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소적 반항, 그건 사랑이었네

<호밀밭의 파수꾼> 샐린저

by 트루노스



2026.1.5 완독, 다시 읽는 고전

<호밀밭의 파수꾼> 샐린저 356P

The Catcher in the Rye



20대에 읽었던 책이지만, 다시 읽고 싶어 집에 있는 책 꺼내 봤더니 활자가 너무 작아 공공도서관에서 다시 대여했다. 20대의 나를 통과했던 홀든과의 재회 혹은 다시 만나는 설렘을 기대하면서…



20대의 나는 홀든의 냉소적인 반항이 너무나 공감되어 열광했었는데 (아마도 그 기억이 이 책을 다시 잡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세월의 스펙트럼을 통과해 다시 만난 홀든은 반항 뒤에 숨은, 그럼에도 지켜내고 싶은 사랑과 간절함이 있음을 새롭게 느낀다.



무엇보다 누구나 거쳐가는 한 때의 우리 모두의 초상이라 진하게 공감되고 사실 누구보다 세상을 뜨겁게 사랑하고 싶어 하는 소년이었구나를 느끼게 된다.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다는 것은 같은 책이지만, 내 삶의 경험과 스펙트럼이 달라진 만큼 문장들이 다르게, 아니면 확장되어 보이는 이 느낌 너무 좋기 때문이다. 나에게 독서는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사유의 확장을 위한 가장 강력한 도구이다.



책 속의 홀든의 말에서 아마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문장을 만나게 된다.



P38. 정말로 나를 황홀하게 만드는 책은, 그 책을 다 읽었을 때 작가와 친한 친구가 되어 언제라도 전화를 걸어, 자기가 받은 느낌을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느낌을 주는 책이다.



디지털 정보가 범람하는 오늘날, 우리는 모든 것을 안다고 착각하지만 사실은 정교하게 설계된 '선택적 블라인드' 속에 갇혀 있는지도 모른다. 그 속에서 홀든이 그리워하는 상실된 순수함과 위선 없는 진실함은, 이 세상에서도 여전히 사랑하고 지켜야 할 가치임을 다시 발견하게 만든다.



나 역시 홀든을 다시 읽으며, 내가 잃어버렸던 그 시절의 '순수의 파편'들을 하나둘 수습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면 냉소적이기만 한 반항기 많은 홀든의 옳은 가르침이 아닐까 싶어진다.



‘순수함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세상은 위선으로 가득 차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켜낼 가치가 있는 순수함이 존재한다.





P287. 그건 그렇다 치고 나는 늘 넓은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어. 어린애들들만 수천 명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고는 나밖에 없는 거야. 그리고 난 아득한 절벽 옆에 서 있어.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제 빨리 붙잡아주는 거야 애들이란 앞뒤 생각 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이야. 그럴 때 어딘가에서 내가 나타나서는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 주는 거지 온종일 그 일만 하는 거야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바보 같은 얘기하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정말 내가 되고 싶은 건 그거야. 바보 같겠지만 말이야



홀든에게 동생들은 세상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게 붙잡아 주는 마지막 연결고리였다. 벼랑 끝에서 아이들을 붙잡아주고 싶다던 홀든은, 사실 본인이 그 손길을 가장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홀든에게 피비처럼 세상을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마지막 연결고리가 우리에게는 무엇일까?

여러분에게도 다시 읽었을 때 전혀 다른 우주를 보여준, 아직 만나지 못했던 무지개를 보여준 책이 있나요?




*개인적인 느낌을 적은 독서노트입니다.





다음은 시공간을 넘어 '순수한 마음'이 연결될 때 일어나는 마법 같은 이야기,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으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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