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을 허물어라!
성춘식은 화들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예? 여기까지라면 이제 저희 풀려나는 거라 예?"
"풀려나는 거 좋아하고 있네 니 내가 누군지 모르제? 한번 물면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범인 잡아 오는 김선희다. ”
성춘식는 다시 표정이 굳어졌다.
“배 형사! 내 뭐 좀 알아보고 올 테니까 이 두 놈 식사는 직원 식당에 남은 김치 몇 조각하고 밥 한 그릇 퍼줘라!”
나는 배 형사에게 지시하고 창고를 나왔다.
그리고 사무실에서 절도 전과자들과 정보원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이 두 놈의 과거 행적을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끼리끼리 논다고 절도범들은 저들끼리 다니는 다방이 있고 배회 처가 있어서 그곳에서 서로 정보 교환을 하기도 하고 범행을 모의하기도 한다.
절도범들은 거의 의리가 없다고 보면 된다. 서로의 약점을 알고 있어야 나중에 사건으로 형사에게 검거되면 딜을 하고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에 한, 두건씩은 꼭 품고 있다.
이놈들은 절도범이라도 흔하지 않은 금고 털이라 행적 찾기가 쉽지 않았는데 수성구에 있는 넝마주이들이 모여 사니까 그들끼리 잘하는 범죄라고 정도만 알아냈다.
금고 털이는 1~2명이 하는 것이 아니고 소매치기와 같이 여러 명이 움직인다. 그 이유는 바로 금고의 무게 때문이다.
금고의 무게는 상당히 무거워서 여러 명이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성춘식과 조석태는 과거사건 기록에는 같이 움직였던 공범들이 대부분 다 동일인물인 것을 나는 발견한 것이다.
나는 성춘식과 조석태가 함께한 공범들 중 제일 많이 범행을 같이한 것으로 보이는 한 사람을 선택했다.
그의 이름은 최상중(가명)이며 우리가 조사하고 있는 두 놈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일면식 한번 없었던 최상중이라는 전과자를 이용할 참이었다.
최상중을 미끼로 이용하려면 현재 그의 신병 상태를 파악해야만 했다.
만약 그가 현재 교도소 수감 중이면 그를 포기하고 다른 미끼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전산 시스템을 통해 최상중의 신변을 파악했다.
그의 소재지부터 예전에 그와 관련된 사건을 조사했던 경찰서 등등 그의 현재 신병 상태를 파악해 나갔다.
그 결과 다행히 최상중은 2년 전 출소 이후 현재는 교도소에 수감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나는 최상중이 교도소에 수감 되지 않은 것을 몇 번이나 재차 확인한 후 조사실이 마련된 창고로 갔다. 그리고 배 형사를 불렀다.
" 형님 뭐 좀 알아내셨습니까?"
" 배 형사 지금부터 우리는 돌리기 하는데 후딱 해치우자."
나는 배 형사에게 조석태에게 해야 할 작전을 지시하고 나의 테이블로 돌아왔다.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졸고 있는 성춘식에게 소리쳤다.
"어이! 성춘식! 퍼뜩 일어나!"
성춘식은 놀란 눈을 뜨며 고개를 들었다.
"자슥이 여기가 어디라고 고개 숙이고 졸고 앉아 있어?"
"아.. 또 왜 그러십니까? 아직도 물어볼 것이 남았어 예?"
"야 임마! 이제 시작이다. 알았나?“
성춘식은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리를 고쳐 앉았다.
“뭘 또 시작하는데 예? 예? 인자 고만 합시다.“
“이 새끼가 뒤질라고 작정했나? 어디서 개아리를 타노?“
나는 서류철을 뒤지며 최상중의 사진을 꺼냈다. 그리고 그 사진을 성춘식의 눈앞에 갖다 댔다.
” 니 임마, 알제?“
김창호는 순간 얼굴이 굳어졌다.
”와? 또 모른다고 해야지?“
성춘식은 말이 없었다.
” 마! 아나? 모르나?“
” 압니다..“
” 우째 아는 사이고?
” 다 아시면서 뭐하러 물어보십니까?“
” 말 대답 하지 말고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라.“
” 예전에 같이 일하던 친구입니다. 근데 그 친구가 지금, 이 상황하고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성춘식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뭔가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이것은 둘 중 하나다. 최상중이 이들이 가지고 있던 채권 가방과 관련이 있던가 아니면 최상중과의 뭔가 말 못 할 사정이 있다는 얘기다.
”최상중이가 또 금고 털다가 동부서 내 후배 형사한테 검거되어 조사받고 있어“
성춘식은 애써 태연한 척하려는 표정을 지었다.
” 그래서 예? 그게 저하고 무슨 상관입니까?“
”아. 그게 말이지 내 후배가 조사하다 보니 지난번에 입건된 사건 말고 몇 가지 더 범행이 있었더구만 근데 거기서 니하고 성춘식이란 이름이 나와서 말이야.“
성춘식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바짝 들었다.
”예?? 무슨 사건인데요? 지난번에 최상중이하고 부산에서 금고 턴 것은 사실이고 그거는 이미 학교( 교도소 ) 갔다 왔는데요.!“
”그거 말고 이 자슥아! 입건 안 된 사건들이 엄청 많은 것 같던데.. 최상중 사건중 공범에 성불상 춘식과 석태라고 나오는 것은 너거들 맞잖아. 자슥아! 맞제? 상중이가 너거들 안 불고 혼자 들어갔다가 나온 거잖아. 일단 내 다시 한번 물어볼게. 니 채권 가방 서부 정류장에서 주운 것 맞제?“
성춘식은 식은땀을 흘렸다.
“예.. 그거는 사실입니다.“
”그래, 좋다. 그거야 아직 증거도 없고 뭐 니나 내나 입씨름하는 것도 귀찮고 그래서 말인데 나는 지금부터 니가 최상중이하고 입건 안 된 사건을 조사하려고 한다. 그게 더 짭짤할 것 같거든? “
”짭짤하다고요?“
”그래 임마! 형사는 직장인 아니가? 우리도 진급과 월급이 좋지. 물론 민주 경찰이 국민의 안전에 힘써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렇게 니 같은 범법자 잡아놨으면 민주 경찰로서 도리는 한 거고 이제는 나도 실적을 찾아다녀야지, 안 그렇나? 느그들만 입이가?“
성춘식은 말이 없었다. 나는 배 형사를 불렀다.
”배 형사! 조석태하고 최상중이 관계 알아봤나!?“
배 형사는 내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
”예 형님. 임마도 최상중이는 안다고 하네요.“
나와 배 형사는 이미 입을 맞춘 상태였다. 범법자들은 그것을 알아야 한다. 본인들만 입을 맞출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 형사들도 자백을 캐내기 위해서는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지금 이 글을 보는 누군가는 이런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행여나 경찰 조사를 받게 되면 조사를 하는 형사나 경찰관이 하는 말을 무조건 거짓말이 많으니 믿지 말자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것은 큰 오산이다.
왜냐하면,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조사를 하는 사람만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혹시나 경찰 조사를 받을 일이 있으면 순순히 자백하는 것이 당사자에게 훨씬 좋다는 것을 명심하자.
”그래 성춘식 임마도 최상중이 안다고 하네“
”예 형님. 안 그래도 아까 동부서에서 연락이 왔었는데 임마들 입건 안 된 사건이 엄청 많던데요?“
”그래 나도 들었다. 배 형사 채권 가방 그거는 나중에 조사하기로 하고 일단 최상중이하고 임마들 하고 입건 안 된 사건부터 조지자. 그게 더 났지 싶다.“
”예! 형님! “
나는 성춘식을 바라보았다. 성춘식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얼굴에는 알 수 없는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그래 성춘식 서부 정류장 채권 가방은 니가 끝까지 주웠다고 하니까 뭐 어쩔 수 없지 주웠다는 데 할 말 있나? 채권은 발행처부터 역추적하기로 하고, 근데 너희들이 조금 안타깝다. 차라리 그 가방을 훔쳤으면 참 좋았을 건데 쯧쯧..“
”예? 훔쳤으면 좋았다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