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by 포도향기

봄이면 목련이 제일 먼저 핀다.

나는 그 꽃이 늘 못마땅했다. 아직 찬바람이 남아 있는데

혼자 성급하게 벌어져 있다가, 며칠 지나지 않아

갈색으로 주저앉는다.

저렇게 서둘러서 뭘 얻겠다는 건가 싶었다.


그런데 그해, 내가 그랬다.

포도를 빨리 키우고 싶었다. 남들보다 먼저 시장에 내놓고 싶었다.

알이 굵어지는 속도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권장량 따위는 믿지 않았다. 설명서보다 내 조바심이

더 정확하다고 여겼다. 비료와 영양제를 두 배로 퍼부었다.

부족할까 봐 한 번 더 줬다.

며칠은 괜찮아 보였다. 잎이 번들거렸다.

‘역시.’

그 말이 먼저 나왔다.


그다음이 문제였다.

물 준 흙이 이상하게 마르지 않았다. 겉은 질고, 속은 답답했다.

잎끝이 누렇게 타기 시작했다. 알이 커지기는커녕 멈춰 섰다.

줄기는 힘을 잃고, 새순은 힘없이 꺾였다.

토양 검사를 해보니 염류 수치가 높았다.

과한 영양 성분이 뿌리 주변에 쌓여 삼투압이 올라간 상태였다.


뿌리는 물을 빨아들이지 못하고, 오히려 수분을 빼앗긴다.

많이 준 것이 독이 된 것이다.

농사에서는 이것을 ‘염류장해’라고 부른다.

내가 키우겠다고 한 일이

뿌리를 숨 막히게 만들었다.


그날 밭에 혼자 서 있었을 때,

이상하게도 목련이 떠올랐다.

입춘이라는 말 하나 믿고 먼저 피었다가

밤새 내린 꽃샘추위에 갈색으로 오그라들던 꽃.

나는 늘 그걸 조급함이라 비웃었다.


그런데 나는

입춘이 아니라, 욕심을 믿고 움직였다.

자연의 속도를 못 견뎌

내 속도로 밀어붙였다.

기다림을 능력 없는 사람의 태도쯤으로 여겼다.

결과는 단순했다.

수확은 줄었고, 토양을 씻어내기 위해 몇 달을 더 고생했다.

돈도 잃고, 나무도 상하고, 내 고집만 남았다.


그해 이후 나는 알았다.

성장은 밀어붙인다고 앞당겨지지 않는다.

뿌리는 보이지 않는 시간 속에서만 굵어진다.

봄이 오면 여전히 목련은 먼저 핀다.

이제는 그 꽃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다.

내가 먼저 사과해야 할 쪽은

그 꽃이 아니라

내 포도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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