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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율 Aug 30. 2024

잊지 않길 바랍니다

EBS 다큐 < 우리는 선생님입니다 > 1부. 선생님을 위한 나라는 없다

  어젯밤에 방영된 EBS 다큐멘터리 K < 우리는 선생님입니다 >, '1부 선생님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오늘 오전에 보았다. 난 어젯밤에 본방송을 보지 못해서 일부러 오늘 챙겨서 보았는데, 보는 내내 눈물을 흘리면서 진심으로 공감했다. 

  앞으로도 나는 '잊지 않겠다'는 의미에서, 또한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다큐멘터리를 보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남기게 되었다. EBS의 공식 소개글은 다음과 같다.

  2023년 여름, 한 신규 선생님의 비극적 소식이 알려진 뒤 대한민국은 추모와 분노의 에너지로 들끓었다. 그로부터 1년, 그리 큰 변화가 체감되지 않는 우리 교육의 근본 문제는 무엇인가? 지난해 사망한 서이초 박 선생님, 상명대부속초 오 선생님이 각각 생전에 남긴 기록을 통해, 교사이기 이전에 인간인 이들의 존엄을 짓밟은 우리 교육의 민낯과 마주한다. 두 선생님의 삶과 죽음이 우리에게 남긴 메시지를 통해 위기의 공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한다.


  다큐멘터리는 2023년 7월 18일에 일어난 서이초 선생님의 사건과 함께 6개월 전인 1월에 발생한 오 선생님의 비슷한 사연을 다루었다.

  오 선생님의 죽음은 아버지인 오재근 씨가 서울시교육감과 교원단체의 서이초 사건 기자회견장(2023.7.24.)에 찾아와서 딸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밝혀줄 것을 눈물로 호소하면서 알려졌다. 당시에 나도 오재근 씨의 인터뷰를 봤던 기억이 난다.

  오재근 씨는 도예가인데, 딸을 보낸 후 한동안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그가 딸을 생각하면서 부르는 클레멘타인 노래가 다큐멘터리를 보는 내내 슬펐다. 아직도 여운이 남고 귓전에 맴돈다.

  전 서울시교육청 공익제보센터 팀장인 박용덕 씨는 오 선생님의 사건을 조사했다. 통화 기록과 문자 메시지 등을 보면 오 선생님은 직장인 사립초에서 주말이나 야간, 하물며 새벽에도 학부모의 연락에 대응해야 했다고 한다.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선생님이 죽음에 이르게 사건은 너무나 애통했다.

  교실에서 아이들 간의 사소한 다툼이 발생했다. 애들이 서로 밀치는 정도의 사건이라 가해와 피해를 나누기도 애매했다. 학교폭력을 했거나, 학교폭력을 당한 정도의 사안은 아니었다. 다만 아이들은 각자의 입장으로 학부모에게 사건을 전달하다 보니 아이들의 이야기가 서로 달랐다. 선생님은 아이들의 입을 통해 사건을 재연하여 동영상을 촬영했고 이것을 각자 다르게 이해하는 학부모에게 보냈다. 선생님이 초임 교사였기에 동영상에 대한 것은 실수였다.

  이것은 더 큰 문제가 되어 오 선생님을 괴롭히는 학부모 민원으로 돌아왔다. 학부모의 폭언과 경찰에 고소하여 '교직을 그만두게 하겠다. 다시는 교단에 못 서게 하겠다'는 협박이 있었다고 한다. 오 선생님은 본인에게 교사의 자질이 부족한 것 같은 괴로움과 죄책감으로 힘들어하며 우울증을 앓게 되었고, 결국에는 극단적인 선택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자신을 격려하며 홀로 어떻게든 극복을 해보려고 노력했던 오 선생님의 흔적을 보면서 나도 눈물이 났다.


  서이초의 박 선생님은 생전의 생기 넘치고 열정적인 모습을 보니 더욱더 안타깝고 슬펐다. 작년에 우리나라의 모든 교사들에게 충격과 슬픔을 주었고, 큰 트라우마가 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다큐멘터리에는 같은 대학교의 절친했던 후배인 선생님과 박 선생님의 대학원 지도 교수님, 사촌 오빠의 인터뷰를 담았다.

  박 선생님의 사촌 오빠인 박두용 씨는 교사유가족협의회 대표이기도 하고 이미 언론을 통해 보았던 분이다. 가족으로서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가족들은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박 선생님의 사건을 파악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그때 당시 언론에서 '연필 사건'을 많이 조명하고 있었어요. '연필 사건' 같은 사건이 유독 많았어요. 평균적으로 한 달에 1~2회 정도 지속적으로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박 선생님이 대처하는 모습을 보았다고 한다. "제가 잘 지도하겠습니다"라고.

  "이런 걸 선생님 입장에서는 감당할 방법이 없더라고요. 강력하게 제재하면 아동학대로 고소를 당하고, 말로 "그거 나쁜 짓이야. 하면 안 돼" 소리치는 것까지도 정서적 아동학대에 해당돼서. '너무 심합니다. 검사를 받아보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조심스럽게 장문의 연락을 하기도 했었어요. 그런데 답변이..."

  박두용 씨는 이런 일이 반복되면 사람은 점점 더 무기력해지고 스스로가 가치 없게 여겨져서 자존감도 낮아진다고 말했다. 박두용 씨가 이야기한 박 선생님의 상황과 심정은, 요즘 시대의 같은 교사로서 나도 어땠을지 충분히 이해가 되고 절실하게 공감할 만한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선생님은 돌아가시기 직전까지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기도 했기에 이를 보면서 안타깝고 눈물이 났다.


  이 외에도 우울증으로 힘들어하고 계신 중학교의 한 선생님의 사연도 나온다. 가장 공감되는 부분은, 부당한 민원과 과중한 업무를 못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이다. "선생님이 그것도 못하냐. 담임이 그것도 못해주냐. 교사로서의 사명감이 부족하다." 등 교사의 책임감과 자존심을 건드리며 힘들게 한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교사들은 흩어진 채 고립되어 각자도생으로 살아가고 있어, 해당 선생님은 공동체가 없는 것처럼 느꼈다고 말한다.



  2023년 여름의 서이초 선생님 사건 이후, 교사들은 거리에 나와서 집회를 했다. 첫 집회는 평범한 한 선생님의 주도로 이루어졌으며 모두 10차례의 집회로 이어졌다. 교사들이 처음으로 연대를 한 것이다. 당시에 거리로 나선 교사들의 마음은 '당신이 나이고, 내가 당신이기에' 가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이 지난 현재, 교사들이 느끼는 현실은 크게 바뀐 점이 없다.


  교사들을 많이 상담했다는 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선생님의 말씀은 나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교사들의 상황이 너무나 안타까운데, 혼자 고민하는 문화가 문제라고 하셨다. 연대가 끊어진 상태로 홀로 괴로워한다고.

  현재 학교 현장은 낡은 조직 시스템이라, 학교 내의 대응 시스템을 만들어야만 한다고 말씀하셨다.  지금처럼 각종 정서 문제 등 변화한 환경의 학교에는 정신과 의사, 심리상담사, 사회복지사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명의 담임 선생님이 모두 감당하게 하는 시대는 끝내야 하지 않냐?"는 말씀은 내게 큰 위로와 울림을 주었다. 정말로, 앞으로는 그랬으면 좋겠다.


   EBS 다큐멘터리 K < 우리는 선생님입니다 >는 총 6부작으로 매주 한 회씩 방영될 예정이라고 한다. 1부는 너무나 마음이 아픈 내용이라 보기 쉽지 않았다. 그래도 다큐멘터리가 교육 현장을 다루고 있기에  앞으로도 계속 관심을 두고 보려고 한다.

  '선생님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가혹한 현실 속에서 무엇보다도 '선생님'에게 우리 사회에서도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면서. 행복한 선생님이 행복한 교육을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  EBS 다큐멘터리 K < 우리는 선생님입니다 > 예고편 : https://youtu.be/nUYXmqOOe4s?si=qvxarJ8WXUdlNiUb


                                                                                                           [내 길 위의 파랑새를 찾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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