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연못의 오리

by 포도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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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연못 가에 서 있다

초청장을 받았지만

차가운 빙판에 내가 들어갈 틈은 없었다

오래전, 그 놀이터에서는

외모와 학위가 먼저였다


어느 대학, 어느 연수,

이마에 붙은 이름들이

가볍게 오갔다

나는 오래 쌓아온 결과를

조용히 들고 앉아 있었지만

그것을 묻는 이는 없었다


웃음이 번질 때마다

내 말은 순서를 얻지 못했고

고개들은 서로를 향해 기울었다

이곳에선 기술보다

학연, 지연이 인정의 기준이 되었다.


세월은 흘러 10년이 지났다.

계절은 바뀌었지만

자태를 뽐내려는 연꽃들이 많아

이번에도 기회는 또

물속에 잠겨 버렸다


실력이라는 밧줄 하나

손에서 놓지 못한 채 버티는

내 고집이 틀린 것인지

오래도록 답을 찾지 못했다

그저 할 수 있는 것은

연잎 틈에 조용히 떠 있는 것.


그리고 또 15년이 흘렀다.

큰소리로 물을 흔들던 오리들은

하나둘 떠났고,

연꽃마저 어디론가 사라졌다.


나는 아직도 그 연못에 남아있다.

오늘도 그 놀이터에 궤도를 그리며

조용히 물을 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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