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혼자 조지아 여행 / 인천공항, 에어 아스타나 탑승기, 알마티 환승
설렘과 불안함에 잠이 안 와서 밤을 새우고 6시 45분 6호선을 타고 출발! 11시 5분 인천-알마티 비행기라 넉넉하게 3시간 전인 7시 50분쯤 도착했다. 공항철도에서 너무 졸려서 가방 한 손으로 부여잡고 졸다가 내려서 카운터 줄을 서고 있자니 여전히 실감도 안 나고 피곤했다..
50분 정도 기다려서 체크인 완료!
(10/9 기준) 에어 아스타나 카운터는 K구역
배낭을 항상 패킹하던 방식으로 패킹했는데 이번에 산 김장비닐은 뭔가 부실해서 벌써 찢어졌다. 트빌리시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기대됨…^^
하나은행 어플로 미리 환전을 하고 지점 수령 신청을 하면 인천공항에서 찾을 수 있다! (경유-면세구역은 수령 불가)
(10/9 기준) *수령 가능시간: 07시-21시 (평일)
08시-20시 (주말 및 공휴일)
-제1여객터미널
1층 입국장 환전소: 11번 출입구 부근
3층 출국장 환전소: 4번 출입구, 출국장 D, E, L 카운터 앞
-제2여객터미널
1층 입국장 환전소: 2번, 5번 출입구 부근
3층 출국장 환전소: 출국장 H 카운터 앞
환전한 돈까지 찾고 마지막으로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인천 공항 바깥 풍경을 본 다음 출국장으로 나가려니까 정말 기분이 이상했다. 3년 만에 느껴보는 기분. 오늘만 그런지 몰라도 출국장은 한산했다. 코로나19 이후 국제선을 타는 게 처음이라 출국 심사하는 것도 뭔가 낯설고 설렜다.
설레고 이상하고 비몽사몽 한 채로 면세구역 들어가서 바로 스벅 아아 때림. 카페인 들어가자마자 정신이 번쩍 들고 이때부터 기분 엄청 좋아지기 시작했다ㅋㅋㅋ
이번 조지아 여행 향수는 <레 플레르 드 랑방 블루 오키드> 90ml / 59달러 / 82,850원
그 나라에서 유독 저렴한 브랜드나 자체 브랜드가 있으면 그걸 사고 싶었는데 조지아는 그런 정보가 없어서 면세점에서 미리 구매했다.
색감이나 향이 내가 생각하는 조지아의 겨울로 접어드는 느낌+쓸쓸한 나뭇가지 같은 향이라 골랐다.
이것 말고도 이것저것 시향 해봤는데 사실 허겁지겁 커피 마시느라 마스크에 커피 다 묻어있어서 정확한 향을 맡기 어려웠기에… 이미지로 고른 것도 있음. 근데 왜 인터넷으로 사면 더 싸죠,,,? 환율 정말 무슨 일….. 이미 산 거 흐린 눈 하기로……
그리고 지연으로 유명한 아스 타나답게 10시 25분 보딩이라더니 25분 되니까 이따 안내해 줄테니 줄 서있지 말라고 했다ㅋㅋㅋ 10시 50분에 탑승 시작했으니 지연이라고 하기도 수줍은 수준. 3년 전에 에어 아스타나를 탔을 때도 1시간 지연됐었다. 이번엔 11시 40분쯤에 비행기가 떴으니까 30분 정도 지연된 셈이다.
인천-알마티 구간은 2-3-2라서 넓은 편!
패키지는 이렇게 세팅되어있다. 볼펜, 양말, 안대, 구둣주걱, 빗, 일회용 치약 칫솔, 이어폰
양말은 퀄리티가 구려서 기내에서 신발 벗고 있을 때 원래 양말 보호하는 용도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 볼펜이랑 빗은 귀여워서 챙겼다. 담요는 비행기 뜨고 안전벨트 등 해제되면 승무원들이 돌아다니면서 주고 착륙 전에 거둬간다.
12시 37분에 밥 나옴! 아침에 두유 하나 먹고 면세에서 커피 하나 먹고 끝이었는데도 너무 졸려서 배고픈 줄도 모르고 계속 졸다가 밥 냄새 나서 깼다.
기내식 너무 오랜만에 먹어서 행복해하면서 싹싹 다 먹었는데 역시 기내식은 치킨이 모험 없는 선택,, 에어 아스타나 기내식 잘하네,, 양념 치킨 같은 맛,,
(10/9 기준) 한국 영화는 <공기 살인>이랑 <범죄도시 2>가 있다.
3년 전에 탔을 땐 <궁합>이랑 <골든 슬럼버>가 있어서 둘 다 봤는데 너무 재미없어서 꾸역꾸역 봤던 기억이… <공기 살인> 보다가 잠들어서 알마티-트빌리시 구간에서 이어봤다. 음.. 뻔한 한국 신파극이지만 적절한 때에 꼭 했어야 하는 얘기라고 봄.
예전에 탔을 때도 기발하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같은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발레 무용수들이 안전사항에 대해 안내하는 모션그래픽인데 이것도 러시아의 영향일까..?
한국어 자막 지원은 안되지만 한 번쯤 봤을 법한 여러 유명 영화들이 많아서 볼 게 많다.
내가 무기력해질 때마다 보는 영화 <예스맨>, 이미 열댓 번은 봤기 때문에 자막 없이 봐도 무리 없었다.
내가 <예스맨>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 영화를 보면 경험의 총량을 늘리는 게 성장하는 일이라는 걸 느끼게 해 줘서인데 마침 여행을 떠나는 길에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커피는 뭔가 5년 전에 러시아에서 1500원 주고 사 먹던 커피맛 나지만 맛있다. 엥 근데 갑자기 커피가 새기 시작,,, 종이컵 어딘가에 구멍이 난 거 같은데 이런 거 개의치 않아요 노 프라블럼. 웃겨서 사진 찍어놨다.
밤새고 온 게 잘한 선택이었다. 7시간 긴 비행시간 내내 밥 먹고 꿀잠 잤습니다..^^ 카자흐스탄 시간으로 4시쯤 도착.(한국시간 7시)
입국장 쪽으로 가다 보면 트랜스퍼 고객들만 따로 모아놓는 곳이 있다. 여기서 기다리다 보면 버스가 와서 다른 출국장으로 데려다 줌. 이거 어디로 가는 거 맞냐고 안 물어봐도 되는 게 그냥 전부 다 같은 출국장으로 이동하고 거기서 게이트가 달라지는 시스템이었다.
다른 출국장 가서 트랜스퍼 검사(여권이랑 티켓, 짐 검사)하고 가면 이런 작은 탑승장이 나온다. 짐 검사 방식이 너무나 러시아 같고 에어 아스타나 승무원들부터 여기 모든 직원들 러시아어 쓰고 그럼ㅋㅋㅋㅋ심지어 공항 내리자마자 러시아 냄새났다고요ㅠ 구소련 국가들은 러시아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겠지만 나에게도 애증의 나라인 러시아 (지금의 사태는 용서 못해 ㅗㅗ) 그 분위기가 나는 게 묘하고 좋았다.
2층 올라가는 길에 흡연장 있고요. 2층 올라가면 작은 면세점이랑 카페, 자판기 등등 면세구역이 있다. 스타벅스도 있다!
알마티 공항 와이파이가 안 잡혀서 할 수 있는 게 없다. 공항 와이파이 연결하면 핸드폰 인증해야 되는데 문자가 안 옴. 데이터 로밍 켜봐도 안 옴. 돌아갈 때도 알마티를 경유해야 돼서 이건 해결 방법을 알아봐야 될 거 같다. 덕분에 사진첩 정리를 미루고 미루고 미루다가 여태 못했는데 비행기~알마티 환승할 때까지 해서 15기가 정도 정리했고 이글도 쓰는 중. 한국시간으로는 8시, 카자흐스탄 시간으로는 5시, 트빌리시 시간으로는 3시인 지금.
당연히 내 생체 시간은 저녁 8시이기 때문에 배고프고 커피도 마시고 싶었지만 밤에 잘 자고 싶고 기내식 또 먹어야 하여서 자판기에서 물만 구매하고 아까 기내식에서 남겨두었던 에너지 바를 먹었다. 자판기 어떻게 쓰는지 몰라서 자판기 물건 채우러 온 아저씨가 도와주심.
옆에서 보니까 카드를 꼽아서 인식시킴->번호 누르고 결제되면 카드 뽑기
(근데 태그식으로 결재하는 건 또 다른 방법인 거 같았다. 그렇게 하려다가 안되니까 위의 방법으로 하셨음)
아직도 알마티-트빌리시는 보딩까지 한 시간 남았다. 데이터 안되니까 시간 정말 안 가면서 그동안 얼마나 온라인 생태계에 젖어있었는가 새삼스런 반성을 해봄… 그리고 아침에 마지막 짐 싸다가 ‘책 읽을 시간이 어딨어’하면서 모비딕을 뺀 나를 탓하면서,, 아직도 조지아는 멀다.
지연 안되고 제시간에 보딩이 떴다. 신기한 건 모스크바 가는 1A 게이트에서 탄 사람들도 같은 셔틀 타고 가서 같이 비행기 탐(???) 그리고 다 같이 내렸음(???) 뭘까.. 하여간,, 알마티 공항은 진짜 할 게 없다.
그리고 이쯤 오니 정말 단 한 명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나는 아직 코로나에 안 걸려서 꿋꿋하게 쓰고 있긴 하지만 아마 주변 분위기에 휩쓸리겠지….^^ 며칠 버티려나 싶었는데 숙소 오는 택시에서 이미 마스크 해제해버렸다.
알마티-트빌리시 구간은 국내선 수준인 3-3 배치, 패키지는 다른 건 다 똑같고 빗이랑 구둣주걱이 없는 대신 불어서 쓰는 목베개가 있다.
날개 쪽이 시끄럽고 위험하다고들 하지만 난 내가 탄 날고 있는 철 덩어리가 어디에 의지하고 있는지 눈으로 보는 게 좋아서 날개 쪽을 선호하는 편! 날개쪽은 추가 요금도 없어서 미리 좌석지정을 해놨었다. 그리고 옆자리에 7개월인 여자 아기가 타서 너무 귀여웠다.. 조카도 생각나고 부모들도 아기를 너무 사랑하는 게 막 보여서 나까지 행복해지는 비행.
이번에는 비프랑 맥주! 쌀 먹을 수 있을 때 많이 먹어놔야지..
근데 커피가 또 새기 시작했다ㅋㅋㅋㅋ 아스타나 컵 상태를 의심하려 했는데 옆자리 부부 건 멀쩡한 걸 봐서 뽑기 운이 없었던 듯. 이때부터 정신을 차렸어야 했는데 그냥 웃겨서 사진만 찍고 있었네..^^
이 꼴로 나타난 나의 가방ㅋㅋㅋㅋ귀국 때는 어떻게든 되겠지 하면서 그냥 비닐 버렸다.
알마티-트빌리시 구간도 꾸벅꾸벅 졸면서 왔고요.. 일단 도착은 했는데 택시 기사들이 막 택시? 택시? 하면서 다가와서 일단 뿌리치고 환전하러 감. 234달러+5유로를 환전했는데 592라리를 받았다. 이거 맞나…? 사실 택시 기사들이 옆에서 너무 득실거려서 정신이 없었음ㅜ,,, 얼마나 정신이 없었으면 공항 사진 하나도 없다ㅋㅋㅋ
막티 사러 갔는데 너무 오래 걸릴 거 같아서 일단 밖에 나가봤다. 근데 이게 잘못된 선택이었음
택시 기사 한 명이 와서 막 말을 거는데 첨에는 계속 무시했다. 근데 볼트 드라이버 앱을 켜서 무슨 증명서? 같은 거 보여주면서 저기 안에 택시 기사들이랑 나는 다르다. 자기 볼트 공식 기사고 저기 볼트 공식 주차장에 차가 있다면서, 돈 많이 나오면 저기 볼트 사무실 가서 말하면 된다면서 계속 가자고 했다. 그렇게까지 말하니까 그럴까 싶기도 했고 눈탱이도 여행 초반에 맞아야 “흠^^ 이제부터 정신 똑바로 차려야지!”하지 중간에 맞으면 멘탈 바사삭 될 거 같아서 맞아봐야 얼마나 맞겠어 이러면서 따라갔다.
근데 생각보다 더 심하게 바가지를 씌워주심,,, 오면서 진짜 신나게 이야기 많이 했는데 심지어 그 아저씨 친구 별명까지 알게 되고 러시아 욕하고 북한 얘기하고 러시아 여행 썰 막 풀어주고 거의 베프 먹을 수준이었다고요.. 근데 그 볼트 드라이버 공식 앱이라는 걸 켜더니 132라리가 나왔다는 거 아니겠음…? 엥??? 이 표정으로 쳐다보니까, 자기 공식 기사라서 공항에서 시내 오는 건 회사에 커미션을 떼줘야 한다. 절반이 그거다, 시내에서 날 불러서 공항으로 들어가는 건 절반도 안 나온다 그건 커미션을 안 뗀다, 어쩌고 하면서 너랑 대화한 거 즐거웠으니까 100라리만 달라고 대신 소문내지 말라고까지 말함ㅋㅋㅋㅋㅋ 사실 바가지 씔 각오하고 탄 거라서 내가 바가지 씌우기 미안할 정도로 웃으면서 얘기 많이 하긴 했다. 그래도 100라리는 너무 심하지 않나요ㅜ
사실 이렇게까지 크게 씌울 줄 몰랐지만,, 뭐 이왕 벌어진 일 이제 조지아 사람들 함부로 안 믿게 되겠구나~^^ 하면서 그냥 100라리 줬다. 너무 오랜만에 여행해서 정신이 바짝 안 들어있고 마냥 좋은 기분도 한 몫했다. 여하튼… 트빌리시 공항에서 시내 오실 분들은 버스 타세오,, 아님 볼트 부르세오,, 나는 그냥 정신 바짝 안 차리고 헤실거리는 나에게 따끔한 금융 치료했다고 치고 낼부터는 정신 똑바로 차릴 예정..(이라고 말하지만 매우 속상해………)
Moosica 호스텔 웰컴 드링크
어쨌든 이 밤에 숙소까지 안전하게 온 것만으로도 어찌 보면 다행인 일이니까 좋은 게 좋은 거다 생각하기로! 숙소에서 웰컴 드링크로 와인 한 잔 공짜로 줘서 마음 상당히 많이 풀렸다. 그리고 이번 여행의 목표는 “내가 한 선택에 후회하지 않기”이다. 처음 온 나라니까 잘못 선택할 수도 있고, 살다 보면 실수도 할 수 있는 건데 자신에게 너무 박한 성격 탓에 인생이 참으로 피곤한 참이다. 그래서 여행하는 동안만큼이라도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다 생각해보기로 했다.
숙소는 우선 3박 후에 따로 정리를 하든 추후에 모아서 하든지 방향을 고려해보겠습니다만 너무 좋아요. 일단 웰컴 드링크를 주고 한국인이 오늘은 없음. 한국 여행자 특 : 한국인 만나는 거 안 좋아하면서 또 좋아함(??)
하여간 그래도 내일부터는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다는 다짐과 어떤 풍경을 보게 될지 기대를 하면서 한국 시간 4시 반, 트빌리시 시간 11시 반에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