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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PEACE Oct 14. 2022

조지아 Day4. 쿠타이시에는 봄이 있다네

여자 혼자 조지아 여행 / 트빌리시 열차, 쿠타이시, 바그라티 대성당

10/12_2022

오늘은 아침 8:25분 기차를 타고 쿠타이시로 이동하는 날. 트빌리시에서 너무 즐겁게 보내서 떠나기 아쉬웠다.

Moosica hostel-Tbilisi Central Railway Station 15분 거리 / 5.1라리


어젯밤에 만난 홍콩 친구가 잘 가라고 배웅해주며 호스텔을 나와 택시를 탔다. 첫날 택시를 바가지 쓰고 볼트를 깔았다.

볼트 너무 좋다.. 흑흑.. 첫날의 눈탱이가 다시 생각나서 마음이 좀 쓰렸지만 어쨌든 역에 도착.


역에 도착하면 들어가서 에스컬레이터를 2번 올라가면 플랫폼 넘버가 뜨는 전광판이랑 표를 살 수 있는 창구가 있다. 나는 표를 미리 예약해 와서 플랫폼 넘버를 확인하고 기다렸다. 1번은 2층에 있고 나머지는 3층에 있다.

2-3번 플랫폼을 잘 확인해야 되는 게 에스컬레이터 기준 2-3이라고 적힌 플랫폼이 양쪽으로 나누어지는데 나는 왼쪽으로 기차가 들어왔다.

러시아 열차처럼 열차 칸 앞에서 역장이 표검사를 해준다. 물론 러시아랑 비교할 수 없이 친절함. 자기가 내릴 때 이야기해줄 테니 편안한 여행 되라고도 해줬다.

우리나라 열차랑 거의 비슷하다. 3년 전에 여행할 땐 내 가방을 내가 잘 못 들었는데 이번엔 번쩍 들어서 올림.. 역시 운동을 해야..

인터넷으로 예약하면 랜덤으로 자리를 지정해주는데 운 좋게 창가 좌석이었다!

창문이 더러워서 사진은 잘 안 나왔는데 눈으로는 보였고 건너편 창문은 왜 인지 모르게 깨끗해서 더 잘 보였다. 건너편으로 본 멋진 풍경은 <츠한발리>가 있는 한국인 여행 자제 지역(?)으로 아마 러시아와 영토 분쟁이 있는 지역일 거다.


한참 풍경을 보다 햇살이 쏟아지며 노곤해져서 잠에 들었다. 졸다 깼는데 승무원이 지나가면서 “너 내리는 거 놓치지 마~!^_^”이러면서 갔다. 그래도 아직 1시간 넘게 달려가야 했다.


사실 트빌리시-쿠타이시 구간은 굳이 열차를 이용할 매리트가 없다. 마슈로카로 2시간 걸린다고 하는데 기차로는 거의 3시간 반 ~ 4시간 걸리니 말이다.

하지만 기차를 좋아하는 저는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었죠..


내가 탄 열차는 트빌리시-쿠타이시 공항 역으로 가는 열차였다. 트빌리시-쿠타이시 시내로 가는 열차는 하루에 한 대 오후에만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거였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쿠타이시 시내에 더 가까운 역이 있을 거 같았다.


구글맵으로 쿠타이시 근처 역을 찾아봤다. 쿠타이시랑 가까운 쿠타이시 국제 대학(Kutaisi International University) 옆에 <Rioni>라는 역이 있길래 여기에 정차하냐고 물어보려 하는데 딱 그때 마침 입구에서 “리오니~~~!” 하고 외쳤다. 조지아 열차는 따로 안내 방송이 없고 그냥 칸 입구에서 역장이 다음 역을 외쳐주는 시스템이었다.


그렇지만 확신이 없었다. 하필 그때 3g가 잡히면서 gps도 안되고 ‘내가 찾은 리오니가 지금 말하는 리오니랑 같은 걸까? 비슷한 다른 역이 또 있나?’ 불안해서 대각선에 앉았던 가족한테 물어봤다. (이때 역장이 갑자기 없어져서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


근데 그분들은 영어를 못하셨음. 내가 막 설명하는데 “쿠타이시 센트럴”을 알아들으셔서 “센트럴? 우리도 센트럴 가는 거야”라고 하셨다. 그때 딱 역장도 나와서 “엥 너 왜 내릴 준비 해? 너 공항 역 가잖아?” 이래서 ”그려러고 했는데 여기가 더 쿠타이시 시내랑 가깝더라고.. 미리 내려도 되지..?” 이러니까 “시내? 시내 가면 여기서 내려야지~~ 오키~~”라고 했다.

리오니 역

내리는데 역장이 “러키 걸~ 이분들이 너 센트럴에 데려다주신대~ 즐거운 여행 해~”라고 했다. 아까 내가 막 조지아어 못해서 겨우겨우 소통하던 가족분들이 역장한테 전해달라고 한 거였다(!)


근데 사람들이 보통 가는 시내랑 내가 잡은 호스텔이 거리가 좀 있어서 그냥 볼트 부른다고 했다. 그래도 정말 감사했던 기억이다.

택시 기사는 아카키였는데 이 친구 역시 정말 착했다. 호스텔 입구에 도착해서 “너 예약한 숙소 사진 있어?” 하면서 보여달라길래 구글맵에서 보여주니까 ”맞네! 잘 가!” 하면서 이름이 비슷한 장소들이 많아서 확인했다고 한다. 사실 잘못 데려다줘도 내가 실수한 거라 자기랑 상관없는 일일 텐데 정말 따뜻한 사람..


호스텔은 스페인 순례길의 알베르게 느낌이다. 침대 3개가 있는 방을 혼자 쓰는데 35라리! 근데 오히려 너무 커서 좀 무섭다..^_ㅜ 호스텔 주인도 친절한 아저씨였다. 여기에 상주하진 않고 근처에 있으니까 필요한 거 있으면 메시지 하라고 하고 또 나갔다.


짐 정리를 하고 내일 메스티아로 가는 마슈로카 표를 구하러 맥도날드까지 걸어갔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매우 행복했는데 시장을 지나가며 사람이 너무 많아지면서 문제가 생겼다.

날씨는 정말 좋았던 쿠타이시의 날!

동양인이 흔치 않은 건지 진짜 10명 중 8명이 다 쳐다보고 있었음ㅋㅋㅋㅋ심지어 어떤 할머니가 구걸 중이시길래 무시하고 지나가는데 갑자기 내 팔 주먹으로 때렸다(??)ㅋㅋㅋㅋㅋ너무 황당해서 웃음이 터져서 화는 못 냈다ㅜ


걸어가다 보면 마슈로카가 막 서있는데 거기 아니다. 맥도날드 옆에 마슈로카 또 막 서있는데 여기도 아니다.

여기 주황색 간판 있는 쪽!!

맥도날드 뒤에 가면 이런 건물에 아주 작은 티켓 부스가 있다. 쿠타이시-메스티아는 하루 한 대 10시에 있는데 사람 다 차면 출발할 거니까 9시까지 오라고 했다. 처음에 티켓 부스를 못 찾아서 한참을 뱅뱅 돌았다.


티켓사고 먹은 맥날

화이트 브릿지 있는 쪽이 그나마 여행객들이 있고 좀 시내 분위기인 거 같은데 내일 마슈로카를 편하게 타려고 다른 지역에 숙소를 잡아서인지 정말,, 사람들이 계속 너무 쳐다봤다.


맥날에서 햄버거 먹는데 애기들은 와서 보고 가고 어떤 아저씨는 “너 여기서 젤 눈에 띈다~~ 비유티풀 아시안~~” 이럼.. 어.. 고맙다..^^ 다른 아저씨는 또 와서 자기 “김-줜-일 안다”면서 굳굳 이러길래 사우스 코리아라니까 “예쓰 예쓰 김줜일~” 이럼ㅋㅋㅋㅋㅋ 또 다른 아저씨는 사우스 코리아라니까 “오! 니하오!” 이러길래 ”노~~ 니하오 아니야~~” 이러니까 ”엥?? 코리아 니하오 맞아!!!!!” 이러면서 감(??) 제가 한국사람인데 아니라잖아요ㅋㅋㅋㅋㅋㅋ


약간 도시 자체도 그렇고 사람들 반응이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예카테린부르크 여행할 때 생각났다. 도시는 대도시인데 여행객들이 꼭 찾는 곳은 아니라서 또 동양인을 신기하게 보는 분위기랄까. 하여간 걸어서 바그라티 성당으로 향했다. 이 모든 게 쿠타이시 도착하고 1시간 30분 안에 있었던 일..^^


어찌어찌 표를 구하고 맥도날드에서 밥을 먹고 걷는데 갑자기 너무 피곤했다. 아마도 기빨려서 그랬겠지.. 그래서 카페에 들어갔는데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있었다!

<Cafe miniart> 아이스커피(블랙) 5라리 / 서비스차지 10% 5.5라리

갤러리라고 적혀있었는데 그림이 많았다. 분위기도 좋고 충전도 할 수 있었는데 커피는 맛이 없었다.


한참 쉬다가 다시 걸어가기 시작. 사실 이때쯤에 좀 힘들어져서 그냥 돌아갈까 생각했는데 15분만 더 걸어가면 돼서 일단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고 너무 힘들면 택시 타자,, 하면서 걸어갔다.


그리고 이 풍경을 보고 걸어오길 잘했다. 오길 잘했다 생각하게 됐다. 딱 시간도 해가 무르익은 시간이라 날씨도 좋고 색깔이 너무 예뻤다.


혼자 사진찍기ㅋㅋㅋㅋ바닥 면적 무엇

혼자 사진 찍고 놀다가 돌아가려니까 우르르 서양인들이 들어와서 구경을 했다. 타이밍도 좋았던 <바그라티 성당>!


날씨가 너무 좋고 따사로운 햇살 아래 푸른 잔디가 펼쳐져 있으니까 꼭 봄 같았다. 잔디 너무 좋아.. 좀 축축해서 잔디에 앉아있지 못한 게 아쉬울 정도로 너무 좋았다.


그리고 트레킹 때 먹을 간식이랑 내일 아침에 먹을 만한 것도 찾으러 갔는데 완전 현지인 마트였다. 끓여먹는 도시락 라면(치킨 맛)이 있어서 우선 2개 구매하고 걸어가는데 또 마트가 있어서 무심코 봤는데 도시락(매운맛)이! 바로 달려 들어가서 컵라면 1개, 끓여 먹는 거 1개랑 아침에 먹을 빵을 샀다. (여기가 200원 정도 더 저렴했다ㅜ)

그리고 숙소로 걸어가는데 사람이 별로 없고 해도 점점 져가서 좀 무서웠다. 그래서 정말 발에 땀나게 빨리 걸었다.


한 25분 걸어서 숙소 도착! 라면을 끓여 먹으려는데 냄비가 한 10인용 밖에 없어서 이렇게 끓여먹었다ㅋㅋㅋㅋ


숙소가 약간 알베르게 느낌이라 다들 식사하고 자기 방으로 돌아가서 쉬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와글와글 보냈던 트빌리시와 다르게 조금은 쓸쓸하게 보낸 밤, 결국 므츠헤타에서 산 와인을 깠다..(?)


<mandaria hostel> 정말 다 좋은데 단 하나의 단점은 건물이 오래돼서 전기 설비도 오래된 건지 전체적으로 밤이 되면 어둡다는 거..?


와인 한 두 모금 마셨나..? 너무 피곤해서 바로 씻고 잤던 쿠타이시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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