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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율 Jul 18. 2024

가르치고 싶어요?

- 그전에 이것부터 알고요

  왜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왜 선생님이 되셨나요?


  이유는 다양할 거다. 중등교사의 경우엔 교과를 맡아서 가르치다 보니, 전공이 좋고 그것을 가르치는 것이 즐거워서 교사가 되어도 괜찮겠다고 여겼던 예전의 나와 비슷한 누군가가 있다면.

  현재의 내가 꼭 알려주고 싶은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수업을 하는 것, 가르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많은 선생님들이 "학교에서는 수업만 하고 싶다"라는 말씀을 한다. 학교에는 수업에만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교사가 시간을 쏟아야만 하는 다른 책임과 일이 많기 때문이다.

  교사가 해야 하는 일을 크게 나누어 살펴보면 학습 지도(수업, 평가) 외에도 담임 업무(출결, 인성 지도, 생활 지도를 비롯한 학급 전반의 일), 학교와 학사일정이 굴러갈 수 있도록 나누어서 수행하는 행정 업무가 있다.

  그런데 오늘날의 학교에서는 담임과 행정 관련 일이 워낙에 많다 보니 수업은 뒷전으로 밀리기 십상이다. 더 잘 가르치고 싶고, 더 즐거운 수업을 하고 싶어도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기에 수업만을 중심에 두기가 어렵다. 수업이 중요하고 본질이라고 생각하는 교사라면 이 부분에서 괴로움을 느끼게 된다.

  '가르침'에 대해서만 이야기해 보겠다.

  학교에서 가르치려면, 대전제는 목청이 건강해야 한다.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교사는 목청이 좋아야 계속할 수 있다. 교사는 개인차가 있겠으나 일주일에 20시간 전후의 수업을 하기 마련이고 학교에서 학생들을 상대하면서 끊임없이 말을 하게 된다.

  학교는 소음이 심한 공간이다. 교실 환경도 요즘 개선되고 있긴 하지만 열악하고 대체로 먼지가 많은 편이다. 다수를 대상으로 학교에서 강의를 비롯해 말을 많이 하다 보면 퇴근 후 집에 와서는 저절로 입을 꾹 다물게 된다. 솔직히 말을 할 힘이 남아 있지 않다.

  신규 교사였던 난 교사가 되고 몇 년 지나지 않아 결국 성대결절을 앓으며 계속 병원에 다녀야 했다. 증세가 심할 땐 동화 속 인어공주처럼 목소리가 아예 나오지 않은 적도 여러 번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상황에 적응하면서 내 목소리는 처음과 다르게 점점 변했다. 노래방에 갔던 것은 대학 때가 마지막이다. 이젠 목소리가 안 좋아져서 노래방에 가서 즐길 수도 없고 내 목소리를 최대한 아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마이크의 도움을 받아야만 매일매일 학교에서 하는 수업량을 소화할 수 있다.


  학교에서 가르치려면 반복에 강해야 한다. 학교 수업은 반복의 연속이다. 같은 수업 내용을 여러 반에서 반복해서 말하게 된다. 물론 학급마다 학생들의 반응에 따라, 학생과 상호작용하면서 세부 내용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수업 시간에 꼭 전달해야 하는 핵심 내용은 교육목표 달성이나 공정한 평가를 위해서도 중요하므로 동일한 내용과 구조의 수업을 반복하게 된다. 반복하는 걸 지겹고 힘들게 여긴다면 곤혹스러울 수 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은 교육과정에 정해진 대로, 평가 계획에 따라 한정되어 있다. 학교와 교사 자율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교육과정이 개정되고는 있으나, 사실 대학 입시 제도가 변하지 않는 이상 대입, 고입과 관련된 교육과정 위주로 가르칠 수밖에 없다. 학기 초에 한 해의 평가 계획인 정기고사와 수행평가의 내용과 시기가 정해짐에 따라 수업도 영향을 받는다. 학교에서의 수업은 교육과정과 교과서의 진도에 쫓기면서 평가에 종속되어 이루어진다.

  특히 고등학교는 대입과 직결되는 내신 등급이 평가로 나누어지기 때문에 평가와 관련된 민원이 많고, 세세하게 진행할 수밖에 없는 평가와 한정된 실제 학교 수업 사이에서 모순을 겪는 것 같아 보인다. 그나마 중학교는 고등학교보다는 평가의 압박이 덜한 편이다.

  이번에 내가 소속된 교육청의 새롭게 바뀐 고입 제도에 따르면 학생들 성적이 A~E로 나뉘는 절대평가에서 E 등급(50점 이하)이 없도록 해야 고입에 유리하다고 한다. 앞으로 중학교에서는 수업과 평가에서 이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E 성적을 최대한 줄이라고? 그런데 수업 시간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또는 '못하는') 학생, 정기고사에서 한 줄로 마킹하고 바로 엎드려버리는 학생, 학교에 나오지를 않다 보니 가뭄에 콩 나듯 학교에 왔다 하면 수행평가 학습지에 이름만 적어 달라고 부탁해서 겨우 평가지를 받는 학생 등은 어쩌나 싶다.


  교실에 모인 학생들은 다수인 데다가 학습 수준은 당연히 천차만별이다. 일대일 맞춤형으로 가르치는 과외, 레벨테스트를 통해 학생을 선별해서 받고 소수정예로 반이 구성된 학원과는 다르다. 학교 수업은 뛰어나게 잘하는 학생도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도 아닌 중간 수준 어디쯤에 맞추어진 내용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많게는 서른몇 명에서 스물몇 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해야 하니 학생들에게 개별적으로 접근하기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초학력 보장을 위해 주요 교과는 학교에서 학습부진 학생을 대상으로 기초학력 책임 수업을 별도로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공교육과 사교육의 환경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사교육 교사는 대단한 교육 전문가로 여기면서도 공교육 교사의 수준을 무시하는 경우가 있다. 훌륭한 학교 선생님들이 참 많은데, 학교 수업으로 가르치는 데에는 제약 사항이 있는 것이다. 학교에서 교사가 능력이 없어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의 교실에서는 할 수 없는 것뿐인데 공교육 교사를 불신하는 상황은 답답하고 안타깝다.



  위에서 밝힌 건 학교에서 가르치기 위해 태생적으로 품고 가야 하는 요소라면, 현재 점점 더 심해지고 있는 교실 안의 문제들이 몇 가지 더 있다.

  많은 학생들이 수업을 듣지 않는다. 다양한 이유로 학생들은 학교 수업을 외면하고 있다.

  집중력이 부족하고 산만한 학생은 수업 시간에 친구와 떠들거나 수업 내용과 무관한 질문을 꺼내고, ADHD인 학생 수도 늘어나서 수업 중에 심지어 교실 안팎을 돌아다니기도 한다.  학원 때문에 바쁜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도 학원 숙제를 하려고 한다. 게임 등 여러 이유로 밤에 잠을 자지 않아서 수면이 부족하고 피곤한 학생은 수업 중에 졸고 아예 대놓고 엎드려서 자기도 한다. 우울하고 무기력해서 학교에 오지 못했거나 겨우 학교에 왔기에 그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학생도 있다.

  '교실 붕괴'라는 표현은 예전부터 있었던 것 같은데, 이대로라면 '교실 붕괴'라는 말 그대로 조만간 학교에서는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서로를 향한 배려와 상식, 예절이 모두 사라진 교실이다.


  이 와중에 교사들에게는 수업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교사들은 학교의 환경 변화(학급수 감축)와 무관하게 인원이 줄어들고 있다. 즉, 교사의 수업 시수와 다른 업무량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리고 중학교에는 자유학기제, 고등학교에는 고교학점제와 같은 제도가 도입되었다.

  옛날에는 학교에서 교사 본인의 전공 수업에만 집중할 수 있었지만 요즘에는 전공 교과 수업도 학년을 걸쳐서 들어가는 것이 기본이다. 여기에다가 중학교에서는 진로와 관련된 과목을 개설(자유학기제)하고 고등학교에서는 전공 선택 과목을 개설(고교학점제)해서 가르쳐야 한다. 심지어 학교 상황에 따라 교사가 본인 전공과 무관한 스포츠클럽이나 창의적 체험활동 수업을 맡아야 하는 경우도 많다. 동아리를 담당해서 지도하는 것도 예전부터 하고 있으므로 교사가 학교에서 맡아야 하는 수업의 종류는 몇 가지나 된다.

  고교학점제 때문에 최근에 어떤 고등학교 선생님은 한 학기에 전공만 6과목의 수업을 맡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기도 했다. 여러 학년, 여러 과목을 맡으면 수업 준비도 부담이거니와 과목별로 평가하는 것과 생활기록부를 기록할 생각을 하면 한 사람이 감당하기 정말 어려운 수준이다.


  학교에서 가르치다 보면 간혹 반짝이는 감동과 기쁨의 순간도 있긴 하다.  

  그렇지만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학교에서 가르치고 싶어요?


                                                                                                           [내 길 위의 파랑새를 찾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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