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의 조우

by 포도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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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낯선 이름의 부고가 날아들었다.
연락이 끊긴 지 오래된 첫사랑, 그녀의 부친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다.

열일곱에서 열아홉까지, 우리의 세계는 서로였다.
그 시절 내 눈에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맑은 얼굴이었다.
그러나 가난한 청년의 사랑은 오래 버티지 못했다.
내가 군에 가 있는 사이, 그녀는 먼 곳으로 시집을 갔다.


그 뒤로 40년.
우리는 서로의 안부도 모른 채 각자의 시간을 살았다.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길,
나는 은근히 열아홉의 그녀를 기대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잘 지냈어?”

고개를 들었을 때,
내 기억과는 전혀 다른 얼굴이 서 있었다.


흰머리와 깊은 주름.
세월이 고스란히 내려앉은 모습이었다.

“많이 변했구나.”

그녀가 웃었다.

“자기는 별수 있나.”

그 말에 나도 웃었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잠시 안부를 나누며 서 있었지만,
내 안에서는 묘한 감정이 일렁였다.


너무 달라서,
열아홉의 맑던 얼굴이 선명하게 떠오르지 않았다.
방금 본모습이 자꾸 겹쳐졌다.

세월이 그녀를 바꾼 것이 아니라,
내 기억을 바꾼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그 사실이 조금 씁쓸했다.


아름다움이 사라져서가 아니라,
그 시절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다고 믿었던
내 마음이 달랐다는 걸 알게 되어서였다.

바람이 스쳤다.
귓가에 그녀의 목소리가 다시 맴돌았다.

“자기는 별수 있나.”

나는 조용히 웃으며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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