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 국민학교 네번째 이야기
우리는 같은 교실에 앉아 있었지만 같은 자리에 있지는 않았다.
9시 수업종이 울린다. 창가의 창문은 네모 칸으로 나뉘어 있다.
커튼을 치면 햇살이 들어온다. 일직선으로 들어온 빛이 초록 페인트로 덮인 내 책상 위에 사각의 무늬를 만든다. 밝은 칸과 어두운 칸이 나뉘어 있고 그 경계는 흐려지지 않는다.
햇살은 언제나 곧게 떨어진다.
방학 특강 이후 가끔 은수를 본다. 은수의 자리는 출입문 가까이에 있다.
교실 끝, 청소도구와 마포걸레가 있는 자리. 빛이 들어오면 교실은 밝아지는데 은수는 그대로다.
고개를 조금 숙이고 손은 책상 아래에 있다. 항상 같은 자세로 앉아 있다.
은수는 공부를 생각보다 잘한다. 그건 알고 있다.
지아는 시험이 끝나면 성적대로 다섯 명까지 줄을 세운 종이를 만든다.
이름을 채워 넣고, 점수를 맞춰 본다. 얼핏 본 그 줄 안에는 언제나 은수의 이름이 있었다.
하지만 은수는 그 줄 안에 있어도 그 안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이들이 모여 점수를 맞춰 볼 때도 은수는 그 자리에 앉아 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생각해 보면 은수의 목소리가 기억나지 않는다. 선생님이 성적표를 나눠줄 때 잠시 일어났다가 다시 앉는 것, 그게 전부다.
내가 알던 아이들은 그렇지 않았다. 공부를 잘하는 애들은 앞에 나와 있었다.
손을 먼저 들고 문제를 풀고 이름이 불리면 크게 대답한다. 쉬는 시간이 되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앞자리로 모여든다. 내 주위는 언제나 그런 아이들이었다.
은수는 한 번도 내게 다가오지 않았다. 나는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비슷한 점수를 받아도 비슷한 자리에 있지 않았다. 같은 교실에 있는데 같은 곳에 있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지아는 성적이 나올 때만 은수를 본다.
아이들과 점수를 맞춰 보면서도 은수에게는 가지 않는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나는 이제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은수와 눈이 마주친 적이 있다. 아주 잠깐, 어색하게 웃고 고개를 돌렸다.
은수는 그 후 아무 표정이 없었다.
그 순간 서울에서 만났던 아이가 떠올랐다. 소현.
나에게 말을 걸던 아이. 나는 웃기만 하고 대답하지 못했다. 자리를 피했다.
그때의 내 표정이 은수와 같았을까. 은수를 보다가 그때의 내가 떠올랐다.
말을 못 하고 그대로 서 있던 나.
나는 고개를 돌렸다. 다음 날도 은수는 같은 자리에 있었다.
맨 끝자리. 빛이 닿지 않는 자리.
나는 여전히 앞에 앉아 있었고 지아는 그 옆에 서 있었다. 여전히 쉬는 시간이 되면
아이들은 다시 앞자리로 둥글게 모여든다. 은수는 그 원 밖에 앉아 있다.
나는 다시 앞을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