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깊어지면 기억이 된다.
기억이 오래 머물면 살을 지나 뼈에 닿는다.
그리고 끝내, 지워지지 않는 흔적이 된다.
내게 허기는 그런 것이었다.
스무 살이 될 때까지 고기를 먹어본 적이 없었다.
일곱 살 무렵, 아버지를 따라 부잣집 저녁상에 갔을 때
연탄불 위에서 지글거리던 생선 냄새를 처음 맡았다.
불에 올려졌으니 그것이 당연히 불고기라 생각했다.
가난은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허기는 고개처럼 이어져 있었다.
첫 번째 고개는 속이었다.
허리를 펼 수 없을 만큼 쓰렸고
위장은 작은 짐승처럼 안에서 몸부림쳤다.
두 번째 고개에 오르면
세상은 냄새로 가득 찼다.
빵집 앞을 지나지 않아도
공기 속에 숨어 있던 음식 냄새가 나를 먼저 찾았다.
이성은 그때부터 조금씩 밀려났다.
세 번째 고개에서는 잠이 사라졌다.
눈을 감아도 배가 깨어 있었다.
아침 거울 속에는
눈두덩이 꺼진 아이가 서 있었다.
네 번째 고개에 이르면
주머니는 가벼워지고
동전 몇 개가 생사의 무게가 되었다.
라면 한 봉지가 하루를 붙들어 매는 끈이었다.
다섯 번째 고개에서는
길가의 나뭇잎이 빛을 달리했다.
잡초도 풀도, 세상 모든 것이
먹을 수 있는지 없는지를 먼저 생각하게 되었다.
존엄은 그때부터 흔들렸다.
마지막 고개에서
나는 천장을 오래 바라보았다.
사람으로 서 있던 몸이
본능으로 기어 내려가는 순간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약국에서 소화제를 사 들고 나오면
문득 그 아이가 떠오른다.
허겁지겁 먹던 아이,
씹지 못한 채 삼키던 아이.
위장은 아직 완전하지 않지만
한 끼의 밥은 이제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러나 뼈에 닿았던 허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굶주림은 배에서 시작되지만
진짜 허기는
자신의 비참함을 깨닫는 순간
머리에서 시작된다.
나는 안 먹어본 사람이 아니다.
나는 굶어본 사람이다.
그래서 오늘의 밥상 앞에서
나는 늘
조금 더 오래
숟가락을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