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의 웃음

by 포도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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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천이 깔린 상 위에

돼지머리가 놓여 있다.
입은 활짝 벌어져 있고,

그 사이에 지폐가 꽂혀 있다.
사람들이 둘러서서

고개를 숙인다.
방금 전까지 안전 수칙을 이야기하던 이들이
이제는 잠시 말을 멈추고 무사를 빈다.


불안은 인간의 오래된 본능이다.
설명할 수 없는 미래 앞에서
우리는 늘 어떤 형식을 만들어왔다.

마음을 붙들기 위한 상징,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을 달래기 위한 의식.


그러나 그 형식이
우리의 이성을 대신하기 시작할 때,
우리는 무엇을 믿고 있는 것일까.

중요한 일을 앞두면 우리는 고사상을 차린다.
돼지머리 앞에 절을 올리고,
입 안에 돈을 꽂으며
사고가 없기를 빈다.


문제는 돼지머리라는 형식이 아니다.
그 장면 뒤에 놓인 마음이다.
자신의 실력과 판단,
그리고 함께 만든 시스템을
끝까지 믿지 못하는 마음.

그래서일까.
오늘도 어딘가에서 돼지는 웃고 있다.
그 웃음이 복을 부르는 상징인지,
아니면 우리의 불안을 비추는 냉소인지
나는 아직 확신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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