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여다보는 마음
2026-02-08-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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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하던 카페를 그만두게 되었다. 내 탓이다. 한계가 왔다. 토요일 아침 정말 가기 싫어서 새벽에 허리디스크가 터졌다는 거짓말을 했고, 그걸 읽지 못한 사장님이 뒤늦은 아침 내 메시지를 확인하고 화가 나서 예약한 일정에 취소금까지 냈고 이런 일이 저번에도 있지 않았냐며 사정이 복잡하다고 기나긴 메시지를 보내왔다. S 이후로 긴 메시지에 신물이 난 터라 읽는 내내 심장이 두근거렸다. 내 잘못이 맞지만 그냥 우기고 싶었다. 좀 봐달라고. 나 힘들다고. 동시에 그만두고 싶었다. 장례식 이후 만난 사람들과는 연을 끊고 싶었다. R와의 인연이 여기까지였던 것도 어쩌면 내가 원하는 것이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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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적고 싶지 않았지만
적다 보니.. 내 마음에 무언가를 심을 만한 여유나 에너지가 없음이 느껴진다.
한계까지 날 밀어붙이면서 반복해서 버티는 생활은 나에게 정말 맞지 않는다.
나만큼 예민한 사람과의 관계도 불필요하다.
R는 만난 날부터 나에게 잘해주고 좀 애쓴다 싶을 정도로 나에게 무언가를 퍼부었다. 영양제 선물과 요청하지 않은 샴페인 선물까지.. 차라리 편지였다면 좀 나았을까? 처음으로 내가 잘해줬을 때의 K의 마음이 이해가는 순간이었다. 나에게 그렇게까지 잘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내가 그걸 받을 준비가 되지 않았을 때 뻔뻔하게 무언가를 받는 사람이 되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다. 일련의 사건들이 나에게 말해주고자 하는 게 무엇일까. 두서없이 적어보자면 R는 자신이 받고 싶은 만큼 나한테 해줬다는 사실이다. 졸업 작품 때부터 필요할 때 찾은 거 아니냐며 답을 하지 말라고 해서 답을 하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그랬다. 사실이어서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내가 정말 좋아서 찾는 사람도 없어서 더 할 말이 없었다. 관계엔 필요가 필요하지 않은가? 아마 D가 말하는 필요는 자산으로써의 의미가 강해서 나에게 자신이 소모적인 대상이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고 그래서 나와의 관계를 끝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랐을 것이다. 그랬던 적도 있지만 I를 엄청나게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없고, 만만하게 생각한 적도 없었다. 일단 나는 L에게 요청한 적이 없었다. 나를 극진하게 대해주기를, 뜻밖의 선물을 주기를..
그래서 부담스러웠다. 나도 이만큼 해줘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흐르긴 했지만 그렇게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사이여서 (오히려 따지면 먼 쪽에 가깝다) 값이 나가는 선물을 주고받기에는 우리가 나눈 이야기가 그렇게 길지 않다는 생각을 종종 했다. 같이 보낸 시간과 나눈 이야기에 비례하는 마음이 아니었고 나에게는 그걸 포장할 만큼의 D의 매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는 결이 다른 사람이었다. P가 나를 웃기려고 한 이야기에 나는 웃지 못했고, M는 내가 웃기다고 생각하지 않을 이야기를 끊임없이 했다. 그냥 서울에서 혼자 살고 있는 가난한 여자라는 공통점이 있을 뿐이어서 우리가 나누는 이야기는 거기서부터 시작했다. 나는 어쩌면 그런 존재가 꿋꿋이 자신의 삶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에 위로를 느꼈고 그런 의미에서 O의 생사를 확인하고 안부를 묻는 정도로만 가까움을 유지하고 싶었던 것이었는데, 그래서 예상치 못하게 가까이 다가온 N의 행위들을 처리하는 것을 미루고 싶었다. 그냥 우리는 맞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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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사는 건 나한테 정말.. 정말 맞지 않다.
최소한 나의 하루, 생각, 감정, 해야 될 일들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고 몰아쉰 숨을 들어내쉴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예민하고 생각 많고 감정에 쉽게 압도되며 산만한 사람이어서 일상적이고 반복되는 주기를 살아내려면 일정하게 쌓인 것들을 치울 시간이 필요하다. 반드시. 바쁨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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