 친구들은 조지아인이 아닐 수도 있다만..)
여행에서 중요한 건 사람들이랑 날씨인데 오늘은 모든 게 완벽했다. 여행하는 동안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만 지금은 I Love Tbilis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