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둔 여인의 비운 3

교도소로 도피

by 써니짱

사람 찾기가 그리 쉬운 것이 아니었다. 먼저 시내에서 비디오테이프를 배달하는 사람들은 상대로 수사를 해야 했다.


배달하는 자체가 위법은 아니었지만 배달물인 비디오테이프 자체가 불법물이기에 유통을 하면 안 되지만 그 배달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고향 학교 동창이 북구 산격동에서 비디오 대여점을 하고 있어 그 친구에게 자문을 구하였더니 비디오 상회마다 경쟁이 되어 각 동네 전봇대나 아파트 입구 등에 대여점 전화번호가 붙어 있으니 그 전화로 연락을 하면 온다는 것이었다.


그런 점을 형사들에게 알려 저마다 담당 구역 별로 흩어져 곳곳에 퍼져있는 '비디오 배달' 딱지를 보고 전화를 하여 오게 한 다음 가방을 뒤져 불법 테이프를 압수하는 흉내를 내다가


“돼지 털 같이 머리카락이 센 놈을 찾아서 연락을 해라. 빨리 찾지 않으면 너희들 장사를 못한다.”며 겁박을 했더니 자기들끼리 난리가 났다.


이놈을 찾아주지 않으면 영업을 못한다며 배달원끼리 더 적극적이었다.


그러던 중 시내 무궁화 백화점에 있는 테이프상에서 배달을 하는 정몽수가 머리카락이 굵고 뻣뻣한데 요사이 보이지 않는다는 제보를 반 00 형사가 받았다.


반 00 형사 조에서 무궁화 백화점 업소에 가서 누군지 인적 사항을 알아보니 절도 전과가 3개, 폭력, 도박 전과가 있는 33세의 정몽수(가명)이었다.


인적 사항을 알아낸 후 모든 형사들이 각자의 정보망을 총동원하여 소재 파악에 나섰지만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시간이 자꾸 흘러갔는데 서장님과 지방청에서 인적 사항이 들어 난 범인을 검거치 못한다고 매일 아침, 저녁으로 난리가 났다.


곧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데 뭐하냐는 것이었다.

국회의원 선거에 동원하는 것도 벅찬데 미뤄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안 그래도 날씨가 추워서 오토바이를 탈 때 가죽 잠바를 입었지만 앞면 몸 안쪽 배 부위와 다리 부위에 신문지를 넣고 다니는데 그 고충은 몰라주고 빨리 잡아들이라고 지시만 자꾸 하니 짜증이 많이 났다.


우리 형사들도 빨리 잡고 따뜻한 난로 옆에서 겨울을 보내고 싶은데 알아주는 사람은 없고 끝이 없이 질책을 하고 있어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


다들 그놈은 아마 대구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무엇이라도 근거가 있어야 핑계를 대는데 어쩔 도리가 없었다.


다른 조에 있는 조 00 선배 형사가 정몽수의 친구를 찾아서 술 한잔하고 용돈을 주면서 대화를 하여 보니 형사들이 찾아다닌다는 것을 알고 서울로 갔다는 것이었다.


서울을 갔더라도 그 넓은 서울 천지에 김 서방 찾는 것도 아니고 어디서 범인을 찾는다는 말인가?


참 난감했다. 서울에 가서 수사를 하더라도 무슨 대책을 가지고 올라가야 되지 무턱대고 올라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다른 형사들은 전부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오자 선거 치안으로 수사본부에서 경찰서로 돌아갔고, 우리 반은 서울 출장을 가기로 했다.


우리 반은 서울로 올라가기 전 정몽수가 서울로 갔다고 이야기한 친구를 다시 만나보기로 했다.


정몽수와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랐던 친구 김명석을 시내 다방에서 만났다.


“김명석 씨! 정몽수는 지금 어디 있나요?”

“며칠 전 서울에 간다며 올라갔습니다.”


“무엇 때문에 올라간다고 하던가요?”

“자세히는 모르고 형사들이 몽수를 찾아다니는데 귀찮아서 서울 올라가 있는다고 하면서 갔습니다.”


“서울로 가면 누구한테 간다고 하던가요?”

“어릴 때 친구도 있지만 몽수가 철부지 시절 같이 다니던 친구가 있어 아마 그리 안 갔겠습니까?”


“혹시 서울 친구들 연락처를 알고 있나요?”

“연락되는 친구는 서너 명 되는데 갸들한테 갔는지 확인은 안 해봤습니다.”


“연락처를 가르쳐 줄 수 있나요?”

“가만있어 보세요. 수첩에 적어 놓은 것이 있을 것입니다”하고 수첩을 뒤져 몽수 연락처라며 3명의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었다.


연락처를 받아 쥐고 서울로 올라가는 것은 좋은데 수사비도 주지 않고 7명이 올라가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막무가내로 못 잡으면 내려오지 말라는 강력한 지시도 곁들였다.


없는 수사비를 달라고 한들 과, 계장이 자신의 돈으로 줄 리도 없고 해서 열차는 신분증을 내며 공짜로 탑승을 해서 갔다(경찰관 신분증을 보이며 공무로 출장 간다고 하면 개찰구에서 통과시켜 줬다)


명단에 있는 서울 친구 중 세차장에서 일을 한다는 친구를 만나 정몽수에 대하여 물었지만 전혀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그 친구도 만만한 친구가 아니고 범죄 밥을 먹은 사내 같았다.


여러 가지 회유책을 썼지만 요지부동이었다.

그러는 와중에 눈치를 보니 뭔가를 아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다른 형사들에게는 말을 못 하고 있다가 3일 뒤에 일단 대구로 철수를 했다.


내려오니 검거도 못하고 내려왔다고 또 한바탕 질책을 받았다.


내일 당장 다시 올라가라는 계장의 지시에 더 이상 토를 달수가 없었다.


집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다음날 사무실에서 조장에게 정몽수의 친구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고 그 친구를 회유치 않으면 힘든다고 하니 좋은 생각이라고 하고 계장에게 수사비를 지원해 달라고 했다.


출장을 갔다가 오면 나중에 정산해 준다는 것이었다.


형사들이 카드도 없던 시절이었는데 돈을 어디 묶어 놓고 있는 것도 아니고 선배들이 전부 난색을 표하기에 내가 구해오겠다며 집으로 갔다.


당시 처는 집에서 부업으로 밤 깎는 일을 하고 있었다.


처에게 다짜고짜로 돈 50만 원을 달라고 했더니 이리저리 이웃집으로 다니면서 빌려 50만 원을 맞추어 주기에 잠바 속에 넣고는 사무실에 와서 선배 형사들과 같이 서울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서울역에 내려 지하철을 타고 청량리로 가서 다른 조들은 다방에서 기다리고 조장과 나는 정몽수의 친구를 불러 돼지고기 집에서 술을 한잔 사주며 술을 취하도록 많이 먹였다.


그러고 나서 우리가 용돈을 주겠다고 하니 넌지시 하는 말이 “몽수는 현재 교도소에 있다”라고 하는 것이었다.


왜 그러냐고 물어니 “대구에서 일을 냈는데 형사들이 찾아다닌다”며 안전한 곳을 찾아가야 한다고 했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서울 강남 아파트에서 도둑질을 하다가 일부러 잡혀서 구속이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교도소 안에 있으니 어떻게 소재 파악이 되겠는가?

참 어이가 없었다.


영등포 교도소에 확인을 해보니 정몽수가 미결수로 복역을 하고 있었다.


대구 수사본부에 일단 보고를 하고 내려왔다.


교도소에서 조사를 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공문서부터 작성을 해야 하고 사건 기록을 챙겨서 가야 하기 때문에 내려왔다.


다음날 다시 제반 서류를 만들어서 서울로 올라가 영등포 교도소 접견실에서 정몽수을 교도관 입회하에 조사를 하니 사건 일체를 자백하였으며 머리카락을 증거물로 일부 채취하였다.


추후 국립과학 수사연구소에 채취한 머리카락 감정을 보내니 최순자의 손가락 사이에 있던 머리카락과 같다는 회보를 받았고, 사람이 서울에 있어 불구속으로 송치를 했다.


정몽수는 배운 게 없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비디오테이프 배달을 했는데 복사한 포르노 테이프를 배달하거나 팔게 되면 수입이 괜찮아서 시작을 하게 되었고, 최순자의 단골이 되어 배달을 여러 번 갔었다고 한다.


- 범행 과정 -


범행 날도 전화 주문을 받고 배달을 갔는데 평소 자주 배달을 시키는 집이라 벨을 누르니 아파트 출입문을 열어 주었다.


안 그래도 배달을 갈 때마다 예쁜 얼굴에 혼자 사는 것 같아 은근히 마음에 두고 있었는데 속옷이 환히 비치는 가운 안에 브래지어와 삼각팬티만 입고 포르노 테이프를 받는 것을 보고 갑자기 욕정이 생겼다고 했다.


그래서 할 말이 있다며 안으로 들어가며 고함을 치는 피해자 입을 막고 안방으로 들어가 강제로 관계를 하게 되었는데 관계를 하는 와중에 밑에 있는 피해자가 정몽수의 머리카락을 두 손으로 잡고 소리를 지르며 반항을 하였지만 억센 남자의 힘을 이길 수가 없는 상태였다.


당하면서 가만히 “안 있겠다”라고 하였지만 정몽수는 욕심을 채운 후 이대로 나갔다가는 신고를 하게 될 것이라 판단을 하고 다시 배 위에 올라탄 체로 목을 졸라 살해를 하고 출입문을 잠가 놓은 상태에서 1층 창문을 넘어 도망을 쳤다는 것이었다.


출입문이 잠겨져 있어 동생이나 친구들이 찾아와도 문을 열 수가 없어 '어디 여행이라도 갔나' 싶어 찾지 않았었고, 부패가 진행된 것은 난방용 보일러가 계속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류를 검찰로 송치하고 나니 논공행상을 따지며 선배들끼리 공 다툼이 생겼다.


나는 특진한 지 몇 달이 되지 않아 관심이 없었는데 서로가 자신의 공이라며 싸우기 시작한 것이었다.


최 00 선배는 자신이 머리카락 3개를 찾았고, 반 00 선배는 정몽수가 무궁화 백화점 테이프 상회에 있는 것을 알았고, 조 00 선배는 정몽수 친구를 통해 서울에 있는 것을 알았다며 서로의 공적을 내세웠지만 모두가 허사로 돌아갔다.


계급사회에서는 계급이 깡패였다. 승진이 어려운 시기 였기에 누구라도 욕심을 내는 사건 이었다.


이제는 말 할 수 있지만 부끄로운 민낯이었다.


결국은 서로 싸우는 바람에 표창장도 한 장 못 받았고 공작에 사용한 수사비는 한 달 뒤 정산을 하여 받았다.


예전 MBC 수사반장의 모태가 되었다고 하는 당시 최중락 경찰청 강력계장은 “모든 사건에는 죽을 놈이 죽고, 죽을 년이 죽는다”라는 말을 했지만 태어나 평탄한 생활을 못하고 화류계 생활을 거친 피해자지만 범죄의 표적이 안되게 끔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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