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살롱
대구에서 섬유공장을 5년 정도 다녔지만 당시는 임금이 열악한 시절이라 열심히 일을 해도 돈이 모이지 않던 차에 같이 일을 하던 2살 어린 동료 안영숙(가명 27세)이 돈을 쉽게 벌기 위하여 룸살롱에 일을 한다며 나갔다고 한다.
같이 일을 하다가 나갔으나 가끔은 소식을 주고받았는데 좋은 옷을 입고 멋을 부리며 고생도 안 하고 많은 돈을 벌고 있다는 것을 은근히 자랑을 했다.
쉴 때면 한번씩 오는 안영숙이 하루는 같이 일을 할 의향이 없느냐며 여러 가지 달콤한 말로 유혹을 하는 바람에 어떤 곳이기에 그렇게 자랑을 하냐며 퇴근 후 시내 중심지 번화가에 있는 안영숙이 일한다는 곳을 찾아갔다.
여자는 호스티스라고 불리며 술을 먹으러 오는 남자들의 심부럼과 서비스를 하고 때로는 2차라며 외박을 나가기도 하는 룸살롱이 대충 어떤 곳이라는 얘기는 들어서 알고 간 상태였다.
최순자가 간 곳은 입구에서부터 화려한 조명이 비치고 시설이 잘된 룸살롱이었다.
웨이트의 안내를 받아 룸살롱 대기실에 들어가니 화장품 냄새가 진하게 풍기며 아가씨들이 10여 명 있었는데 팔, 다리와 가슴이 거의 보이도록 옷을 입고서 거울 앞에서 재잘거리며 화장을 하고 있었다.
대기실에서 안영숙을 만난 최순자는 안영숙에게
“숙아! 나는 술도 먹을 줄 모르고 안 되겠다.”
“언니야! 괜찮다. 술은 먹는 체하면서 버리면 되고, 언니 너는 얼굴이 예뻐서 인기가 많을 것 같다. 그리고 손님이 하라는 대로 따라 하는 척만 해도 우리가 공장에서 일주일 일하는 것보다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우리 한번 해보자!”며 같이 있어줄 것을 권했다.
“가만있어 봐라! 생각 좀 해보자.”며 대화가 오가던 중에 안영숙은 처음 듣는 이름으로 불리며 다른 아가씨 몇 명과 같이 대기실을 빠져나가며 손님에게 갔다가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다.
다른 아가씨들도 시간이 지나자 하나, 둘 불려 나가고 혼자서 안영숙이 올 때를 기다리다 보니 두 시간 정도 지날 즈음 안영숙이 들어오는데 보니 술을 한잔 먹은 것 같았는데 기분도 좋아 보였다.
“언니야! 봐라!”며 팁으로 받았는지 만 원짜리 돈을 여러 장 보여 주는데 그야말로 우리가 공장에서 한 달 고생하고 받는 액수와 비슷하게 보였다.
그 말을 듣고 내일 일은 해야 하는 최순자는 안영숙이 일을 하는 룸살롱을 빠져나와 안영숙이 주는 돈으로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 돌아온 최순자는 고민을 하다가 잠이 들었다.
다음날 출근을 한 최순자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안영숙에게 들은 말과 전날 밤 일어난 일을 생각하니 일하기가 싫어졌다.
공장장을 통하여 몸이 안 좋다는 핑계를 대고 조퇴를 하여 숙소로 돌아왔다.
공장 내 먼지 속에서 일을 하며 사흘이 멀다 하고 하는 야간 근무와 안영숙을 생각해보니 자신의 신세가 서글펐다.
며칠을 생각하던 최순자는 안영숙의 말대로 하기로 하고 안영숙이 생활하는 대명동 주택가 집으로 가서 같은 방을 쓰며 룸살롱 생활을 했다고 한다.
제법 예쁜 얼굴로 룸살롱에서 일을 하게 되니 단골도 생기고 돈도 제법 벌게 되어 좋았지만 원치 않는 남자들 옆자리에 앉아 권하는 술을 먹는 것이 고역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돈벌이가 되니 감수하고 지내기를 2년 정도 되자 손님들의 성향을 알아낼 수 있고 요령이 생겨 손님들에게 인기를 얻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몇 번 자리를 했던 단골 중 재력이 있는 남자 민성기(가명 당시 53세)를 알게 되었고, 민성기와 외박도 여러 번 하며 정을 쌓아갔다.
재력이 있는 민성기는 최순자가 다른 남자들과 같이 지내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자신 혼자 최순자를 소유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민성기는 최순자에게 이곳에서 일을 안 해도 살 수 있도록 집과 매달 용돈을 줄 테니 일을 나가지 말 것을 종용하여 뭇 남성의 노리개가 되느니 보다 재력가의 후처로 그냥 집에서 놀며 지내는 것이 좋다고 생각을 하고 룸살롱을 그만두었다고 한다.
민성기가 자신 이외에는 어떤 남자도 못 만나게 할 뿐 아니라 민성기가 얻어준 아파트에 사람들이 왕래하는 것을 싫어해서, 민성기가 온다고 연락이 오는 날에는 아무도 못 오게 해서 민성기의 존재를 감추고 있었다.
민성기가 아파트에 매일 오는 것도 아니고 일주일에 한, 두 번 오고, 오더라도 같이 밤을 지내는 것이 아니고 자정이 되기 전에 집으로 가는 생활을 하루 이틀도 아니며 몇 년을 그렇게 지내다 보니 여러 가지 권태기도 오고 해서 일을 나가려고 해도 민성기는 일을 못 나가게 했다.
또, 이런 사정을 모르고 있는 시골의 부모들은 나이가 자꾸 들어가는데 뭐 하고 있느냐며 결혼을 하라고 재촉을 하여 둘이 사이가 좋지 않았다.
최순자는 일을 하러 나가던지, 결혼을 하던지 결정을 지어야 될 상황이 오니 민성기와는 만나면 다투었다.
민성기는 생일이 되면 최순자가 고급 넥타이를 사줘도 집에 가면서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한다.
넥타이를 가지고 가면 집에서 누가 선물한 것이냐며 따지며 눈치챌 것을 생각하고 버리는 것이었다.
둘이만의 사연이니 다른 사람들은 알 턱이 없고, 우리 수사진은 최순자가 룸살롱에서 일을 하였다는 것을 알고 룸살롱 일할 때 알았던 남자들을 전부 조사를 하게 되었다.
룸살롱 장부를 시작으로 업소에 일을 하였던 종사자, 아가씨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최순자 주변에 있던 남자는 모조리 수사 대상에 올렸다.
그중에는 사업가들이 많았지만 공무원, 교수, 의사 등 부지기 수였다.
그렇게 수사를 하다가 최순자에게 집을 마련해주고 용돈을 주며 후처로 살게 해 준 민성기를 찾아냈다.
우리는 민성기를 불러 조사를 했지만 자신은 범인이 아니라며 알리바이를 내세우며 극구 부인을 해서 우리는 혹시 근래에 들어 최순자와의 사이가 좋지 않아 재력이 있으니 누군가 사주를 해서 청부 살인을 한 게 아닌지 의심을 했었다.
민성기를 용의 선상에 올려놓고 사무실로 데려와 여러 차례에 걸쳐 사귀게 된 경위부터 시작하여 아파트를 얻어 주면서의 생활, 최근 대화 내용들에 대하여 수사를 했지만 한결같은 답변으로 범인이 아닐 것이라는 결론을 냈다.
몇 년이 지나도 가족들이 모르게끔 철두철미 하게 처신을 하며 간간이 자신의 욕정만 채웠던 것이었다.
민선기는 큰 공장을 경영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시내에 큰 건물 들을 여러 개 소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현금을 엄청 많이 가지고 있어 기업가들이 급전이 필요할 때마다 찾아가 “회장님”이라고 부르며 도움을 청하는 인사였으며 알짜배기 부자였다.
최순자 가까이에 있는 남자들을 조사하고 정부인 민성기를 조사했지만 뚜렷한 진전이 없어 수사는 다시 난감하게 되어 전 형사와 지휘부가 참석하는 수사 회의를 개최했다.
여러 갈래로 수사가 진행이 되었지만 여자 혼자 있는 아파트에 오는 사람이 누구며 문을 순순히 열어 줄 수 있는 사람과 최순자가 죽으면서 까지 손에 움켜쥐고 있던 머리카락 3개의 주인공을 찾아야 했다.
지인들 외에 아파트 문을 쉽게 열어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LPG 가스통, 쌀집, 반찬가게 등 배달이 가능한 사람들을 차례차례 불러 조사를 했지만 명백한 알리바이와 머리카락이 아니어서 혐의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집에 놀러를 오던 친구나 친동생에게 물어보니 최순자가 애로 비디오를 자주 빌려 봤다고 해서 비디오테이프 배달원을 찾기로 했다.
보통 비디오테이프는 본인이 가게에 가서 빌려와 봤는데 배달하는 것은 복사품이거나 애로물로서 불법이었다.
각 반별로 구역을 나누어 테이프 배달원을 찾으며 동시에 머리카락이 특이하게 돼지털 같이 굵고 뻣뻣한 사람을 찾는 게 급선무였다.
#아파트 #살인사건 #머리카락 #재력 #정부 #숨겨둔 여인 #공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