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는 걸 알고 있는 세상의 단 한 사람이 물었다.
"어떻게 한 번에 작가 신청이 통과한 거야?"
"신청하고 며칠 있다 메일이 왔던데, 왜?"
"그게 그렇게 한 번에 통과되는 게 아니거든... 준비 단단히 해서 신청해도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아~~~ 그래?"
브런치 작가가 되려고 애써 준비하시는 분들에게는 너무나 죄송하게도, 나는 브런치에 대해서 거의 아는 게 없었다. 신변 잡기 사진들 아니면 광고나 진짜가 아닌 보여주기 식 글쓰기가 대부분인 SNS에서는 쓸 수 없는 내 진짜 이야기를 써보고 싶어 나를 아는 이가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글을 써보자 라는 게 브런치를 택한 이유였다. 가슴속에서는 매일이 요동치는데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유지하는 게 너무 힘이 들어 내 속을 어디에라도 털어놓으며 삶의 균형을 유지하고 싶었던 마음. 그리고, 살면서 문득 '아 이런 순간은 글로 써두면 좋겠구나'라고 느끼던 순간을 기록하고 싶었던 마음. 딱 그 두 가지가 글쓰기를 시작한 이유였다.
작가 신청을 해야만 글이 발행되는지 조차도 몰랐다.
우선 글을 하나 써보고 발행을 클릭하려고 했는데 먼저 작가 신청을 해야 된다고 하길래, 미리 써둔 글 딱 한 개를 가지고 신청했다. 심지어 자기소개를 뭐라고 했는지도 기억이 안 나고, SNS 주소를 넣었다가 혹시라도 내 일상이 노출될 까 싶어 그마저도 지우고 신청했던 것 같다. 처음 쓴 글이 당시 내 마음을 가장 환하게 해주는 아들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이미지 넣고 편집하는 방법도 몰라서 예전에 블로그 하던 때처럼 주르륵 마음 가는 대로 쓴 그야말로 어린이가 쓴 글 같은.... 음, 다시 생각해 보니 좀 부끄럽기도...
며칠 후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메일을 받고 조금씩 생각날 때마다 글을 써두었다. 글이라고 하기도 민망할 수준이지만 저장해 두었다가 조금씩 더 붙여서 발행까지 하고는 조회수를 본다던지 라이킷이 몇 개가 붙었을지도 궁금하지 않았다. 누가 읽어볼 만큼의 글이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신기하게도 조회수가 조금씩 늘고 있다. 브런치 스토리도 유튜브나 페북 같은 알고리즘이 있는 건가 궁금해질 지경이다.
그래서 다시 궁금해졌다.
브런치 스토리에서는 어쩌다 나를 작가로 승인해 준 걸까? 아마도 담당자의 실수 내지는 시스템의 오류가 아닐까?
내가 블로그나 페북 인스타 같은 걸 꾸준히 해 온 걸 보면 기록에 대한 욕구는 있었던 것 같다. 처음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시작했다가 점점 친구들이 알게 되고 심지어 직장 동료들까지 알게 되면서 다른 플랫폼으로 옮기는 걸 반복했는데, 지금의 내가 쓰고 싶은 글은 내 주변의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못할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아무도 모르되 누군가는 읽어주었으면 하는 마음.
그래서 브런치에서 쓰기 시작했고 읽어주는 누군가에게 고마운 마음.
담당자분이 실수를 하신 건지 아니면 내가 몰랐던 나의 가능성을 알아봐 주신 건지는 모르겠으나, 매우 감사합니다. 브런치 덕분에 글을 쓰고 평안을 유지하며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며 다른 작가들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게 되었어요. 요즘에는 SNS보다 브런치를 읽는 시간이 더 많아졌네요.
감사합니다.
정말루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