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이들의 다정한 기적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

by 트루노스



2025.10.15 완독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 456P



평범한 사람들이 서로를 향해 보낸 작고 따뜻한 배려가 쌓여 만들어지는 기적을 목격할 수 있다.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파편처럼 흩어져 있던 선의들이 하나의 거대한 흐름으로 수렴되는 것을 보며 작가의 치밀한 구성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시대 소설이 리얼리즘이었다면 요즘의 소설은 판타지가 가미된 훨씬 더 확장된 상상력의 산물임을 알게 되었다.



어두운 밤, 숨을 곳을 찾아 헤매던 삼인조 좀도둑이 우연히 폐가가 된 '나미야 잡화점'에 숨어든다. 정적을 깨고 우체통으로 날아든 의문의 고민 상담 편지 한 통. 세 사람은 얼떨결에 답장을 쓰기 시작하고 이 우체통이 30년 전의 과거와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과거에서 온 다양하고 간절한 사연들에 진심을 담아 답하는 사이, 이들의 하룻밤은 예상치 못한 기적의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한다.



만약이긴 하지만 우리에게도 과거와 소통할 수 있는 나미야 잡화점의 우체통이 있다면, 우리는 어떤 진심을 전하고 싶을까? 누군가에게 무심코 건넨 작은 친절과 진심이 다른 이의 삶을 밝히고, 그 선의가 시간을 가로질러 나에게 되돌아오는 힘. 이 소설은 우리가 주고받는 마음이 결코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는 기적임을 말해준다.



당신의 지도는 아직 백지인 것입니다. 그래서 목적지를 정하려고 해도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것이지요. (중략) 하지만 부디 비관하지 마십시오.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당신 하기 나름인 것이지요.



내가 오늘 했던 깃털처럼 가벼운 행동 하나조차, 누군가에게는 생의 길을 비추는 등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이것이 바로 내가 오늘 하루를, 그리고 내게 주어진 삶을 귀하고 소중하게 정성을 다해 살아야 할 이유가 아닐까.



누구라도 누군가에게 선의를 베풀 수 있고, 그것이 씨앗이 되어 커다란 기적이 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에서 이 소설이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는 작가의 말이 인상적이라 옮겨본다.



p449. ’남의 고민을 상담해 주는 일은 되게 분별력이 있고 지식이나 경험이 많은 분이 해야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일부러 미숙하고 결점 투성이인 젊은이들로 했습니다. 타인의 고민 따위에는 무관심하고 누군가를 위해 뭔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본 일이라고는 단 한 번도 없었던 그들이 과거에서 날아온 편지를 받았을 때 어떻게 행동할까, 우선 나부터 무척 궁금했습니다.’





*개인적인 독서노트입니다.





다음은 십 년의 세월을 견뎌낸 단 하나의 약속. 엇갈린 기억 속에서 서로의 진북(True North)을 찾아가는 사랑 <냉정과 열정 사이>를 만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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