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회
나는 컴퓨터학과를 졸업하고 첫 직장인 지금의 회사에서
전산관리직으로 입사하여 IT부서에서 3년 가까이 근무했다.
이번에 부서를 옮기게 되었는데, 이전 직장에서 이미
인사발령을 겪어본 터라 큰 동요는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새로운 회사에서 처음 맞이한 이번 발령은 예상과
달리 마음을 크게 흔들어 놓았다.
특히 책상을 정리하며 개발회의를 하며 썼던 노트가 5권이나 됐다. 그걸 보는 순간, 울컥하는 감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이 회사에서의 개발이 내 첫 경험이었기에 모든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식은 단순히 개발요청서 문서만 보고 코드를 짜는 것이 아니었다.
요청자가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직접 만나 묻고, 만약 기존 시스템에서 구현이 어렵다면 왜 힘든지, 어떤 대안이 있을지를 함께 논의하며 풀어갔다.
그 과정에서 회의가 있을 때마다 노트를 꺼내 들었고, 페이지마다 빼곡히 기록이 채워졌다.
책상정리를 하며 한 장 한 장 읽다 보니, 그 노트 속 빼곡한 글씨들은 단순한 메모가 아니라 내 성장의 흔적이자, 나를 바라봐 주고 지탱해 준 동료들과의 추억이었다.
그 기록들이 아직도 내 곁에서 말없이 미소 지어주는 것만 같다.
나는 늘 “회사가 발령을 내면 그곳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라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새로운 부서에 가는 것에 거부감도 없었고
심지어 내가 원하기도 했다.
IT부서는 내게 특별한 시간이자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업무량은 많았지만, 동료들이 매일 사용하는 ERP 시스템을 직접 개발하고, 그들이 불편해하던 것들을 해결해 주며
얻었던 성취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다.
“개발 완료했습니다!”라는 말에 동료들이 보여주던 고마움의 표정은 내게 가장 큰 보람이었다.
눈앞에서 불편이 해소되고, 시스템이 개선되며, 모두의 일이조금 더 편리해지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은 IT부서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기쁨이었다.
그동안 크고 작은 개발 요청만 해도 700여 건.
그 하나하나가 내게는 단순한 업무가 아니라 회사의 일상을 바꾸는 작은 발걸음이었다.
이제 나는 새로운 도전 앞에 서 있다.
솔직히 말하면 두려움도 있다.
하지만 IT에서 만든 기반이 인사발령의 기회가 된 것임을
알기에 더 최선을 다해서 잘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