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혼자 중남미 여행/신들의 도시, 테오티우아칸, 아즈텍신화, 피라미드
2025_5/31(토)
여행을 시작한 지 4일째 알람을 맞추지 않아도 아침 6시면 눈이 떠진다. 씻고 준비를 하고 8시 반, 길을 섰다. 세노떼와 해변이 있는 멕시코 동부에 비해 멕시코 시티 쪽에서 크게 고대하던 일정은 없었는데도 단 하나 기대한 바가 있다면 단연 테오티우아칸이었다.
잉카 문명과 동시기에 공존했던 아즈텍 문명, 그 아즈텍인들도 순례를 하러 갔다는 신들이 태어난 곳 테오티우아칸. 기원전 2세기경 건설되어 기원 후 4-7세기 전성기를 누렸다. 전성기 인구는 12만명에서 20만명으로 추정하니, 그당시로 치면 동시기 전세계에서 가장 큰 대도시였다.
우선 테오티우아칸에 가려면 초록 버스를 타고 북부터미널로 가야 해서 구글맵이 가리키는 초록버스 탑승 위치로 갔는데 아무것도 없었다. 어디서 타는 거지 싶던 차에 마침 초록버스가 지나갔고 놀랍게도 아무것도 없는 곳에 버스가 서고 사람을 태워갔다.
두 번째 초록버스도 곧바로 오길래 나도 앞전에 멕시칸 아저씨처럼 서있다가 버스를 탔다. (타고 보니 암묵적 정류장 같은 위치에 서서 오는 버스에 손을 흔들어서 타는 듯했다) 로컬 버스는 메트로 카드가 안 돼서 현금을 직접 기사한테 줘야 하는데 7페소라고 해서 10페소를 줬는데 거슬러줬다! 잔돈이 없어서 거스름돈을 기대하지 않고 준 건데 돌려줘서 역시 멕시코는 의외의 나라라는 생각을 했다.
멕시코 센트럴 쪽 도로바닥이 돌로 되어있어서 덜컹거리고 차문 앞문도 열고 달리는 게 동남아 로컬 버스 탄 것 같았다. 그리고 버스에서 소매치기당한 후기들이 종종 있었는데 왜 그러는지 알 거 같았다. 이런 환경에서 한국에서 하듯이 핸드폰만 보고 있으면 당연히 타깃이 될 거 같았다. 나는 중간중간 핸드폰을 열어 위치를 보고 바로 가방에 넣으면서 가다가 내렸다.
내려서 십 분 정도 걸어서 도착한 북부터미널은 기대했던 거 보다도 엄청 넓고 깨끗했다. 8번 출구 쪽으로 가면 테오티우아칸 가는 버스표를 구할 수 있다. 표 끊을 때가 9시 18분이었는데 아저씨가 21분 버스 괜찮냐고 물어봤다. 엥 싶기는 했는데 바로 옆인데다 '놓치면 바꿔주겠지' 이런 생각으로 끊어버렸다.
그렇게 달려갔는데 승객들이 들어가기 전에 몸 검사를 받고 있었다. 총기류 때문에 받는 듯했다. 혹시 늦을까 봐 뛰었는데 다행히 안 늦었고 버스는 8:25에 출발했다.
햇볕이 강한 나라라 그런지 선탠 자체도 짙고 거의 커튼을 치고 가는 분위기라 바깥 풍경을 볼 순 없었다. 내 옆에는 가족 세 명이 앉았는데 가면서 중간중간 사람을 태워가는 시스템이라 중간에 자리가 다 차서 사람들이 서서 가자 내 옆자리 아저씨가 아주머니께 자리를 양보했다.
테오티우아칸에 다 와갈 때쯤 사람들이 우르르 내렸는데 옆자리 아주머니도 내리시길래 테오티우아칸? 하니까 씨씨 하면서 피라미드는 두 번 더 가서 내려야 된다고 했다. 테오티우아칸은 지금도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도시 이름이고, 내가 가야 하는 건 피라미드였다. 아주머니가 내리고 다시 옆자리에 앉은 아저씨가 자신의 가족들도 피라미드에 간다고 자기들이랑 내리면 된다고 했다. 그의 지도를 보니 빙 둘러서 태양의 피라미드 입구 쪽으로 내려주는 거 같았다.
그 가족들 덕에 테오티우아칸 태양의 피라미드 앞에서 내렸다. 내리면서부터 '호객행위가 장난 아니겠지' 걱정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버스 앞에 '가이드를 해주겠다', 'ATV 탈래?', '밥 먹을래?' 물어보는 애들이 많았다. 멕시코 여행 난이도가 걱정했던 거보다는 높지 않은 게, 괜찮다고 하니까 아무도 질척이지 않고 미련 없이 갔다. 호객을 거절해도 계속 따라오는 다른 나라들이랑은 달랐다.
들어가기 전에 직접 뭔가를 굽고 있는 식당이 있어서 밥을 먹고 들어가기로, 피라미드에 들어갔다가 너무 좋은데 배가 고파서 나오는 일은 겪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진 상 밥이 있어서 들어갔는데 밥은 스프랑 같이 주는 메뉴밖에 없어서 그냥 토르티야를 주문했다. 소스를 선택할 수 있는데 몰레(mole) 소스는 어떠냐 해서 안 먹어봤다고 하니 직접 나초에 소스까지 올려서 맛 보여 주셨다. 무슨 맛인지 전혀 모르겠어서 그나마 친숙한 칠리소스로 주문을 하고 커피도, 마찬가지로 두통이 생겨서 컨디션이 안 좋아질까 봐 같이 주문했다.
기다리는 동안 바로 옆에서 요리하는 걸 구경하는 건 좋았다. 엄청 큰 팬에 토르티아를 굽고 재료를 올리고 말아서 주는 식이었다. 나중에 보니 토르티아도 직접 반죽해서 만들어서 구워두더라. 물론 위생은 글쎄, 멕시코의 대부분의 식당엔 작은 파리와 큰 파리가 날아다니는 게 익숙해 보였다. 나는 먹고 아프지만 않으면 된다 주의라 크게 신경 쓰진 않았다.
바깥의 풍경들도 재밌었는데 주인아저씨가 호객도 같이 하고 처음 버스 내렸을 때 가이드 호객하는 친구한테 돈도 쥐어주고 건널목에서 다른 식당을 갈까 기웃거리는 손님을 뺏어오기도 했다. 건널목에 있던 식당 사장님이 나와서 뭐라 소리치는 걸 보니 여기도 손님 뺏기가 있나 보다 생각했다.
커피가 나오고 곧 토르티아가 나왔다. 비주얼은 아주 훌륭했는데, 한입을 먹고 물음표만 떠올랐다. 이게 대체 무슨 맛인지.. 자세히 보니 소스가 두 개가 깔려 있었는데 칠리소스 쪽을 찍어먹으니까 차라리 훨씬 나았다. 그런데도 간이 뭔가 안 된 느낌,, 뭔가 빠진 느낌은 여전했다. 소금을 살짝 뿌려도 마찬가지라 그냥 순응하고 먹기 시작했다. 맛있지는 않았지만 배낭 여행자로서 큰돈 내고 먹는 건데 배는 채우자 싶은 마음이었다.
먹는 동안 보니 사장님 부부는 아주 잉꼬부부인 듯, 직원들도 6명 정도 있었는데 그 앞에서 껴안고 키스하고 아주 난리셨다. 직원들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걸 보니 평소와 같은 모습인가 보다, 맛은 그저 그랬고, 저런 광경이 낯설긴 해도 보기 좋았다.
피라미드 입구 쪽으로 걸어가면 왼쪽에 표 사는 줄이 있다. 입장료는 100페소, 오디오 가이드도 100페소인 거 같았다. 단체 손님들은 가이드가 옆에 난 창문으로 따로 뭉텅이 돈을 주고 티켓을 사갔다.
내 앞에 있는 아저씨가 나를 보고 미국인이냐고 물어서 아니라고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자신의 나라에 온 걸 환영한다고 여기 멋지다고 잘 즐기라고 해주셨다.
들어가자마자부터 압도되는 피라미드! 이집트에 가보지 않아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피라미드랑 실제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엄청 정돈되고 거대했다.
기원전 2세기경부터 도시의 틀을 갖추며 발전하던 테오티우아칸은 7세기 때 갑자기 세상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져 버렸다. 테오티우아칸이 멸망하기 전까지 이곳에 살았던 사람은 15만 명이나 되었다고 하는데 이렇게 거대한 도시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이곳에 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었던 흑요석을 캐낼 광산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배자의 무덤을 찾던 아즈텍 사람들이 테오티우아칸을 발견한 것은 14세기로 그들은 이곳을 ‘신의 도시’라는 의미의 ‘테오티우아칸’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19세기 중반인 1864년부터 발굴 작업이 시작됐고, 이제 겨우 10분의 1 정도만 발굴을 마친 상태인데, 그 면적만 해도 여의도의 4배에 달한다고 한다.
*출처:네이버이지북스
피라미드 가까이 갈수록 무슨 동물의 울음소리가 들렸는데 가보니 상인 아저씨들이 피리를 불고 있는 거였다. 피리마다 매(아닐 수도), 재규어 소리가 났다. 온갖 곳에서 피리를 불고 있기 때문에 진짜 자연이 온 착각마저 들었다. 아주머니들은 수공예품도 팔고 있다.
태양의 피라미드는 정말 거대하고 아름다웠다. 원래는 지금의 모습보다 7m 더 높았다고 하니 얼마나 장관이었을지, 지금은 올라가는 걸 금지하고 있다. 너무너무 아름다워서 세 걸음에 한 번씩은 피라미드를 올려다보며 걸었다.
이 테오티우아칸에 대한 재밌는 아즈텍 신화가 있는데 아즈텍 신화에서는 지금의 현세를 5번째 세상이라고 봤다고 한다.
첫 번째 세상은 '재규어의 시대’ : 태초의 사람들이 소나무 씨앗을 먹고 거인족이 되자 재규어들이 모조리 잡아먹고 서로를 잡아먹어 죽자 태양이 꺼졌다.
두 번째 세상, 바람의 신 케찰코아틀이 다스린 ‘바람의 시대’ : 사람들은 콩을 먹고살았고 이번에는 거센 바람이 사람과 모든 것을 날려버렸다. 태양마저 바람에 꺼져버려 세상은 멸망했다.
세 번째 세상, 농업의 신 틀락록이 다스린 ‘비의 시대’ : 어린아이들이 살아남아 농사를 지었다. 화염의 비가 내려 세상은 잿더미로 변하고 태양마저 하얗게 불타버렸다. 하지만 역시 누군가는 살아남아 네 번째 세상이 시작되었다.
네 번째 세상, 물의 신 찰치우틀리쿠에가 다스린 ‘물의 시대’ : 대홍수가 시작됐다. 사람들은 물고기가 되고 태양은 테오티우아칸의 ‘신성한 모닥불’로 숨었다. 52년 뒤 물이 다 빠지자 거대한 통나무에 숨어있던 부부가 밖으로 나왔다. 부부는 물고기를 먹으려 불을 피웠지만 그 불은 신들을 화나게 만들었다. 창조신 테스카틀리포카가 땅으로 내려와 부부의 목을 자르고 개로 만들었다. 세상은 끝이 났다.
해를 만드는 법은 신들 중 하나가 희생하여 다음 태양이 되는 것, 몸이 종기로 뒤덮인 가난한 신 ‘나나우아친’이 망설임 없이 불 속으로 뛰어들어 태양신 ‘토나티우’가 되었다. 이를 보고 부끄러움을 느낀 테쿠시스테카틀(오만하고 부유한 신)도 허겁지겁 불 속으로 뛰어들어 태양이 되었다.
태양이 두 개가 되자 세상은 금세 뜨거워져 신들은 염려했다. 그래서 두 번째 태양 테우시스테카틀을 향해 토끼를 던져 다치게 했다. 그러자 약해진 두 번째 태양은 해보다 어두운 달이 되었다.
태양과 달이 움직이지 않자 또 다른 희생으로 바람의 신 케찰코아틀이 자신의 심장을 꺼내 바람을 일으켰다. 그렇게 테오티우아칸에 다섯 번째 세상이 열렸다.
그리하여 테오티우아칸은 ‘신이 태어난 곳’을 말한다.
이런 얘기 너무 재밌지 않나요?
피라미드 뒤편으로 가면 청설모, 도마뱀들이 피라미드를 뛰놀면서 지내는 걸 볼 수 있다.
뒤쪽으로 쭉 걸어가다 보면 다른 출입구가 있는데 선인장 정원을 따라가면 휴식 공간이 나온다. 선인장이 이렇게 자라 있는 걸 가까이서 본건 식물원에서 말고 처음이었다. 이쪽 화장실이 깨끗하다. 물도 팔고 있어서 물 18페소 주고 사 먹었다. 햇빛이 장난 아니라고 하더니 정말 덥긴 더웠다.
사람이 좀 없는 쪽으로 가보려고 길을 걸어 가다 보니 태양의 피라미드가 계속 보였다. 그때의 그 사람들은 수세기가 지난 후의 이들이 그걸 보고 얼마나 큰 감탄을 할지 알고 이걸 지었을까?
근데 점점 바람이 많이 불고 날씨가 심상치 않아 졌다. 오히려 바람 불고 그늘지니까 시원해서 좋았다. 뒷길로 가다 보니 사람도 없어서 혼자 사진도 찍고 강아지랑도 놀았다. 나중에 알았지만 나는 길을 잘못들어서 사람이 없는 길로 간 거였다.
그렇게 걸어가다 보니 달의 피라미드 발견. 달의 피라미드는 인신공양을 주로 했던 피라미드인데 여기서 나온 유골들은 잔인하게 죽은 걸로 보아 포로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달의 피라미드는 중간까지 올라갈 수 있게 되어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로서는 올라가기 망설여졌..기는 무슨 아무 생각 없이 올라가다가 한 삼분의 일 지점에 왔을 때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캄보디아 앙코르 유적지 탐방 때도 어딘가 가파르고 힘든 곳을 오른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그룹투어였고 숙소에서 계속 마주칠 친구들이라 어른스러운 척 내려왔다지만.. 오늘은 정말 어떻게 내려갈지 막막했다.
게다가 이런 건 올라가는 게 더 무섭다는 사실… 위를 쳐다볼 수 없기 때문인데 아마 앙코르 유적지처럼 피라미드도 꼭대기에 올라가야 신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신을 만나러 가는 길엔 고개를 숙이도록 가파르게 만들어진 게 아닐지.
올라가다가 마지막에 결국 무릎 까먹고 도착. 그래도 올라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만큼 가치 있는 일이었다 멀리 태양의 피라미드도 보이고 케찰파파로틀도 보이고 쭉 죽은 자의 거리가 펼쳐진다.
죽은 자의 거리는 아즈텍 문명 시기 사람들이 테오티우아칸에 순례하러 왔는데 그때는 양옆으로 늘어진 건물들이 뭔지 모르고 무덤이라고 생각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테오티우아칸 전성기 시절에는 사람들이 살던 주택단지였다고 한다. 멀리 태양의 피라미드가 정말 멋있었다.
한참 풍경을 바라보다가 심상치 않던 구름이 결국 비를 내려 내려가기로 했다. 모두 같은 마음이라 거의 다 같이 내려갔다. 내려갈 때 위험할 거 같아서 우산을 펼치지 않았는데 오히려 비가 시원하게 닿아서 좋았다. 뒤늦게 올라오는 분들께 치얼업 외쳐주고 내려오니 비가 또 스물스물 그치려고 했다.
케찰파파로틀도 구경했다. 여기는 내부에 알록달록하게 칠하고 보석도 박아놓은 아름다운 공간이었는데 옆에 가이드 투어하는 사람들의 설명을 엿들은 걸로는 오른쪽은 실제 그 시절에 칠해놓은 것이고 나머지는 70프로 이상이 재건하면서 칠한 거라고.
예전에는 이런 사원들도 들어가도록 되어있었던 거 같은데 막아두었다. 그런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입장료 100페소면 8천 원도 안 하는 돈인데 너무너무 만족스러운 나들이었다. 케찰파파로틀 구경할쯤부터는 비도 완전히 그쳤다.
나는 태양의 피라미드에 흠뻑 빠져서 다시 그쪽을 보러 갈까 고민했는데 먹구름이 전부 태양의 피라미드 쪽으로 몰려간 걸 보고 이만하면 됐다 싶었다. 내가 볼 광경을 충분히 보여줬으니 구름이 저기로 간 거겠지.
아쉬움을 뒤로하고 밖으로 나와서 이제 돌아가는 버스를 타려고 정류장을 찾고 있는데 나올 때 과일 주스 먹으라고 호객했던 아주머니가 시티? 버스? 하면서 바로 위치를 알려주셨다. 멕시코 사람들은 뭔가 과잉된 친절은 없는데 속속히 보면 정이 많고 따뜻한 사람들이 많은 거 같다.
돌아오는 버스를 타고 가는 길, 바로 멕시티로 향할 수도 있지만 보통 사람들은 북부 터미널 전 정류소에 내려 과달루페 성당을 보고 간다고 한다. 나는 비가 더 올 거 같아서 쭉 멕시티로 향했다.
멕시티에 다 와갈 때쯤 기타를 멘 아저씨가 타서 기타 치며 노래를 메들리로 했다. 노래 한곡이 끝났을 때부터 동전을 털어 10페소를 손에 쥐고 있었는데 줄 타이밍이 언젠지 몰랐다. 아저씨가 한참 메들리하고는 주위를 둘러보며 뭐라 일장 연설하니 뒷자리 앞자리 사람들이 동전을 주었다. 재밌는 풍경이었다.
북부터미널에서 내리니 비가 많이 쏟아지고 있었다. 나는 고소공포증 때문에 사실 육교도 잘 못 건너는데 집에 가는 버스를 타려면 육교를 건너야 했다. 비도 미친 듯이 오고 무엇보다 외길이라 날 어쩌자고 마음만 먹으면 큰일 날 거 같은 육교를 정신력으로 이겨내고 건넜다. 이제 나는 어른이니까.
파란 버스 타고 숙소 근처까지 와서 내렸다. 비도 멈춰가고 숙소에 무사히 도착해 따뜻한 물로 샤워를 했다. 비를 꽤 맞은 탓에 감기에 들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럴 땐 괜히 나돌지 말고 밥을 먹는 것이 인지상정. 한인마트에서 사 왔던 춘천닭갈비 컵밥을 먹었다. 여기에 계란국 블록도 들어있었는데 으슬으슬한 탓에 국물 욕심이 들어 물을 한 바가지 넣는 바람에 싱거워졌다. 상비약처럼 가지고 다니는 라면수프를 좀 털어 넣었다. 오히려 맛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