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살이 되었다.
앞니가 빠진 채 오래도록 자라지 않고 있다.
형들이 입다 만 웃옷은 팔꿈치가 닳아 번들거렸고,
책가방 대신 보자기에 책을 싸서 어깨에 둘러메고 다녔다.
보자기 매듭이 허리를 툭툭 칠 때마다
내 존재도 그렇게 가볍게 흔들리는 것 같았다.
아이들은 나를 불렀다.
성적은 “양가!”
이빨 빠진 “갈가지!”
웃음은 길었고, 나는 짧아졌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로는 더 그랬다.
자전거 뒤에 나를 태우고 달리던 그 넓은 등이 사라지자
세상은 갑자기 나를 밀어냈다.
나는 보이지 않는 아이가 되었다.
그래서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나를 보게 만들 수 있을까.
어느 날 아침, 일부러 얼굴을 굳혔다.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엄마, 내가 꿈을 꿨는데…
이 세상, 15년 안에 끝난대.”
숟가락이 멈췄다.
어머니의 눈이 커졌다.
그날 오후, 동네 어른들이 우리 집 방에 모였다.
방 안은 숨소리로 가득 찼다.
모두가 내 입을 바라봤다.
나는 천천히 말했다.
지옥에는 뱀이 우글거리고,
죄를 지으면 그 속에 떨어진다고.
누군가 침을 삼켰다.
누군가 “어머나…” 하고 중얼거렸다.
나는 멈추지 않았다.
그들이 무서워할수록 더 또박또박 말했다.
그 순간,
나는 작지 않았다. ‘양가’도 아니었다.
방 안의 공기가 내 말에 따라 움직였다.
처음이었다.
사람들이 나 때문에 조용해진 것이.
나는 그 침묵이 좋았다.
‘15년’이라는 숫자는 아무 생각 없이 던졌다.
그런데 그 숫자가 밤마다 돌아왔다.
정말 끝나면 어쩌지.
끝나지 않으면 나는 어떻게 되지.
스물다섯이 되는 날을 손가락으로 세어 보다가
괜히 혀를 깨물어 보기도 했다.
설교 시간에 들은 말 때문이었다.
거짓말쟁이는 지옥에서 혀를 뽑힌다고 했다.
갑자기 혀끝이 낯설어졌다.
입을 다물고 잠이 오지 않는 밤을 보냈다.
그래도 가끔은,
그날 방 안의 침묵이 떠올랐다.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던 눈.
숨을 죽이던 얼굴들.
나는 그 장면을 오래 잊지 못했다.
다음 주 일요일, 설교가 끝난 뒤
나는 아무도 듣지 않는 자리에서 중얼거렸다.
“잘못했어요.”
열 번쯤 반복했을까.
세상은 그대로였고 혀도 그대로였다.
교회 문을 나서는데
노을이 붉게 번지고 있었다.
나는 그날 알았다.
세상이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보다
다시 아무도 아닌 아이로 돌아가는 것이
더 무섭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