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오일장
“성 계장! 일을 우째 하는기고? 내가 형사네 하고 자랑하는기가 뭐고? 그렇게 표시가 나게 움직이면 치기배들이 나 잡아 가소 하고 붙겠나?”
“예 알겠습니다.”
나는 정보원의 말 대로 작전 방향을 바꾸어 성 계장 에게 타켓이 될 만한 여자에게 2개조를 붙이고 나머지 조는 고참인 김 형사에게 무전으로 지시를 했다.
김 형사! 너희 조는 골라골라(장사꾼이 발을 구르며 소리를 쳐 손님들을 무리로 끌어들여 판매를 하는 장사)치는 쪽으로 접근해라!! ”
나는 다급히 김 형사에게 지시를 했다. 그러자 무전을 들은 김 형사가 아닌 손 형사에게서 무전이 왔다.
“과장님! 골라골라 쪽은 저희 조가 갈게요!”
나는 순간 당황했지만 손 형사에게 답을 했다.
“손 형사!! 자네가 간다고?”
“예 골라골라 쪽은 제가 자신이 있습니다!”
김 형사에게서는 답이 없었다. 아마도 지금 상황으로서는 손 형사가 적합 하다고 판단했으리라. 그도 그럴 것이 김 형사는 소매치기 검거 공적으로 본청장 표창까지 받은 인물인데다 현재 내리쬐는 더위에 지칠 때로 지친 형사들도 검거 공적과 상관없이 작전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싶은 마음이 더 컸을 것이다. 나는 재빨리 손 형사에게 지시를 했다.
“알았다!! 손 형사!! 골라골라 쪽 가고 김 형사 뒤쪽 퇴로 차단하라!”
5일장은 말 그대로 반짝 번개시장이라는 개념이 강한 시장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예전에는 더욱이 반짝 행사를 많이 했었다.
야채나 과일 생선등 먹거리는 조금 덜 했지만 의류 잡화 (옷,양말,신발) 등등은 반짝 골라골라 판매를 많이 했었다.
왜냐 하면 시장에 오는 손님들이 대부분 먹거리를 사러 오기 때문에 의류잡화 상인들은 이목을 끌어 판매를 해서 수익을 내야 하기 때문이었다.
손 형사는 잡화상 쪽으로 이동을 했다. 나는 손 형사를 믿으며 무전을 기다리고 있었다.
‘제발 한 놈만 잡혀라... ’
나는 속으로 되뇌이고, 되 내이며 작전이 성공하길 기다렸다. 그러나 1시간이 지나도록 소매치기 범으로 보이는 자가 없었다. 그 때 손 형사의 무전이 왔다.
“과장님! 정보가 새 나간게 아닐까요?”
나는 손 형사의 무전을 듣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순간 뇌리를 스치는 사람이 생각이 났다.
‘혹시 정보원? ’
나는 내 옆에 있는 정보원을 바라보았다. 정보원은 내 눈치를 살피더니 이내 말을 했다.
“형님 혹시 저 의심 하십니까?”
치기배들은 은근히 야당질(경찰 끄나풀)을 하면서 범죄자들에게 돈을 갈취하는 놈들이 있어서 한번쯤은 의심을 해둘 필요가 있는 놈들이기도 했다.
손 형사의 무전을 같이 들은 정보원은 자신을 의심하는 나의 눈빛을 금새 알아차렸다. 내가 정보원을 의심 안 할 수가 없는 것이 정보원들은 경찰이 아니라 동일 범죄 전과자들을 말한다.
도둑이 도둑을 알아본다고. 지금 내 옆에 있는 정보원은 과거 대구에서 소매치기로 유명했던 소매치기 집단의 우두머리 출신이었다.
그는 현재 택시기사로 성실히 살고는 있지만 과거 소매치기를 해서 벌어먹던 쾌감과 스릴을 어찌 잊을 수 있으랴 나는 혹시나 상주 쪽 소매치기범들과 뭔가 모종의 거래가 있지 않나 싶은 의심을 순간적으로 한 것이었다.
“형님 예!! 저 아닙니다!!”
정보원은 극구 부인했다. 나는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영학이(정보원 이름) 니 진짜 아니가? 요새 회사 출근도 듬성 듬성 한다던데 니 옛날 버릇 못 버리고 있는거 아니제?”
정보원은 한 숨을 푹 쉬었다.
“형님 진짜 너무 하십니다. 대구서 형님 도와 드릴려고 여기까지 왔는데 제가 무슨 상주 쪽 애들하고 거래를 합니까?”
정보원은 서운하다는 식으로 말 했다. 그렇다 합리적으로 생각 해 보면 항상 나에게 진심으로 정보를 제공한 놈이니까 이쪽 소매치기들과 거래를 할 이유가 없었다.
날씨가 덥고 마음은 조급하고 하루가 멀다 하고 소매치기 사건이 접수가 되는데 이 북적한 시장에 소매치기범이 코빼기도 보이지 않으니 나의 판단의 흐려지는 것도 당연했다. 나는 정보원을 향해 크게 웃었다.
“하하하!!! 영학아!!! 장난이다!! 형님이 장난 한 번 쳐봤다!! 자슥이 서운 해 하기는 형이 니 한테 얼마나 고마워하는데 하하하!! ”
정보원은 내가 장난이라고 말 하는 것을 믿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런 내색은 하지 않다.
“아이구! 형님도 무슨 그런 장난을 치십니까? 누가 독종 형사 김선희 아니랄까봐.. ”
“자슥이! 형이 장난 좀 칠 수도 있지 하하!! 이따가 뭉티기에 소주 한잔 사주마! ”
그렇게 잠시 어색한 기운이 돌았지만 그 기운은 이내 사라졌다. 그렇게 30분이 지났을까 갑자기 정보원 영학이 나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형님! 형님! 저기!! 저기요!!”
나는 흠칫 놀랐다.
“저기 뭐?!! ”
정보원이 잡화 골라골라 행사장 오른쪽을 가리켰다.
“저기 녹색 와이셔츠 보이시지 예?!! 저 놈아 장걸이입니다!!”
나는 어리둥절 했다.
“장걸이??”
“예!! ”
나는 순간 당황하여 몸 둘바를 몰랐다.
“장걸이가 누고?!!”
정보원은 자신도 급했는지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아.. 거.. 제가 교도소 있을 때 만난 놈인데 기계(도루코를 개조한 소매치기 도구) 다루는 솜씨가 장난 아닙니다.
저 놈아가 원래 식구들을 많이 거느리고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소규모로 움직이거나 지 혼자 움직입니다. 아무튼 저 놈 잡으면 큰 건일 것입니다. 핸드백 따는 게 기가 막힙니다. 빵에 있을 때 들어봐서 잘 압니다. 빨리 잡으이소!! ”
나는 집중해서 들었다. 그리고 놈을 주시했다.
“그래 일단 알았다. 근데 범행을 해야 잡을 것 아니겠나.”
그리고 나는 손 형사에게 무전을 쳤다.
“손 형사! 잡화 행사장 근처 녹색 와이셔츠! 소매치기범 일명 장걸이라고 한다 바싹 붙으라!”
손 형사는 답변을 보내왔고 나와 정보원은 위에서 주시했고 손 형사가 장걸이 근처에 접근 하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성 계장에게는 1,2조를 잡화 행사장 뒤쪽 손님들이 많이 없는 곳을 퇴로로 지정하고 경계 하도록 지시 하였다.
‘저 놈 하나만 잡혀주면 된다’
나는 속으로 이렇게 되뇌이며 장걸이가 범행을 저지르기를 기다렸다. 물론 장걸이가 범행을 저지르게 되면 해당 피해자에게는 미안하지만 앞으로의 소매치기 사건을 줄이는데 큰 기여가 된다면 아주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또 그런 일을 수행 하는 것이 경찰의 임무이지 않은가. 나는 이렇게 되뇌이며 온 신경을 장걸이에게 집중했다.
잡화 행사장에서는 선수(골라골라 멘트를 치는 사람)가 활발하게 골라~ 골라~를 외치고 있었다. 손님들은 더욱 더 많이 몰려서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는 듯 했다. 이 때 성 계장한테 무전이 왔다.
“과장님! 사람이 너무 많아 퇴로가 막혔습니다.”
예상 했던 일이었다. 퇴로가 막혔다는 것은 범인이 범행 후에 도망칠 곳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지금 사람이 많아 퇴로가 막혔다는 것은 형사들이 범인을 검거하기도 힘들다는 것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